이명박 대통령과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25일 정상회담은 올초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발효를 계기로 양국 관계를 한단계 격상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세계 2위의 인구(12억명)와 세계 4위의 구매력을 가진 거대시장인 인도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는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구상이다.

아울러 이 대통령으로서는 지난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과 중앙아시아에 이어 이번 인도 방문을 통해 이른바 `신(新) 아시아외교'의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의미도 있다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지난 2004년 10월 양국간 설정된 `평화와 번영을 위한 장기적 협력 동반자관계'를 `전략적 동반자관계'로 격상키로 합의했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지난해 6월 포괄적.전략적 동맹 관계를 구축키로 합의하는 등 10여개국과 경제는 물론 정치, 외교,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서 협력한다는 취지의 `전략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인도 입장에서는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과 일본, 카자흐스탄 등에 이어 우리나라가 9번째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됐다.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으로 양국은 우선 경제 분야에서 양국간 교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지난해 121억달러였던 양국 교역규모를 오는 2014년까지 300억달러로 증대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한.인도 CEPA는 우리나라가 브릭스 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자유무역협정(FTA)인 동시에 인도로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FTA"라면서 "오늘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간 교역과 투자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인도는 최근 IT(정보기술)와 항공우주 등 과학.기술 부문에서 최근 급격한 발전을 이뤄내고 있어 이날 정상회담은 이들 분야에서 양국간 획기적인 협력 확대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IT분야의 경우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우리의 하드웨어.제조업 분야를 접목함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인도의 IT 관련 기술인력의 국내 유입이 촉진될 것이라고 정부 관계자는 전했다.

또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원자력 발전소를 비롯해 공군훈련기, 제철소 등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현지에서 진행중인 각종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세일즈 외교'에도 나서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우선 두 정상은 민간 원자력에 관한 협력의 틀을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 양국간 원전 협력 협정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인도는 현재 17기의 원자로를 가동하고 있고 6기를 건설중이며, 오는 2032년까지 40기를 더 건설한다는 계획이어서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형 원전 수출이 성사될 경우 지난해말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 이어 세계적인 원전 수출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자력 발전소를 책임지고 경험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한국 원전의 안전성과 우수성을 자신한다"고 말했으며, 이에 싱 총리도 "양국간 원전 협정 체결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밝혀 협정 체결을 위한 향후 협상 전망을 밝게 했다.

이와 관련, 정부 관계자는 "인도는 이미 미국, 프랑스, 러시아와 원전 협력 협정을 체결했고 이들 국가 중 일부는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주로 공개입찰보다는 지명입찰 혹은 수의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협정이 체결되면 원전 분야의 우리 기업 진출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또 포스코가 인도 오릿사주에서 추진중인 일관제철소 건설 프로젝트에 언급, "프로젝트가 원활히 이행되면 오릿사주가 거대한 산업도시로 재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 싱 총리로부터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꼭 챙기겠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농기계 수출에 대해서는 "한국의 농기계가 신흥국가에 가장 적합하게 설계돼 미국에도 수출하고 있다"고 직접 홍보에 나섰으며, 국적기의 첸나이 취항 및 인도 항공편 증편에 관한 항공협정 개정과 관련해서는 "하늘길이 뚫려야 양국 국민의 마음이 열릴 수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이밖에 와이브로 협력 확대를 비롯해 해운협정, 국내 시중은행의 현지 지점 개설, 이중과세 방지 협정 개정 등에 대해서도 인도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정치, 외교, 안보 분야에서의 양국간 협력 강화 방안도 이날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이 대통령과 싱 총리는 양국간 전략대화에 합의하는 동시에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동아시아 정상회의(EAS),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지역 및 국제무대에서의 긴밀한 협조를 약속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의 인도 방문을 계기로 내년을 한.인도 상호 문화교류의 해로 지정하고, 뉴델리에 한국문화원을 개설하는 등 인적,문화적 교류 확대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이끌어 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약 40분간 진행된 오늘 회담은 순차통역으로 시작됐으나 도중에 동시통역으로 변경되는 등 짧은 시간에 많은 의제가 논의됐다"면서 "이 대통령은 자신의 경험과 진정성을 내세워 싱 총리를 설득하고 우리 기업의 강점을 집중 설명함으로써 현안과 관련해 상대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이끌어 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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