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으로 번지점프를 한 당신은 어디에 불시착하셨나요?
번지 점프를 하다
- 베란다 -
이자영
이상하지, 허공에 문 하나 달처럼 걸었을 뿐인데 딱,
스위치가 내려지네,
저 어둠 좀 봐, 검은 빵으로 부르터 허공에 가득 차네
어린왕자가 되어 의자를 돌려 앉았네, 한쪽 다리가
허공 속에서 목발로 길어지고 있었네
땅 끝에서 내려다보는 거리감도 이젠 친숙해져, 안녕,
소인국에 불시착한 걸리버처럼, 한쪽 발을 내딛었을 뿐인데,
등 뒤에서 아이가 저녁 해로 위태롭게 지고 있었네
내 몸은 부동액으로 차올라 움직일 수 없었네 사라진 길 위,
시든 여자가 거꾸로 꽂혀 있었네
날마다 뒤틀린 마을이 뭉텅 뭉텅 어둠 속에 잘려나갔네
오래전에 죽은 내가 창 밖 유리창에 매달려 펄럭이네
등 뒤 세상 속, 비린 것들 익사하네
한 걸음 사이를 두고 크레바스 텅 빈 동공 드러내네
스르륵, 불 꺼진 베란다, 창문에 반사된 하얀 문 열고
한, 발 스미듯 내딛었을 뿐인데
허공으로 난 문이었는데,
..............................................................................................................................................
이자영 시인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중앙예술대학원 문예창작과 전문가과정 수료
최한나 기자
news@eja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