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안건조정委 요청해 징계안 처리 최장 90일 미뤄… 與 "선진화법 악용 말라"

4일 국회 윤리특별위 전체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었던 민주통합당 이종걸·배재정 의원에 대한 징계안이 민주당의 '안건조정위원회' 회부 요청으로 무산됐다.

이번 19대 국회에서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국회선진화법 조항 중 하나인 안건조정위는 여야 의견이 대립하는 안건에 대해 상임위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요청이 있을 경우 최장 90일간 해당 안건을 상임위에서 논의토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두 의원 징계안 처리를 최장 90일간 미룰 수 있게 됐다. 여당에선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 "국회선진화법 악용"

국회 윤리특별위 소속 민주당 의원 7명 전원은 3·1절 연휴 직전인 지난달 28일 국회 윤리특별위 이군현 위원장에게 이·배 의원 징계안에 대한 안건조정위 회부 요청서를 제출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두 의원 징계안은 여야 합의가 없는 한 오는 5월 28일까지 특위에서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4일 오전 열릴 예정이던 윤리특위 전체회의는 민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 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던 새누리당 김태호 의원에 대한 징계안도 덩달아 무산됐다.

윤리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김태흠 의원은 "민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해 징계안 처리를 무산시켰다"며 "제 식구 감싸기의 극치"라고 했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해 8월 자신의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을 '그년'이라고 지칭했다가, 배재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정수장학회 이창원 사무처장의 통화 기록이 담긴 휴대폰 화면을 몰래 촬영해 공개했다가 윤리위에 제소됐다.

윤리특위 징계소위는 두 의원에게 '공개회의 사과' 처분을 내렸고 이날 전체회의에서 확정될 예정이었다.

김태호 의원은 지난해 11월 당 선대위 회의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는 국민을 '홍어X' 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이라고 했다가 징계소위로부터 '공개회의 경고' 조치를 받았었다.

민주 "논의 더 해야"

윤리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김태호·이종걸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 비슷한 수위의 발언을 했지만 징계 수위는 이 의원이 더 높다"며 "배재정 의원 건도 아직 사법 당국에서 사실관계가 규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이 심각한 의견 차이가 있을 경우 국회에서 심도 있게 다루라는 것이 국회선진화법의 취지"라며 "그것이 무슨 제 식구 감싸기냐"고 했다.

그러나 이군현 윤리위원장은 "국회선진화법이 정말 잘못됐다"며 "의원 징계안에까지 안건 조정을 거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안건조정위원회
여야 간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기 위한 제도로 개정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 제57조2에 규정돼 있다. 여야 간 이견이 있는 안건에 대해 상임위 재적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여야 각 3명씩 6명으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야 하고, 조정위는 최장 90일간 활동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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