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결국 3월 국회로 넘어갔다.

여야는 지난 1월30일 정부조직법이 국회에 제출된 후 45일간 협상을 벌였지만 막판까지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소관부처를 놓고 팽팽하게 맞선채 2월 국회 본회의가 5일 폐회됐다.

운신의 폭이 좁은 여당과 강공으로 돌아선 야당, 원칙과 소신을 강조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이 강(强) 대 강(强)으로 부딪히면서 출구 찾기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도 정부조직법이 통과되지 못한 것은 사상 초유의 사태다.

결국 새누리당은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이날 단독으로 3월 임시국회 소집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법에 따라 임시회는 요청서를 제출한 후 사흘 뒤인 8일부터 열릴 수 있다. 하지만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해 여야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3월 국회에서 순조로운 처리가 이뤄질지 섣불리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국회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민주당과 함께 제출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불응해 단독으로 제출하게 됐다"며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무작정 지연하거나 새 정부의 출범을 발목을 잡으려는 의도가 자꾸 들어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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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걸림돌은 SO 소관 부처, 어디로 갈까?

하지만 국회 개원보다 협상 타결이 시급하다. 새누리당은 SO에 대한 인·허가권과 법률 제·개정권을 미래부에 둬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현행대로 방송통신위원회에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SO가 독임제 장관 부처인 미래부에 머물 경우 방송 장악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3일 협상문 작성을 시도할 때까지만 해도 새누리당은 SO에 대한 인허가권은 방통위에 넘기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하루 만에 SO 관련된 모든 기능을 미래부에 존치해야 한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새누리당이 논란이 되는 방송부문을 방통위와 미래부가 공동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여당에선 "사실과 다르다"고 일축했다.

반면 이날 이철우 원내대변인이 사견을 전제로 SO 인·허가권을 미래부에 두되 공정방송을 위한 특별법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제안에 대해 민주당은 냉소를 보냈다. 이는 앞서 민주당이 SO 인허가권을 방통위에 두되 특별법을 만들자는 제안의 역제안과 비슷한 방식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합리적 협상 아닌 정치적 기싸움…여론 추이 관망키로

새 정부 출범 후에도 협상이 교착상태에 머무르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치의 실종'이라는 쓴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방송과 통신의 융합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래창조과학부로 이관에 목소리를 높인 것이 사태를 되레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나왔다.

비박(非 박근혜)계인 새누리당 김용태 의원은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너무 강수를 둬 야당을 궁지에 몰아넣은 아쉬움이 있다"며 "내용의 절박성은 이해되지만 시기와 방식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새누리당은 비공개 최고중진연석회의를 열고 청와대는 물론 야당을 설득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결국 사흘간 여론 추이를 살피면서 숨을 고르기로 했다.

한 중진의원은 "국회에서 협상을 하도록 내버려 뒀으면 싶은 마음도 있지만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주고받는 합리적 협상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며 "성급하게 결정하기 보다는 사흘간 여론 추이를 지켜본 후 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SO 관련 인허가권이 모든 것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기싸움의 성격이 크다"며 "청와대와 야당 모두 막혀 있어서 여론 동향을 살펴보면서 사흘을 기다려 보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강창희 국회의장은 2월 임시회를 폐회하면서 "여야의 자존심이나 힘 겨루기는 무의미하다"며 "이성과 냉정을 되찾아 역지사지의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면서 여야 간의 협상을 촉구했다.

한편 지난 25일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사실상 마비 상태다. 정부조직법은 물론 새 정부 각료들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2주째 국무회의도 열지 못했다.

현재 자리를 찾은 국무위원은 정홍원 국무총리와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교육(서남수), 외교(윤병세), 법무(황교안), 안전행정(유정복), 문화체육관광부(유진룡), 고용노동(방하남), 환경(윤성규) 등 17명 가운데 7명에 불과하다.

더욱이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가 사퇴하면서 새로운 장관 후보자를 물색하고, 인사청문회까지 마무리되려면 4월 초에도 완전한 국무회의가 이뤄질 수 있을 지는 여전히 안갯속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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