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층 경매주택 3년새 ‘38배’ 증가, 하우스푸어 파산 지경


올 들어 살던 집이 경매에 부쳐지는 하우스 푸어가 급증하고 있어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또한 빚 감당을 포기하는 하우스 푸어의 증가로 인해 정부조직 개편 지연과 별개로 부동산 정상화 대책 등이 시급히 구체화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5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 1~2월 두 달간 수도권에서 경매로 나온 주택 물건은 1만434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8515건) 대비 22.5% 증가했다.

수도권 경매물건 수는 지난 2008년 2만8439건 수준이었지만, 해가 갈수록 늘어나 작년에는 5만646건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 한 해 주택 경매물건이 6만건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매를 부친 채권자별로 보면 시중은행 6곳이 공동으로 출자해 설립한 유암코, 우리AMC 등 자산유동화 회사들의 경매물건 증가세가 가파르다.

자산유동화 회사를 거친 서울 주택 경매물건은 2011년 8639건에서 지난해 1만971건으로 21.2% 증가했다.

올 2월 현재도 1805건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8.1% 늘었다. 자산유동화 회사는 은행 등의 부실채권(NPL)을 싸게 사들여 경매 등을 통해 채권을 회수하는 회사다.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이 경매를 신청한 주택 경매물건도 2009년 9566건에서 지난해 1만59건으로 5% 증가했다.

2금융권의 경매물건 증가는 2011년부터 이어진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신용층 경매주택 3년새 ‘38배’ 증가

대부업체가 경매를 신청한 주택 물건이 3년새 48배나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저신용 계층의 금융창구인 대부업체가 경매를 신청한 주택이 매년 큰 폭 증가하고 있다. 법원 경매장에 등장한 서울 주택(아파트, 단독, 다가구·다세대) 물건은 지난 2009년 10건에서 2010년 80건, 2011년 231건, 2012년 484건으로 늘어났다.

최대한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집에서 쫓겨나고 있는 것이다.

하우스푸어에 내몰린 이들이 1~2금융권에서 3금융권으로 대출 갈아타기를 시도했지만 결국 파산상태에 이르고,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경매신청을 몇 개월 늦추는 등 ‘경매유예’ 조치를 취함에도 불구, 경매 물건 수는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부동산경매 전문가들은 이자 부담에 못 이겨 집을 포기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하우스푸어의 이자 부담 능력이 한계상황에 도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의 경우 대부업체가 채권자인 주택 경매 물건 중 아파트(257건)가 53.09%를 차지했다. 이어 연립·다세대(116건)가 23.96%, 단독·다가구(111건) 22.93%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NICE 신용평가정보를 이용하는 대부업체 83개사 고객의 신용등급을 조사한 결과 7등급 이하 비중은 85.7%, 1~6등급은 14.3%를 차지했다.

저신용계층이 고금리를 감수하고 집을 담보로 돈을 빌렸지만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결국 경매로 떠밀리게 된 것이다.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2금융권이 경매를 신청한 주택 경매 물건 수도 지난 2009년 9566건에서 지난해 1만59건으로 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새마을금고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새마을금고가 채권자인 서울 주택의 경매 물건은 지난 2009년 1988건에서 2010년 2110건, 2011년 2427건, 2012년 3090건을 기록했으며, 올해 2월 기준 주택 경매 물건도 510건으로 2금융권 중 가장 많았다.

한 부동산 업계 전문가는 “부동산 경기 악화 영향으로 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경매 물건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담보 물건이 경매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금융권의 부실을 가중시키는 것이어서 향후 재정건정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제1금융권 신청 경매↓, 깡통 주택↑

전문가들은 제1금융권이 경매를 신청한 서울 주택 경매 물건 수가 감소한 데 대해 “표면적으로는 줄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직접 경매에 부치는 것이 아니라 자산유동화회사를 통해 부실채권을 경매에 부치고 있어서다.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1금융권이 경매를 신청한 서울 주택 경매 물건 수는 지난 2009년 9269건에서 2010년 7847건, 2011년 6871건, 2012년 6409건으로 매년 눈에 띄게 감소했으며, 지난해(6409건) 경매 물건 수는 금융위기 직후보다 30.9%나 감소했다.

자산유동화회사를 거친 서울 소재 주택 경매 물건 수는 지난 2011년 8639건에서 지난해 1만971건으로 21.26% 증가했다. 올 2월 현재도 1805건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8.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대출금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시세를 넘는 이른바 깡통주택이 수십만 채에 달한다”며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것보다는 신용불량자가 되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집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하우스푸어 문제의 해결 없이 박근혜 정부가 추구하는 중산층 복원은 불가능하다”며 “정부조직 개편과 별개로 하우스푸어 및 부동산 거래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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