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컨설팅·자금 등 협동조합 지원방안 과제로 부상

시장 중심과 정부 주도 경제체제라는 양극단의 한계를 보완해 줄 대안경제모델인 협동조합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고 있다.

협동조합의 설립과 운영 방안을 담은 협동조합기본법이 발효된 지 100일 만에 600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꾸려졌다. 재래시장, 골목가게 등 중소상인들이 뭉쳐 골목상권 지키기에 나섰다. 퀵 기사, 대리운전 기사들도 조합을 만들어 권익 향상을 꾀하고 있다.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아동, 노인 등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협동조합도 결성됐다. 경제민주화와 '따듯한 경제'의 이상이 점차 실현되고 있다.

시행착오의 그늘도 적지 않다. 협동조합이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경제조직체임에도 막연한 환상을 갖고 뛰어드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협동조합이 아직 우리 사회에 낯선 경제모델인 탓에 조합 결성에 나선 경제적 주체의 역량이 미비하고 협동조합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인프라도 미흡하다.

전문가들은 협동조합이 창업 초기 안착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자금 지원이 필요하고 나아가 협동조합과 시민사회, 정부간 거버넌스(협치) 구축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협동조합 설립 올해 안에 2천개 넘을 듯

기획재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부처로부터 협동조합 신청·처리현황을 집계한 결과 10일까지 일반 협동조합 신청이 605건 접수됐다.

신청만 하면 설립할 수 있는 일반 협동조합과 달리 주무 관청의 인가를 받아야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의 경우 40건이 신청돼 이중 7건이 승인됐다.

여기에 협동조합의 연합체인 일반협동조합연합회 2건을 포함하면 지난해 12월 1일 이후 협동조합기본법이 시행된 지 100일 만에 647개(신청기준)의 협동조합이 만들어진 셈이다.

더욱이 설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기본법 시행 첫 달인 지난해 12월 신청건수는 136건이었는데, 올 1월에 224건, 지난달엔 248건으로 점차 늘었다.

이런 속도를 유지한다면 올 한해만 2천300여개의 협동조합이 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법 제정 당시 정부가 향후 5년 내 8천개가 설립될 것이라고 내다봤던 예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 일반협동조합 신고 현황을 보면 서울이 174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광주(95건), 경기(68건), 부산(50건), 전북(33건), 전남(28건), 경북(25건), 강원·대전(각 21건) 등의 순이었다.

내용도 다양하다.

자전거 부품판매자들이 국산 자전거브랜드 개발을 위해 모인 '서울자전거협동조합', 구두 장인들이 힘을 합친 '서울성수수제화생산협동조합', 영어강사와 소비자들이 만난 '잉쿱 영어교육협동조합' 등이 있다.

부산의 골목가게협동조합, 강원의 정선아리랑시장협동조합 등 소상공인이 뭉친 경우도 있고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전국편의점사업자협동조합을 결성해 가맹 본사에 불합리한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청소·경비일을 보는 이들이 모인 한국고령근로자협동조합,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저소득층 주민이 설립한 마중물협동조합, 결혼이주여성이 주축이 된 다문화협동조합 등 소외계층들도 협동조합을 통해 자활을 꿈꾸고 있다.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한국퀵서비스협동조합 등 경제적 약자들도 뭉쳤다.

◇협동조합 교육·컨설팅·자금지원 시급해

법 시행 100일 동안 협동조합이 양적으로 많은 성장을 이뤘지만 질적인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조합원 교육이 그중 하나다. 협동조합이 제대로 운영되려면 조합원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게 필요하고 그 핵심수단이 교육이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이 조합원 교육을 협동조합의 7원칙에 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또, 1인 1표란 민주적 운영원리로 공동의 이해를 도모하는 협동조합이 시장 경쟁체제에 익숙한 우리 사회엔 아직 낯설어 이에 대한 이해교육이 필요하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시 1호 협동조합이 된 대리운전협동조합의 경우는 양호한 편이다. 지난해 3월부터 준비모임을 결성해 구성원들이 수차례 토론하고 학습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분한 채비를 갖추지 못한 채 조합부터 결성한 사례가 적지 않다.

정상훈 희망제작소 `사회적 경제 센터장'은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조합원의 이해관계를 초기에 조정해야 한다"면서 "조합원의 동질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조합의 미션에 대한 합의가 중요한데 이런 것이 교육을 통해 이뤄진다"고 조합원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동조합이 사업체란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협동조합이란 것은 이윤을 조합원에게 혜택으로 돌리고자 하는 것이지, 이윤 자체를 추구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결국 효과적인 비즈니스모델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경영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은 "협동조합은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사업"이라며 "(이에 대한)기초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기본적인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분들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처음부터 사업을 크게 시작하는 조합은 전문적인 컨설팅을 받아야 하고, 작은 규모로 추진하는 협동조합도 소상공인진흥원과 같은 기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협동조합이 벌이는 사업의 업종에 실무가 밝은 전문가가 조합원으로 참여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협동조합의 자금 조달은 대표적인 난제다. 조합원이 조합비를 내 출자금을 만들지만 사업하는 데 돈이 부족하다. 외국의 경우 협동조합연합회 차원에서 창업 초기 협동조합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협동조합 기금이 조성돼 자금이 모자란 협동조합을 돕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직접 자금지원하는 것은 자립과 자조의 협동조합 원칙에도 맞지 않다. 정부도 협동조합에 대한 직접 지원은 꺼리고 있다.

대안으로 신용협동조합의 협동조합 지원방안이 부상하고 있다. 제도 개선을 통해 신협이 협동조합에 대출해주거나 출자할 수 있게 해주자는 것이다. 신협중앙회와 정부간에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금융지원 방안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해서 의견을 들어보는 중"이라며 조만간 구체적인 금융지원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진수 한국사회적금융연구원장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풀뿌리 금융기관이 만들어져야 한다"면서 미국의 지역재투자법과 같이 정책적으로 지역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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