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에어백 성능 검증 제도 등 안전 대책 필요


지난달 초 쌍용자동차의 ‘체어맨 W’를 운전하던 A씨는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당해 머리가 찢어지고 몸 군데군데 타박상을 입게 되는 등 전치 5주 이상의 진단을 받았다. 하마터면 머리를 크게 다쳐 생명을 잃을 뻔 했다.

그러나 고급 세단의 최고급 사양을 적용한 차량에서 10여개나 되는 에어백이 단 하나도 터지지 않은 점이 더 충격이었다. 차량은 현재 폐차 수순을 밟고 있다.

A씨는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사고를 키웠다며 제조사에 항의했으나, 쌍용자동차 측은 “충돌 당시 전방 각도와 당시 상황을 감안할 때 에어백이 터질 수 없는 환경 조건이었다”며 “에어백의 오작동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믿지 못하겠으면 직접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검증하라는 식으로 나와 A씨를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A씨처럼 자동차 충돌 시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제기되고 있는 소비자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에어백 미작동 원인을 두고 소비자와 사업자간 의견 충돌이 많아 에어백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소비자원(www.kca.go.kr)이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소비자위해감시 시스템(CISS) 및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에어백 관련 불만사례 668건을 분석한 결과, 차량 충돌 시 ‘에어백 미작동’이 78.6%(52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에어백 자동작동’ 5.8%(39건), ‘에어백 경고등 점등’ 5.8%(39건), 기타 9.7%(65건)로 집계됐다.

또한, 최근 1년간(2011년8월~2012년8월) 에어백 미작동 사례로 접수된 91건을 심층 분석한 결과, 상해 정도는 ‘전치 5주 이상’이 26.4%(24건)였으며, 전치 5주 이상 상해자 중에는 장애 6급 진단을 받거나 전신마비 등도 있어 상해 정도가 훨씬 심각했다.

사고 후 차량 처리 현황은 ‘폐차’가 38.5%(35건)로 가장 많았으며, 차량 수리비가 ‘400만원 이상’ 소요된 경우가 35.2%(32건), ‘300~400만원 미만’이 12.1%(11건)의 순으로 나타나 차량 파손 상태 또한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후 91명 중 82명(90.1%)의 소비자가 자동차 제작사에 에어백의 문제점을 제기했으나 에어백이 ‘문제있다’는 응답을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소비자와 사업자간에 에어백 미작동 원인에 대한 견해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백은 차량에 부착된 센서가 제작사에서 정한 충격량 등 전개 조건이 만족됐을 때 작동되지만, 현재 제작사가 정한 에어백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이에 대한 검증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에어백이 터지지 않는 이유에 대해 대다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에어백이 모든 상황에서 작동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에어백은 충돌 당시 기준 속도를 미달하거나 차량 손상이 심각해도 충돌 시 에너지가 분산돼 승객의 충격이 적을 경우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에어백만을 믿고 있다간 크게 다칠 우려가 크고 자칫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차량 제조사들은 안전띠와 함께 사용할 때 에어백의 효과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바꿔 말하면 안전띠가 가장 최후의 안전수단이며, 에어백은 보조수단에 그친다는 의미다.

실제로 미국 연방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사망 감소효과가 안전벨트는 45%,에어백은 13%인데 비해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동시에 사용하면 50%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소비자원은 탑승자 안전 강화를 위해 ▲제작사에서 정한 에어백 성능 검증 제도 마련 ▲충돌시험 방법 다각화 ▲중고자동차 매매 시 에어백 성능 점검 의무화를 국토해양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에게는 ▲차량 취급설명서 외에 에어백에 대한 상세 설명서 교부 ▲에어백 부품의 특수성(마모되거나 소모되는 부품이 아님)을 감안한 별도의 품질보증기간 설정 ▲에어백 성능 점검 프로그램 보급 등을 권고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비자에게는 ▲에어백은 안전벨트 보조 안전장치로써 일정 충격량 이상에서만 작동되므로 모든 충돌 상황에서 에어백이 작동된다고 과신하지 말고 ▲차량 운행 시 반드시 안전벨트를 착용하여 사고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하며 ▲취급설명서에 있는 에어백 관련 내용도 충분히 숙지할 것을 당부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에어백이 작동될 상황에서 터지지 않았을 경우 자동차 제조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또 자동차 충돌 시 주행속도가 시속 19.2㎞ 이상일 경우 반드시 에어백이 작동해야 상황임에도 작동하지 않은 경우 에어백 제조사를 상대로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