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만에 부활한 재형저축의 가입계좌 수가 나흘 만에 60만좌에 육박하는 등 큰 인기를 끄는 가운데 은행들이 앞다퉈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 당국이 제동에 나섰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지인 및 친척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고 돈을 대납하는 행위를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재제키로 했으며, 해외여행 등의 과도한 경품제공 행사도 금지시키기로 했다.

11일 금감원은 시중은행 수석부행장들을 불러 재형저축을 팔려고 과도한 판촉을 하거나 직원을 압박하지 못하도록 지도했다고 밝혔다. 이는 은행권이 가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과열 경쟁 등 불건전 행위까지 벌이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금감원 및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현재 재형저축 가입계좌 수는 60만3800개에 이르고 있으며, 잠재적인 고객 수는 9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지인·친인척 이름으로 계좌를 만들고 돈을 대납하는 행위 등 금융실명제법 위반과 이들 명의로 자폭통장을 만드는 정황 등이 포착된 데 따라 직원·영업점별로 일정 수준의 계좌를 만들도록 목표치를 할당하는 것을 금지토록 했다.

직원들이 재형저축을 많이 팔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실거래가 없는 일명 ‘자폭통장’을 마구잡이로 개설하거나 지인 명의를 빌려 통장을 만드는 불건전행위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은행 경영성과지표(KPI)에서 재형저축 판매실적을 별도로 넣거나 가점을 주는 것과 기업고객에 대출해주는 대신 재형저축에 가입하라고 강요하는 ‘꺾기’ 행위도 금지된다.

과도한 경품제공 행사도 중단된다. 일부 은행에서는 재형저축 가입 고객 중 추첨으로 외국여행을 보내주는 경품행사를 시행하며 고객 유치에 지나치게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상품설명 의무를 강화했다. 고정금리는 최초 3년간 적용되고 이후에는 변동금리를 적용한다는 점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집단민원이 발생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가입기간 최소금리를 보장하거나 고정금리가 유지되는 상품을 출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금리 결정 체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금감원도 재형저축 고금리 전략에 대해 점검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면서 은행들이 과열 양상에서 주춤하고 있다.

지난 8일 부산은행은 재형저축에 대한 최고 금리를 기존 4.2%에서 4.6%로 올리기로 했다가 금융당국의 조정으로 최종금리를 4.5%로 결정했다. 과도한 금리경쟁을 우려한 당국이 기본금리는 동결하고 우대금리만 올리는 식으로 다른 지방은행 수준에서 금리를 맞추도록 한 것이다. 부산은행의 최고금리 4.5%는 대구은행, 경남은행과 같은 수준이다.

금감원은 재형저축의 금리경쟁을 막기 위해 만기까지 고정금리를 보장하는 완전고정금리형 상품이나 변동금리로 전환되더라도 최저 금리를 보장하는 최저금리보장형 상품을 개발하는 방안을 금융권과 협의 중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재형저축은 계약기간이 7년 이상으로 길고 중도에 해지할 경우 불이익이 크기 때문에 가입 초기 금리차이에 현혹되지 말고 자신의 자금수요와 저축성향 등을 감안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은행권도 과당경쟁보다는 최소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재형저축을 판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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