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시술·다이어트 등에 사용…몇 차례 투약으로 의존 가능성 높아져


▲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미인애(왼쪽 위), 현영(오른쪽 위),박시연(왼쪽 아래), 이승연(오른쪽 아래)  
합법 시술을 빙자해 전신마취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해 온 혐의로 4명의 여자 연예인이 사법처리 됨에 따라 프로포폴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 약물은 의료진의 판단하에 피부시술·다이어트 등에 쉽게 사용될 수 있고, 월 4차례만 투약해도 의존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박성진)는 지난 13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의사 2명과 상습투약자 1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 연예인 3명을 포함한 4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방송인 현영을 포함한 4명에 대해 벌금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승연(44)씨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 지난해 말까지 보톡스 시술 등을 빙자해 111차례, 박시연(33)씨와 장미인애(28)씨의 경우 지방분해 시술 등을 빙자해 각각 지난해 말까지 185차례, 지난해 9월까지 95차례 프로포폴을 상습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적발된 연예인들을 포함해 일반인 등에게 의료 외 목적으로 91~143차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하고 진료기록부와 향정관리대장을 허위작성한 혐의(마약류관리법 및 의료법위반)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모 클리닉 대표 A씨, 청담동 모 산부인과 원장 M씨는 구속기소했다.

A씨의 경우 검찰 수사망이 좁혀오자 연예기획사 대표의 부탁을 받고 진료기록부를 파기하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해당 연예기획사 대표도 의료법위반 및 증거인멸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강한 부정은 긍정?…수사 과정 어땠나

프로포폴 불법투약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연예인들이 취한 태도는 극명하게 갈렸다.

검찰에 따르면 현씨는 깔끔하게 사실을 시인했고, 장씨는 끝까지 버텼으며 박씨과 이씨 반쯤 자백을 했다.

현씨는 앞서 지난달 검찰청사에서 벌어진 검찰 조사도 성실하게 임했으며, 검사실에 와서도 순순히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의사가 다른 연예인은 진료기록부에 프로포폴 투약내역을 빼줬는데 저는 그렇게 해주지 않아 친언니 이름을 빌려서 맞았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가장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한 연예인은 탤런트 장씨로 알려졌다. 장씨는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프로포폴이 뭔지 몰랐고, 내가 그 약물을 투약해왔는지도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장씨는 2011년 2월부터 작년 9월까지 95차례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검찰은 장씨가 버티자 한때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탤런트 박씨는 검사가 혐의를 본격 추궁하기도 전에 먼저 사실을 털어놓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박씨는 “카복시 시술과 함께 프로포폴을 맞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시술과 함께 통증 완화 목적으로 맞은 점은 감안해 달라”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탤런트 이씨도 박씨와 마찬가지로 “프로포폴이라는 것을알고 맞았지만, 의사 처방에 따라 시술과 함께 맞았다”는 취지의 반 자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류 지정 후…오남용 사례 급증

검찰은 이날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2011년 2월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래 합법을 가장해 병원에서 무분별하게 이뤄진 프로포폴 불법 오남용에 대한 최초 수사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프로포폴 중독자 양산의 주원인으로 병원에서의 오남용을 꼽으며, 무통증 시술을 찾는 고객들로 인해 수입이 증가하자 의사들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중독의 위험성을 외면한 채 프로포폴을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월 4차례 이상 프로포폴로 수면마취할 경우 곧바로 의존성이 생길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프로포폴이 마약류로 지정된 이후에도 사용량이 감소하기는커녕 오히려 증가했다고 전하며, 이는 시술과 함께 투약하면 죄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사·상습투약자의 그릇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수사 결과 구속기소된 의사 A씨, M씨도 수면마취가 필요없거나 오히려 해서는 안 되는 피부·비만시술 등에 매번 수면마취를 해 의존성을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프로포폴 등 향정신성의약품의 경우 관리대장에 투약대상과 투약량을 상세히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법률상 미비점이 드러나 향후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여의사가 집에서 홀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다 지난해 사망하는 등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 2000년대 들어 프로포폴 중독 사망자 22명 가운데 17명이 의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업 종사자였다고 설명했다. 현영씨의 경우 해당 여의사로부터 프로포폴을 투약받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프로포폴 오남용 병·의원, 투약자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며 “향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례의 경우 지위·신분에 관계없이 끝까지 엄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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