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수 있다면서 경제 활력을 위한 단기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실 상 추가경정예산 편성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통화당국에는 '독립성을 존중한다'면서도 경제 회복을 도모하려면 기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부동산 정상화에 대해선 ‘긴요한 사안’이라면서 양도세나 취득세 등 세제 손질을 통한 수요 진작을 언급했다. 정책의 우선 순위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또 앞으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경제 민주화에 기반해야 한다며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추경 여부 질의 쏟아져‥"경제 활성화 단기 대책 필요"

현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정부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3.0%)에 대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단기 활성화 대책이 요구되지 않느냐'는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의 질문에는 "같은 생각"이라고 답했고, 조정식 민주통합당 의원이 추경 검토 여부를 묻자 "경제가 심각하다는 데 동의한다"고 했다. 단 어떤 방법을 동원할 것인지는 세제, 금리, 부동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올 상반기 추경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책적인 측면에서 보면 재정, 금융 등 미시정책을 포함한 (경제)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추경을 하려면 세입 상황과 지출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책 타이밍이 중요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해, 필요할 경우 적시에 정책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경제 성장률이 7분기 연속 전기 대비 0%대에 머무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날 청문회에서는 여당과 야당 의원 할 것없이 추경 조기 집행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 후보자는 청문회에 앞서 서면 답변서에서 최근 저조한 경제 성장세를 거론하면서 "추경 편성은 거시정책 믹스(mix) 차원에서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었다.

복지지출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에 대해선 "다른 것 다 해보고 나서 해야 한다"며 "지하경제 양성화, 비과세 감면을 우선 추진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지하경제 양성화의 구체안으로는 주식의 거래와 상속, 증여를 투명화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은 독립성 중요하지만, 경제 회복 정책 필요"

현 후보자는 경제 회복을 위해선 통화 당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현 후보자는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재직 시절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한 적은 있지만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이러한 공식 입장을 내비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 후보자는 이날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냐는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 "기본적으로 금융통화위원회가 결정하지만 경제인식, 방향성에 대해서는 경제 회복 정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또 한은과 경제를 보는 시각과 의식에 큰 차이가 없어서 협의과정이 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차관이 금통위에 참석하는 '열석발언권'과 관련해 현 후보자는 "열석 발언의 의도는 재정당국과 통화당국의 정보 교환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통화당국이나 재정당국이 공통된 경제 정책을 수행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 "부동산 정상화 긴요‥관련 세제 손질 필요하다"

현 후보자는 긴요한 경제 사안으로는 부동산 정상화를 꼽으면서 양도세나 취득세 등 관련 세제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제 등을 통해 (부동산) 수요를 진작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는 양도소득세나 취득세를 좀 다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만 종합적인 측면에서 봐야한다면서 (주택이)많이 공급된 부분이 있다면 그 부분도 조정하는 등 공급과 수요 양쪽 측면에서 정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DTIㆍLTV 규제 등 부동산 과열기에 도입됐던 규제들을 푸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면 답변서에서 현 후보자는 "이 규제들은 동산 투기억제 뿐 아니라 금융차입자 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가계부채 수준 등 전반적인 경제여건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 문제는 그 규모가 소득에 비해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속도를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해야한다고 현 후보자는 밝혔다. 취약 계층에 대해선 국민행복기금 설립을 통한 채무 재조정으로 빚 부담을 점진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일자리 중심으로 경제 정상화…리더쉽 부족 지적 잇따라

현 후보자는 정책의 우선순위로는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그는 장관이 되면 가장 먼저 할일이 뭐냐는 설훈 민주통합당 의원의 질문에 "일자리 중심으로 경제를 정상화시키고 우리 성장 잠재력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 자영업자 중심으로 취업자 수가 급증한 것에 대해서는 "자영업자는 기본적으로 자생력은 갖고 지속가능해져야 한다"며 "골목상권 문제 해결과 서비스 분야 발전 등이 대책"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의 '5대 국정과제'에서 빠졌던 경제민주화는 현 후보자가 밝힌 '7대 경제과제'에 포함됐다. 현 부총리는 경제 민주화의 본질을 '공정한 경쟁'으로 정의하면서 앞으로 경제가 성장하려면 경제 민주화에 기반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 후보자는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에 대해 찬성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KDI 원장시절 SSM 규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에 대해서는 “골목상권 자생력을 올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등 재벌ㆍ대기업 규제에 대해서는 “소수 주주에 의한 횡포를 규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과거 발언과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재벌의 나름대로 경제성장 역할이 있다고 생각해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현 후보자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재직 시절 기관장 평가에서 3년 연속 미흡하다는 평가받은 점이 거론되며 리더쉽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에 대해 현 후보자는 "보충할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앞으로의 조정 능력은 어떤 면에서 보면 권위보다는 얼마만큼 설득하고 협의하는 의견일치를 갖느냐가 조정의 포인트"라고 답했다. 또 "기관장 리더십 평가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의원들의 지적에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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