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농지 저렴하게 임대하고 연리 2% 구입자금 대출

20, 30대 젊은 영농인에게 농지 임차 혹은 구입을 지원하는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 규모가 올해 더욱 확대된다.

한국농어촌공사가 펼치는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전국에서 젊은 영농인 2,164명이 농지를 지원받았다.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은 기존 농가의 소득증대를 돕고 젊은 귀농인·창업농의 농촌 정착을 지원하며 농촌고령화도 완화하는 ‘착한 사업’이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정용현(26)씨는 지난해 한국농수산대학 졸업과 동시에 농업에 뛰어들었다. 원래 공학도였던 그는 충남권 4년제 대학을 2년 만에 중퇴하고 2009년 3년제인 한국농수산대학에 다시 입학했다.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의 농사를 도왔던 정씨에게 농사는 ‘가난의 상징’ 같았지만 군 복무를 마치고 진로를 고민하다 결국 농업을 선택했다. 그런데 곧 농지 확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우리 부모님은 결혼식 사진이 없어요. 저와 누나, 여동생은 첫돌 사진이 없습니다. 어려서부터 집안이 경제적으로 어려웠어요. 그래서 농지 구입은커녕 어디 가서 돈 한푼 빌릴 엄두도 못냈죠.”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졸업을 앞두고 농지 마련을 고민하던 그에게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 안내문이 날아왔다. 농어민후계자로 지역 농어촌공사에 등록했던 덕분이었다.

정씨는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에 영농계획을 포함한 신청서를 제출해 2011년 말 지원대상자로 선정됐다.

서산·태안지사는 ‘농지은행’을 통해 확보했던 토지를 알선했다. 정씨는 집에서 가까운 충남 서산시 운산면 일대 8,200평방미터의 농지를 농지은행에서 연리 2퍼센트에 대출받아 구입했다.

정씨는 대학에서 배운 영농기술을 활용해 이것저것 재배해보고 4~5년 뒤부터 제대로 농사를 지어볼 생각이다.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사람이 먹어야 사는 한 농업은 반드시 있어야 해요. 영농인으로서 우리나라 식량 자급에 일조한다는 자부심도 있습니다.”

영농계획과 정착 가능성 평가해 지원 여부 결정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을 통해 농촌 정착을 희망하나 농지를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젊은 세대에게 저렴한 가격에 농지 임차를 알선하고 구입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신청자격은 만 20~39세의 창업농·후 계농·귀농인 등 영농의욕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젊은 세대의 농촌 정착을 지원한다는 사업 취지에 따라 3,000평방미터 초과 농지 소유자는 제외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다.

지원 신청은 영농희망지역 한국농어촌공사 지사에서 접수하며, 신청자가 제출한 영농계획과 신청자의 영농 기술, 정착 가능성 등을 평가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지원 대상자로 선정되면 거주지 및 인접 시·군의 희망농지를 5년 동안 최대 5만 평방미터까지 시세보다 저렴하게 임차할 수 있다.

현재 농지 임대료는 일반적으로 논의 경우 1마지기(2,661평방미터)에 쌀 1가마니(80킬로그램) 가격인 18만원선이다.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 지원대상자의 경우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10~20퍼센트 낮은 임대료를 적용받는다.

농지 매입을 희망할 경우 정씨의 경우처럼 장기 저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논은 3.3평방미터(1평)에 3만 원, 밭은 3만5,000원을 연리 2퍼센트로 빌려 10~30년 동안 원리금 균등 상환하면 된다.

지난해 지원자로 선정돼 2만2,000평방미터의 농지를 지원받은 전업농 이재갑(38·충주시 노은면)씨는 “폐쇄적인 농촌사회에서 아무런 인맥 없이 원하는 농지를 확보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저렴한 임대료도 좋지만 젊은 영농인이 농지를 우선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혜택”이라고 지원제도를 높이 평가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 쌀시장 개방 확대, 국내 쌀 소비 감소 등으로 인한 농지시장의 불안, 고령화에 따른 농업인구 감소, 탈농과 유휴농지 증가, 농가부채에 따른 농업경영 위기 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2005년 ‘농지은행’을 도입했다.

농지은행은 영농규모화, 농지매입·비축, 농지 임대수탁 같은 사업을 통해 사망·고령화·양도 등의 이유로 소유자가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를 농어촌공사에서 매입·수탁한 뒤 이를 전업농에게 매도·임대해 영농규모화를 꾀하고 농업경쟁력을 제고하는 사업이다.

농지은행이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을 실시하기 이전에는 영농경험이 최소한 3년 이상 돼야 지원 신청을 할 수 있어 젊은 영농인(만 20~39세)은 후순위로 밀렸다.

2011년만 해도 농지은행 지원 대상자(만 20~60세) 중 20~30대 영농인의 비율은 10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러나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을 처음 실시한 2012년 젊은 영농인이 농지은행에서 지원받은 농지 면적은 전체 지원 규모의 15퍼센트를 차지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올해 젊은 영농인의 비율을 17퍼센트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농지은행 지원 대상 64세로 높여 고령농도 배려

이와 별도로 농림수산식품부는 농지은행 지원 대상 연령상한을 기존 60세에서 64세로 높였다. 젊은 세대에게 농지를 우선배정하는 한편 농촌을 지켜온 고령농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국 농지과 최병국 과장은 “젊은 신규 영농인의 농촌 정착과 소득증대를 돕는 한편 고령농도 배려해 소외된 계층이 없도록 해나갈 방침이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농촌에서 신·구 세대가 함께 일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올해 ‘2030세대 농지지원사업’의 신규 대상자는 오는 11월 선정한다. 지원자격과 신청방법 등은 한국농어촌공사와 93개 지사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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