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축 쳐진 걸음걸이 흉한 꼴 너무 피곤해. 말도 못해. 침대 끝에 걸터앉아 밤새 한숨도 자지 못했어. 정말 퀭한 눈 시뻘개. 그런 눈으로 보지마. 날 이해 못해. 남편도! 남자들은 알 수 없어! 그 누구도 이해 못해 괴로운 불면증. 잠을 못 자! 아침 해가 떠오르네 괴로운 불면증. 잠을 못 자!”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메노포즈> 속의 대사다. 메노포즈(menopause)를 그대로 해석하면 폐경기, 갱년기다. 불면증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이처럼 갱년기에 접어든 여성들도 많다.

여성의 갱년기 ‘장애’

여성이 4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 정도까지, 생리가 점점 줄어들고 마침내 폐경이 찾아오면서 생기는 일련의 급격한 신체적 변화에 적응하는 기간을 갱년기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갱년기에 여성호르몬의 분비 감소로 인해 나타나는 증상들에 대해 언급할 때는 ‘장애’라는 말을 덧붙인다. 바로 이런 증상들 때문에 생활에 불편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심신이 안정적인 상태가 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여성호르몬의 분비 감소는 곧바로 자율신경의 정상적인 조절에 문제를 일으킨다. 주로 약간 흥분되거나 놀랬을 때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들이 수시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대표적으로 안면홍조, 가슴 울렁거림, 열이 수시로 오르는 느낌과 함께 땀이 나거나 추위를 느끼는 증상, 식욕부진, 무기력감, 두통, 자주 깜짝깜짝 놀라거나, 이유 없는 불안감, 우울한 감정 등의 증상이 있으며, 이런 증상들과 함께 불면증이 동반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갱년기 장애 증상이 있을 때 30~50% 정도는 불면증을 함께 동반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갱년기 장애로 인한 불면증을 겪는 여성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갱년기 장애로 인한 불면증의 특징

갱년기 장애로 인한 불면증은 다른 신체적 증상을 함께 동반하여 나타난다. 땀이 나고 체온이 상승하는 등의 갱년기 장애 증상 때문에 잠을 깨는 것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계속하여 느껴지는 불편함으로 인해 잠을 깨는 것이 자꾸 반복되다 보면 잠들기가 어려워지고 조금씩 밤에 잠을 자는 것 자체가 두려워지게 된다.

또, 불면증과 함께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는 것은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게 만드는데, 갱년기의 여성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환경에 대한 허탈감과 소외감까지 더해져 우울증과 불면증의 악순환을 겪는 경우가 많다.

갱년기의 불면증 다스리기

갱년기 장애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우선 이런 일련의 변화과정을 자연스러운 노화과정의 하나로 받아들이는 마음자세가 중요하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성장을 위한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듯 갱년기를 겪으면서 노화를 위한 또 한 번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런 마음으로 가벼운 운동이나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가까운 지인, 가족, 친구들과의 대화와 교류를 자주 갖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와 함께 갱년기 장애를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석류가 갱년기 여성에게 좋은 대표적인 음식이다. 석류의 씨앗을 싸고 있는 막에는 여성호르몬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이 외에도 칡, 오미자 등과 같은 넝쿨식물도 여성 호르몬을 많이 함유한 음식으로 갱년기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

불면증 전문 클리닉 자미원한의원 허정원 원장은 “한의학적으로 여성호르몬은 음의 기운으로, 남성호르몬은 양의 기운으로 볼 수 있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이 음양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균형을 유지한다. 여성호르몬의 분비가 감소하는 갱년기 장애는 한의학에서 물이 부족해지니까 불이 마구 위로 치솟는 현상으로, 음허화동(陰虛火動)이라 한다. 이런 경우는 한의학에서 자음강화(滋陰降火)라고 하는, 물을 보충해서 불길을 내리는 방법으로 치료하게 된다. 이런 한의학적 치료를 통해 갱년기 장애 증상을 완화시키고 편안한 잠을 잘 수 있게 도와 불면증도 치료하게 된다”고 설명했다.[도움말 : 자미원 한의원 허정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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