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윤상직 지식경제부 장관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는 에너지 공기업들의 방만한 운영과 지지부진한 해외사업 등에 대한 개선대책을 묻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윤 장관은 에너지 공기업들의 역량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며 구조조정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등은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에너지 공기업의 ‘낙하산 인사’를 바로잡지 않고는 제대로 된 개혁을 이루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경영과 사업에 대해 엄격한 관리·감독을 해야 할 감사와 사외이사 등이 대부분 전문성이 부족한 ‘낙하산 인사’로 채워져 있어 에너지 공기업들의 경영 악화가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 22개 기관 중 정치인 출신 감사가 최다…대부분 비전문가에 軍 출신도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22개 주요 에너지 공기업(연구원 제외) 감사들의 대다수는 전력이나 정유, 가스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이나 법률, 회계 등 관련 분야와 무관한 분야의 이력을 가진 인사들이었다.

에너지 공기업 감사들 중 절반 이상은 정치인 출신들이었다.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서의 실적부진으로 뭇매를 맞은 광물자원공사의 김홍규 감사는 강릉시의회 의원과 부의장,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 등을 거쳤다. 한국서부발전의 남동우 감사도 각각 경기도의회 의원과 청주시의회 의원 등을 역임했다. 한국중부발전의 서정식 감사도 지난 1990년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이 밖에도 한국전력기술 김장수 감사, 대한석탄공사 김동일 감사, 한국원자력연료 설영주 감사, 한국광해관리공단 김인배 감사, 한국가스기술 박성태 감사 등도 특정 정당의 직책을 맡았거나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몸 담았던 정치인 출신들이다.

에너지를 비롯한 업무 분야와 무관한 곳에서 이력을 쌓은 비전문가 출신들도 많았다. 한국동서발전의 백해도 감사는 정보통신기업인 현대씨엔씨의 부사장을 지냈고 에너지관리공단의 이규태 감사는 정보통신부 국장과 부산체신청장 등을 거친 IT 전문가다. 한전과 함께 방만한 경영으로 지적받는 한국가스공사(036460) (72,100원▼ 300 -0.41%)의 이성호 감사는 3군단장 등을 역임한 군인 출신 감사다.

▲ 그래픽=박종규
◆ ‘낙하산 인사’로 채운 에너지공기업 경영평가 성적도 바닥

비전문가 출신 낙하산 인사들로 채워진 에너지 공기업들은 경영평가에서 대부분 낙제점을 받았다.

지난해 발표된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감사 부문에서 가장 낮은 등급은 ‘E’를 받은 유일한 공기업은 한국수력원자력이었다. 당시 이 회사의 감사는 정치인 출신인 신우룡씨가 맡고 있었다. 신우룡 감사 재임 시절 직원들의 근무 소홀로 인해 잇따라 원전 가동이 중단되고 납품 비리 파문이 불거지자 한수원은 감사원 출신의 김병석씨로 감사를 교체하기도 했다.

‘D’를 받은 공기업 4곳 중 3곳도 광물자원공사,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이었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들을 공기업 감사로 기용하는 이른바 ‘보은 인사’가 시행될 경우 문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에너지정의행동’의 이현석 대표는 “에너지는 국민들로부터 거둬들은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각종 사고의 위험도 높아, 경영을 감시하는 감사나 사외이사는 더욱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며 “낙하산 감사 선임에 대한 관행이 근절되지 않으면 방만한 경영 등의 문제가 개선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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