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압박에 풀무원·CJ 판촉행사 없애


박근혜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압박에 대형마트에서 두부 할인행사가 사라지고 있다.

21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포장두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풀무원과 CJ제일제당은 최근 대형마트에서 판촉행사를 없앤 것으로 드러났다.

이를 두고 업계는 이들 업체들이 새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압박이 날로 심해지자 표적이 될까 몸을 한껏 낮추는 제스처를 취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롯데마트에서는 이달 들어, 이마트에서는 이번주부터 두부 판촉 행사가 사라졌다. 이들은 그동안 덤 상품을 얹어주는 ‘1+1’ 행사나 여러개를 싸게 파는 묶음 판매 등을 상시 벌여왔다.

앞서 동반성장위원회는 재작년 11월 포장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 확장 자제를 권고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그대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포장두부 시장은 풀무원·CJ제일제당·대상이 80% 이상을 점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지난 1년간 적합업종 지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마트에서 1+1행사와 묶음 상품 행사를 계속 벌였다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관계기관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인 지난달 말께 주요 포장두부 업체 임원급에게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기조와 더불어 동반성장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각종 규제와 조사로 맹위를 떨치면서 식품업체들이 무언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대형마트의 한 관계자는 “이달 들어 (두부업체들이) 행사를 확실히 자제하고 있다”며 “전단에 두부 행사를 싣지 말라고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정권 교체기에 밀가루 등 주요 식품 가격을 올려 집중포화를 받은 전력도 있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마케팅을 더 할 것도 없었다”며 “이미 동반위 권고를 잘 지키고 있었다”고 전했다.

포장두부는 대형마트 농산 반찬류 중 판매 1위 품목으로 밥상물가의 상징이다. 포장두부 시장은 작년 기준 3650억으로 포장김치 시장(1450억)의 3배에 육박할 정도로 크다.

할인행사가 줄면 중소업체에 판매 기회를 넓혀줄 수 있지만 당장 식탁물가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두부 외에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으로 지정된 김치, 햄버거용 빵 등 식품에 대해서도 대형마트 마케팅 및 할인행사 자제 압박이 이어질지도 주목된다.

업계는 두부의 경우 신선도와 원료 신뢰도 때문에 대기업 제품을 사는 소비자가 대다수인 점을 지적하며, 할인행사가 없어지면 이는 곧바로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한 판촉행사가 줄면 매출은 줄겠지만 마케팅비도 절감할 수 있어 업체 피해는 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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