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백화점' 오명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가 지명 38일만인 22일 자진사퇴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 파동이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장관 후보자, 이동흡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후보자부터 21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에 이르기까지 박근혜 정부 출범 한달이 채 되기도 전에 내각과 청와대에서 낙마하거나 중도 사퇴한 인사만 10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집중 공격을 받아온 장본인이 바로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였다. 역대 인사청문회 사상 최다인 30여가지가 넘는 부정 의혹 탓에 ‘비리 백화점’으로 불리며 설사 박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다 해도 국군의 수장으로서 ‘영(領)’이 안 설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특히 김 후보자에 대한 의혹 제기 중에서는 군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비밀스러운 내용들이 많아 김 후보자를 반대하는 조직적인 안티 세력이 가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올 정도였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내부에서조차 “김병관으로는 안된다”는 기류가 감지돼 청와대에 중도 사퇴를 건의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김 후보자는 그간 민주통합당 등으로부터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로비스트 활동을 한 의혹, 부대 인근 땅 투기, 천안함 사태 다음날 군골프장 이용, 수차례에 걸친 위장전입과 다운 계약서 작성, 증여세 탈루 등 부동산 의혹, 2사단 시절 내부 공사 리베이트 의혹, 부인의 군납업체 주식보유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러다가 지난 19일 자원개발업체 KMDC의 주식 3450만원어치를 보유하고도 이를 국회 인사청문회 제출 자료에서 누락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여당에서조차 “더 이상 버티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내부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업체는 지난 정권에서 자원 개발 업무를 맡았던 정권 실세가 뒤를 봐준다는 말이 나왔었는데, 김병관 후보자가 이러한 논란이 청문회에서 불거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의로 주식 보유 사실을 은폐했다고 야당 측에선 주장했다.

민주당에서는 20일 미얀마 자원 개발 사업을 따낸 KMDC 관계자 및 여당 의원들과 김 후보자가 미얀마를 방문했던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 후보자가 당시 출입국 기록에 미얀마 방문 사실만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을 추가로 제기했다.

결국 김 후보자는 계속되는 의혹 제기와 여론의 비판으로 여당 내부는 물론 청와대의 분위기조차 자신에게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판단 아래 22일 자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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