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한달 앞두고 돌연 사임…롯데제과·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은 유지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대표이사직에서 사임하고, 롯데제과와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유통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이 대표이사 사퇴에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 22일 주주총회가 끝난 뒤 가진 이사회에서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빈 회장, 이인원 부회장, 신헌 사장으로 구성된 4명의 대표이사 가운데 신동빈 회장은 물러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기존 4인 대표이사 체제에서 3인 대표이사 체제로 변경됐다.

지난 2006년 대표이사를 맡은 지 7년 만에 대표이사직 사임으로, 신 회장의 사임과 관련해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영향도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앞서 정 부회장은 지난 15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신세계와 이마트의 사내이사직을 3년 만에 사임했고, 신세계와 이마트의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났다.

정 부회장과 신 회장은 행보는 엇갈린다. 정 부회장은 자신이 올라있던 이마트와 신세계의 대표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고, 사내이사직에서도 사임했다.

반면, 신 부회장은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대표이사직 중 롯데쇼핑 대표이사직만 사임했고, 롯데쇼핑에서도 등기이사직은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신 회장의 사임이 경영일선에서 한발 물러서기 위함이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대기업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는 상황에서 기업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등기이사직을 유지하면서 경영을 해나가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또한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유통 대기업 오너들에 대한 고소·고발 사건도 대표이사 사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오는 26일, 신 회장은 다음달 26일 법원 공판에 출석해야 한다.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올 것을 요구받았으나 출석하지 않아 기소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롯데쇼핑 대표이사 사임은 전문경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다. 롯데쇼핑은 이미 신헌 대표가 주도적으로 경영해 오고 있었고, 운영도 안정화 돼 있는 상황”이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서는 것은 등기이사로 있기 때문에 크게 연관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반면 한 업계 관계자는 “상법상으로는 대표이사와 등기이사가 경영 책임에 별 차이가 없다”면서 “하지만 경영상 불법 행위에 대한 형사 책임에서는 대표이사가 의사 결정의 최종 책임을 져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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