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진, 과반수 찬성으로 해임안 가결


방송문화진흥회가 김재철(60) MBC 사장을 26일 해임했다.

MBC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는 이날 오전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임시이사회를 통해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과반수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전체 이사 9명 중 5명이 찬성하고 4명이 반대했으며, 기권은 없었다.

방문진이 MBC 사장 해임을 결정한 것은 1988년 방문진 설립 후 처음으로, 이번 김재철 사장의 해임안 결의 사유는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 침해 ▲운영제도 위반 및 공적책임 방기 ▲관리감독기관인 방문진에 대한 성실 의무 위반 ▲대표이사 직위를 이용한 문화방송의 공적 지배제도 훼손이다.

특히 지난 22일 김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인사 내정자를 전격 발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김 사장은 김문환 신임 방문진 이사장과 따로 만나 인사안을 전달했을 뿐 이사회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고, 이에 방문진 이사들은 거세게 반발하며 이튿날 여야 추천 6명 명의로 해임안을 발의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김 사장은 1시간에 걸친 소명을 통해 “이사장이 양해하고 동의한 것으로 해석했다”라며 “관리지침 절차 위배를 인정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방문진의 위임을 받은 사장으로서 도리와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며 “주총 시간에 쫓겼고, 인사 청탁에 시달리다보니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이사들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야권 측 최강욱 이사는 이사회 후 “김 사장이 공영방송의 지배구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를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주주총회 의결 절차가 남아있지만 방문진이 전체 지분의 70%를 보유한 최대주주라 해임안 가결로 김 사장의 해임은 사실상 확정됐다. 김 사장의 임기는 2014년 2월 주주총회까지였다.

방문진은 조만간 지분 30%를 보유한 정수장학회와 주주총회를 열어 사장 해임을 확정할 예정이다. 주총에서 해임안이 통과되면 공식적으로 사장 지위가 박탈되며 당분간 안광한 부사장이 사장 직무대행을 할 예정이다.

방문진은 우선 29일 오전 10시 후속 조치 논의와 2012년 MBC 결산을 위한 임시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1979년 공채 14기로 보도국에 입사한 후 정치부, 도쿄 특파원, 보도제작국장 등을 거쳐 울산과 청주 MBC 사장을 역임한 뒤 2010년 2월 엄기영 MBC 사장이 사퇴하면서 사장에 선임됐다.

김 사장은 재임 기간 각종 논란과 구설이 끊이지 않았다. 취임 한 달 만인 2010년 3월에는 김우룡 당시 방문진 이사장의 이른바 ‘큰집’ 발언의 당사자로 거론되며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2011년 7월에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진주·창원 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한 데 대한 항의의 표시로 방문진에 사표를 제출했다 방문진이 재신임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작년 초 법인카드 유용과 무용가 J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노조로부터 배임 혐의로 고발당했다. 작년 11월에는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논의로 인해 세 번째 해임안이 상정됐으나 정치권의 외압 논란 속에 부결됐다.

김 사장은 재임기간 두 차례 파업을 치렀다. 2010년 4월 인사권을 둘러싼 노조와 갈등으로 40일 간 파업이 있었고, 작년에는 MBC 역사상 최장기인 170일의 파업을 겪었다.

파업 후 치러진 대규모 인사는 파업 참가자들을 직무와 무관한 부서로 대거 발령내 보복인사라는 비난을 받았고, MBC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은 195억원에 달하는 소송액으로 논란을 빚었다.

한편, MBC 노동조합은 김재철 사장 해임에 대해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성명에서 “늦었지만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다”라며 “방문진은 방송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차기 사장을 물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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