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일가 지배구조 변화·한진해운 지분 처리에 ‘관심 집중’


한진그룹이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을 지주회사로 전환함에 따라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고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분할 계획을 승인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투자사업부문이 떼어져 나온 지주회사 한진칼홀딩스와 항공사업을 하는 대한항공으로 나눠지게 된다.

한진칼홀딩스는 자회사의 사업을 관리하고 임대업과 함께 브랜드·상표권 등을 관리하며, 한진칼홀딩스와 대한항공은 순 자산 기준으로 약 2: 8 비율로 분할된다.

대한항공은 올 6월 말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분할안을 승인받고, 8월 1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한진그룹 측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 핵심 사업의 집중 투자가 가능하고 구조조정이 용이해진다”며 “경영 위험이 분산되고 사업 회사별 독립적인 경영이 가능하도록 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모두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순환 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진그룹의 지배구조는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의 3단계로 이뤄진 순환 출자 구조였지만 지난 1월 대한항공이 한진관광 투자부문을 흡수·합병해 순환 출자 구조를 1단계 줄였다. 남은 과제는 이들 3개사의 연결구조를 2단계로 단순화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한진칼홀딩스와 정석기업, 또는 한진과 정석기업을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비용 측면에서 보면 한진과 정석기업을 합병한 뒤 조 회장이 이를 통해 한진칼홀딩스를 지배하는 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이 방식은 조 회장이 한진칼홀딩스를 직접 지배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5000억 원 정도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우선 지주사 전환으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771%다.

일각에서는 오너 지배력을 강화하고, 3세 승계 비용을 줄이려는 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 지분율 9.7%를 비롯해 한진(6.9%), 정석기업(27.2%) 등 주요 계열사 지분을 두루 갖고 있다. 조현아·원태·현민 등 조양호 회장의 3남매가 보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지분은 각각 0.1%에 불과하다.

한진칼홀딩스를 중심으로 지주회사 정비에 나설 경우 현재보다 적은 비용으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이 한진그룹과 한진해운그룹과의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주목된다. 한진해운그룹은 조 회장의 동생인 고(故) 조수호 회장 부인인 최은영 회장 체제로 사실상 독립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지주회사와 대한항공 양사로 분리될 때 어떤 식으로 한진해운홀딩스 지분을 처리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대한항공측은 이번 지주사 전환 결정에 대해 “기업 가치와 주주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며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돼 지배 구조 투명성이 높아지게 된다”고 밝혔다.

또 “지주회사는 자회사 관리와 신규 사업 투자에 집중하고 사업회사는 독립적인 경영 및 성과 평가에 집중하는 자율 경영 체제가 확립되면서 경영의 효율성 및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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