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일 발표한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지원 대책은 서민의 주택관련 빚부담을 줄여주자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는 사실상 공적자금 형태로 빚부담에 시달리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과도한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상환 부담을 완화해주고, 전세를 얻기 어려운 세입자에게는 대출 금리를 낮춰주는 방식으로 거주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대책이 공약 수준에서 한층 진보해 다양하고 심도 있는 방안이 나왔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하우스푸어 등 이른바 집관련 부실자들을 위한 대책들은 실효성 측면에서 제한적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고 정부가 빚을 대신 갚아주는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하우스푸어는 채무재조정, 매입후 재임대 통해 지원

하우스푸어 지원 방안은 주택 보유 희망 여부와 연체 위험 등에 따라 3가지로 차등화됐다.

첫째, 주택보유 희망자 가운데 연체우려가 있거나 단기 대출 연체자에 대해 금융권이 대출 상환 기간을 연장해주거나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을 하는 등 채무를 재조정해주는 방안이다.

담보대출인정비율(LTV) 규제 적용도 예외해줌으로써 채무를 재조정할 때 담보(집값) 가치가 떨어졌더라도 처음 대출을 받을 때 대출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대출을 3개월 이상 연체한 사람에 대해서는 캠코(자산관리공사)가 부실 주택담보대출채권을 사주고 원금상환 유예나 장기분할상환 전환 등 채무조정을 해준다.

캠코가 부실채권을 전액 매입할 때는 집주인에게 보유지분매각 옵션을 제공토록 할 계획이다.

다만 총 1천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추후 성과를 평가해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또 85㎡ 이하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연소득 5천만원 이하, 대출 2억원 이하 등 일정 조건을 갖춘 정상차주의 대출채권은 주택금융공사가 매입해주는 방안이다.

공사는 은행금리 수준의 이자만 받고 원금상환을 최장 10년간 유예해주기로 하고 올해 1조원 한도로 추진할 방침이다.

두번째 지원책으로 아예 전용 85㎡ 이하 아파트 매각을 희망하는 하우스푸어를 위해선 임대주택 리츠가 아파트(전액 또는 일부지분)를 사주고 5년까지 재임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1차적으로 500가구에 한해 추진된다.

원소유주는 주변시세 수준의 임대료만 내고 거주하다가 형편이 나아지면 다시 사들일 수 있도록 재매입 우선권도 갖는다.

이는 현재 정부가 부실기업들에 유동성을 지원해주기 위해 이들이 소유한 건물을 사준 뒤 재임대해주고 3∼5년 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과 유사하다.

다만 원소유주가 다시 사들이지 않는 주택은 리츠가 시장에 내다팔고, 여기서도 팔리지 않은 주택은 LH가 사들여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리츠가 사들이는 주택 등에 대해선 종부세 감면, 취득세 면제, 재산세 최저세율(0.1%) 부과 등 혜택이 부여된다.

셋째, 50세 이상 은퇴자의 대출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의 주택연금 가입대상 연령을 60세에서 50세로 낮추고 일시인출한도도 50%에서 100%로 확대하는 방안도 시행한다.

이 방안이 시행되면 소득이 없는 50세 이상 은퇴자는 주택연금 일부 또는 전부를 일시금으로 받아 주택담보대출 등 부채상환에 쓸 수 있다.

일단 1년 한시 시행 후 연장해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하우스푸어가 느끼는 어려움의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기준이 없고 가구마다 처한 상황이 달라 지원 대상을 획일적으로 정하기 어려웠다"며 "이번 대책은 주택담보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가구들이 채무조정을 통해 정상적으로 빚을 갚고 생활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 렌트푸어 지원…목돈 안드는 전세 추진

렌트푸어 지원은 전세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느끼는 세입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전세대출를 이른바 담보 대출로 바꿔 금리인하나 한도확대를 해주는 게 골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목돈 안드는 전세'는 두 가지로 나뉜다.

첫번째 집주인 담보대출방식은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납부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전세금을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는 방안이다.

주택담보대출을 받기 때문에 금리는 낮추고 대출은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권은 수도권에선 5천만원, 지방은 3천만원 한도로 대출을 할 수 있다.

정부는 활성화를 위해 집주인에게 대출에 대한 소득세 비과세, 이자 납입액의 40% 소득공제, 양도세 중과폐지, 대출규모에 비례한 재산세·종부세 감면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할 계획이다.

추가로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고쳐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도 추진된다.

전세보증금은 현재 세입자가 우선변제권을 갖고 집주인으로부터 받을 수 있지만 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면 신용대출 등으로 주택담보대출보다 높은 6∼7%의 금리로 받아 이자부담이 상대적으로 높다.

그러나 세입자가 보증금 반환청구권을 금융회사에 양도하면, 금융회사는 보증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갖는 대신 담보력을 확보함으로써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전세대출 금리가 2%포인트 내려갈 것으로 기대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세입자가 받는 전세대출은 신용대출로 금리가 6∼7%로 주택담보대출 금리(4% 이하)보다 높다"며 "법 개정을 통해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을 추진하면 세입자의 보증금에 담보력이 생겨 금리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주택기금의 전세자금 지원도 확대한다.

소득요건은 부부합산 소득 4천만원에서 4천500만원으로 늘어나고 대출한도는 수도권의 경우 8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된다.

지원금리은 3.7%에서 3.5%로 인하, 전세금 증액부분도 추가 대출해주기로 했다.

◇ 도덕적해이 확산 우려, 실효성 '제한적'

전문가들은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대책이 대선 당시 공약 수준보다 상당히 세밀해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전반적으로 대책 실효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하우스푸어 주택 매입 대책은 시가가 아닌 감정평가로 결정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꺼릴 수 있다.

한계 상황에 도달한 일부 집주인만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집 주인이 동참해줘야 하는 렌트푸어 대책도 세금을 많이 내는 다주택자에게는 세혜택 등 유인책이 마련됐지만 다가구주택 소유자나 1∼2주택 소유자 입장에선 별 유인책이 없어 선뜻 나서지 않을 수도 있다.

렌트푸어 전세대출 한도도 수도권 5천만원, 지방 3천만원으로 제한돼 새로 전세를 얻는 세입자보다 전세금 인상분에 한해서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하우스푸어의 경우 너도나도 빚을 갚아달라는 도덕적해이가 확산하지 않도록 지원 대상을 자활의지가 있는 사람과 투기 목적이 아닌 실거주 목적의 구입자로 제한했지만, 반대 효과는 있을 것으로 시장은 우려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혜택을 입는 대상 등이 제한적이어서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며 "자칫 정부가 지원해 부실 대출자들의 대출 부담을 덜어주는 대책이라는 인식이 확산할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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