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노선을 놓고 북한 전문가들은 "표현은 '병진'인데 방점은 '핵무력'에 찍혔다"고 평가했다.
2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회의 당시 발언도 '핵무력' 위주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핵보유국' 구체적으로 법제화
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선 '병진 노선'에 따라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이 채택됐다.
이 법 제2조에는 "(북의) 핵무력은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고 돼 있다.
이 법은 또 5조에서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북이 말하는 적대적 핵보유국은 미국, 야합했다는 나라는 한국"이라며 "결국 한국이 핵 공격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로 가동 시 매년 핵폭탄 1개
북한의 5㎿ 흑연감속로(원자로)는 '북핵'의 상징적인 존재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될 때부터 북한의 5㎿ 원자로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북한은 2006년 10월, 2009년 5월 실시한 1·2차 핵실험에 쓴 플루토늄을 모두 이곳을 거쳐서 추출했다. 올해 2월의 3차 핵실험도 이곳에서 나온 플루토늄을 썼을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2007년 10월 3일 북핵 6자회담의 "영변의 5㎿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 시설(방사화학실험실) 및 핵연료봉 제조 시설의 불능화는 2007년 12월 31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는 합의를 의미 있게 여겨왔다.
하지만 북한이 이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고 나옴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자체가 이젠 재가동할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북한이 영변의 5㎿ 원자로가 노후했지만, 재가동할 경우 1년에 플루토늄 약 7㎏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북한은 2009년 당시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를 끝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플루토늄을 다시 추출하기 위해서는 흑연감속로를 다시 돌려야 한다. 핵시설을 '재정비, 재가동'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실제 이 원자로를 가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플루토늄양은 그 절반 수준인 3~4㎏ 내외라는 분석도 있다.
중간에 몇 년씩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는 데다 1986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가까이 유지하는 바람에 시설이 낡았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관계자는 "2005~2007년 당시 가동률을 5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주요 부품의 성능이 떨어져 있는 데다 방사선에 오염돼 있어 완전 해체 수준으로 재정비하지 않는 한 가동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5㎿ 원자로 바로 옆에 100㎿ 규모의 경수로를 80% 이상 지은 상태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와 100㎿를 동시에 운용하면서 협상 때 살라미 전술(협상 때 한 카드를 여러 개로 쪼개는 전술)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수로는 핵연료를 공급해서 추출하는 플루토늄의 양이 적어 효율이 낮다.
신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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