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2일 '영변 5㎿ 원자로 재가동' 조치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3월 31일)에서 채택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竝進) 노선'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이 노선을 놓고 북한 전문가들은 "표현은 '병진'인데 방점은 '핵무력'에 찍혔다"고 평가했다.

2일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회의 당시 발언도 '핵무력' 위주의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핵보유국' 구체적으로 법제화

1일 북한 최고인민회의(국회 격)에선 '병진 노선'에 따라 '자위적 핵보유국의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데 대한 법'이 채택됐다.

이 법 제2조에는 "(북의) 핵무력은 공화국에 대한 침략과 공격을 억제·격퇴하고 침략의 본거지들에 대한 섬멸적인 보복타격을 가하는 데 복무한다"고 돼 있다.

이 법은 또 5조에서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해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안보부서 관계자는 "북이 말하는 적대적 핵보유국은 미국, 야합했다는 나라는 한국"이라며 "결국 한국이 핵 공격 대상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자로 가동 시 매년 핵폭탄 1개

북한의 5㎿ 흑연감속로(원자로)는 '북핵'의 상징적인 존재다. 1993년 1차 북핵 위기가 시작될 때부터 북한의 5㎿ 원자로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아왔다.

북한은 2006년 10월, 2009년 5월 실시한 1·2차 핵실험에 쓴 플루토늄을 모두 이곳을 거쳐서 추출했다. 올해 2월의 3차 핵실험도 이곳에서 나온 플루토늄을 썼을 것으로 보는 분석도 있다.

이런 심각성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2007년 10월 3일 북핵 6자회담의 "영변의 5㎿ 실험용 원자로, 재처리 시설(방사화학실험실) 및 핵연료봉 제조 시설의 불능화는 2007년 12월 31일까지 완료될 것"이라는 합의를 의미 있게 여겨왔다.

하지만 북한이 이 합의를 완전히 파기하고 나옴에 따라 북핵 6자회담 자체가 이젠 재가동할 동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는 북한이 영변의 5㎿ 원자로가 노후했지만, 재가동할 경우 1년에 플루토늄 약 7㎏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핵무기 1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북한은 2009년 당시 폐연료봉 8000개 재처리를 끝냈다고 발표했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북한이 플루토늄을 다시 추출하기 위해서는 흑연감속로를 다시 돌려야 한다. 핵시설을 '재정비, 재가동'해 플루토늄을 추출하려면 6개월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실제 이 원자로를 가동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플루토늄양은 그 절반 수준인 3~4㎏ 내외라는 분석도 있다.

중간에 몇 년씩 가동을 중단한 적이 있는 데다 1986년부터 2007년까지 20년 가까이 유지하는 바람에 시설이 낡았기 때문이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관계자는 "2005~2007년 당시 가동률을 5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며 "주요 부품의 성능이 떨어져 있는 데다 방사선에 오염돼 있어 완전 해체 수준으로 재정비하지 않는 한 가동률을 높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은 현재 5㎿ 원자로 바로 옆에 100㎿ 규모의 경수로를 80% 이상 지은 상태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와 100㎿를 동시에 운용하면서 협상 때 살라미 전술(협상 때 한 카드를 여러 개로 쪼개는 전술)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수로는 핵연료를 공급해서 추출하는 플루토늄의 양이 적어 효율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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