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용산 포기땐, 서부이촌동 2200가구 보상 길 막혀

국토교통부가 2일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 31조원 규모의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을 사실상 포기하라는 방침을 통보했다. 그동안 정부는 이번 사업에 대해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     © 중앙뉴스
국토부는 이날 코레일에 공문을 보내 용산 사업과 철도 운송사업 회계를 분리하고 용산 사업 전용 통장을 별도로 개설할 것을 지시했다. 국토부는 또 용산 사업과 관련한 자금 차입이 필요할 경우 이를 회계상에 명시하라고 지시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별도 통장을 개설하게 되면 앞으로 용산 사업을 하기 위한 자금 차입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국토부는 용산 사업에 대해 코레일이 자체적으로 사업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을 지켜봐 왔다. 하지만 최근 정부 내부적으로 입장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정부가 용산 사업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간접적인 방법을 동원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게 국토부의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이 정부 방침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사업 정상화를 추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코레일은 사업 자금이 바닥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방침대로 용산 사업 통장을 따로 만들면 정상화에 필요한 최소한의 자금인 2600억여원을 금융권에서 차입하기가 힘들어 현실적으로는 사업 진행이 어려워질 전망이다.

국토부는 현재로서는 용산 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해 차라리 사업을 청산하고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용산 사업은 어차피 추가 자금을 넣어봐야 시한부 생명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만약 코레일이 정부 방침을 수용해 사업을 포기하게 된다면 이 사업은 최종 부도 처리된다. 이 경우 이 사업 부지에 포함된 서울 서부이촌동 2200가구 주민들은 보상을 받을 길이 없어지고, 사업에 투자했던 코레일을 포함한 30개 출자사는 1조원의 자본금을 날리게 된다. 주민들과 출자사 간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코레일도 용산 사업이 부도 나면 미리 받은 땅값 2조4000억원을 금융권에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부채가 대폭 늘어나 재무구조가 불안해진다.

코레일은 당초 오는 4일까지 출자사 전원의 동의를 받아 5일 용산 사업 출자사들의 주주총회를 통해 사업 정상화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프로젝트는 코레일 소유의 서울 용산 옛 철도정비창 땅과 주변 서부이촌동 일대 사유지를 묶은 52만㎡에 세계적인 업무·상업·주거 복합 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2007년부터 지금까지 투자된 돈은 4조원 안팎이다. 아직 건물은 착공도 하지 못했다. 돈 대부분이 땅값과 금융 이자를 내는 데 들어갔다.

결국 지난 13일에는 52억여원의 금융 이자를 막지 못해 디폴트 상태에 빠졌다. 코레일은 이후 사실상 공영개발 형태의 사업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