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100일, 총리,장·차관들 세종시서 보기 어렵다.
 
겉도는 세종청사, 업무보고, 부처회의 서울서 대부분 열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아침마다 집무실이 아닌 귀빈실로 출근 한다. 현오석 장관의 집무실은 세종시 재정부 청사 안에 있다. 그러나 현오석 부총리의 주 활동무대는 세종시가 아닌 서울 중구 다동 청계천변 19층짜리 예금보험공사 건물의 15층에 있는 귀빈실이다.

청와대와는 2㎞ 이내의 지척에 있다. 현 부총리는 지난 2월 17일 후보자로 지명된 뒤 10평 남짓한 이곳 귀빈실에서 주로 업무를 보고 있다. 바로 옆 소회의실은 비서진과 서울을 오가는 실·국장들의 사무공간이다. 업무의 편리함 때문에 최근에는 아예 예금보험공사와 임대차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연말까지 이곳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부총리뿐이 아니다. 추경호 재정부 1차관은 명동 은행연합회 건물 9층에, 이석준 2차관은 광화문 정부 서울청사 10층에 각각 사무실을 마련했다. 이처럼 세종시는 장관들의 형식적인 집무실일뿐 실제 행정실무를 보는 곳은 결국 청와대와 가까운 서울 일 수 밖에 없다.

지난달 29일로 출범 100일이 지난 세종청사는 이처럼 겉돌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초 책임 총리, 책임 장관을 주문 했지만 지금의 현실은 박 대통령의 주문처럼 그리 녹녹치 않다. 결국 책임 총리와 부총리를 비롯한 장·차관들은 청와대가 가까운 사대문 안에 사무실을 두고있어 사실상 상주할 수 밖에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에따라 세종청사 집무실을 지키는 장관들의 비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서울 출장 중이십니다”이다. 현 부총리는 지난달 22일 취임 이후 단 두 차례 세종청사를 찾았다. 2월26일 취임한 정홍원 국무총리도 세종시에서 근무한 날이 6일에 불과하다.

세종청사 총리, 장·차관이 서울에 상주하다시피 하는 건 어쩔수 없는 구조상‘부처 간 회의’ 때문이다. 대통령 업무보고는 물론 국무회의와 차관회의·경제관계장관회의·대외경제장관회의, 청와대 정례보고 등이 서울에서 열린다. 장·차관이 서울에 있으니 세종청사 국·과장들의 서울 출장은 전 정부보다 더 잦아졌다. 재정부의 한 국장은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월~금 5일 중 3일은 서울에서 업무를 본다”며 “세종에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폐단을 줄이기위해 서울과 시간적 요인과 거리를 좁힌다는 취지의 ‘영상회의’는 개점 휴업 상태에 있다. 올 1, 2월 영상 국무회의와 차관회의가 각각 한 차례 열렸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론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55억원짜리 국무회의장 영상회의 장비에는 먼지가 쌓이고 있어 국비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도 무시 할 수 없는 실정이다.

세종청사 5동에 있는 청사 공용 영상회의실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1월에 일곱 번 사용됐지만, 2월에 4건으로 줄었다. 지난달엔 영상회의가 단 한차례만 열렸다. 부처마다 별도로 있는 영상회의실도 사용 실적이 전무하다. 이러니  공무원들이 서울~세종을 오가는 비효율적인 업무로인해 시간과 비용이 눈덩이처럼 커져가고 있다.

재정부의 한 달 출장비는 3억원에 달한다. 부처 이전이 완료될 올 연말이면 공무로 서울을 오가는 출장비가 연간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출퇴근 지원 경비도 예상보다 많다. 안전행정부 청사 관리소에 따르면 세종청사에서 운행하는 출퇴근 버스는 매일 100여 대에 달한다. 수도권 노선은 이용자가 많은 월요일에 58대, 금요일에 50대가 다니고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40대가 운행된다. 세종시 인근 노선 버스도 매일 41대가 다닌다. 이러다 보니 당초 버스 임차료로 책정된 예산은 74억5300만원이지만 조만간 바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영상회의에 대한 회의론도 붉어지고 있다. 세종청사의 한 공무원에 의하면 “영상회의가 비효율을 줄인다고 알려졌으나 직접 운영을 해본 결과 너무 의사소통이 안 된다”며 영상회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예전에는 회의가 끝나고나면 직원들간 식사자리를 통해 소통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영상회의는 이러한 문제를 전혀 해결 하지 못한다고 했다.

장·차관들이 서울로 가는 또 다른 원인은 책임행정과 거리가 먼 청와대 중심의 국정운영 방식 때문이다. 지난 1일 부동산종합대책은 사실상 서울에서 발표됐다. 이날 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가 부동산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같은 시각 청와대에서 조원동 경제수석이 ‘백브리핑’을 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가 2013년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을 때도 조 수석이 똑같은 브리핑을 했다.

이처럼 청와대와 부처간의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로 인해 세종청사의 기능이 다소 처음의 의도와는 달라질수가 있는 경우수도 정부는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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