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놓고 새 정부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이 대립하고 있다.

정부가 공기업인 코레일의 용산사업 주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지만 코레일은 사업 추진을 강행할 방침이어서 수서발 KTX 민영화 문제를 놓고 빚어졌던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2개월도 안된 민감한 시기라는 점에서 파장이 커질지 주목된다.

◇ 정부-코레일, 용산사업 회계분리·공영개발 놓고 '이견'

3일 국토부와 코레일, 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초기 국토부와 코레일 간 갈등에 불을 지핀 것은 코레일이 주도권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용산사업이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한 용산사업은 출자사들 간 갈등과 서부이촌동 주민 보상 문제 등으로 새 정부 출범 전부터 국가적인 이슈로 등장했다.

먼저 국토부가 "전문성이 부족한 코레일이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것은 우려스럽다는 전문가 지적을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며 코레일에 철도운송사업과 비운송사업 간 회계를 분리하라고 지시했다.

회계 분리는 용산사업 등 부대사업으로 자금난이 생기면 본업인 철도운송사업으로 재무 위기가 번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조치였다.

매년 적자에 시달리는 코레일이 용산개발 토지매각 기대이익금을 수익으로 자본에 반영해 재무상태를 형식상 안정적으로 만들어놨지만 용산사업으로 자칫 부실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코레일에 통장(계좌)도 별도로 만들어 자금 유입도 차단하라고 지시했다.

철도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이나 유동성을 용산사업에 투입하지 말라는 얘기다.

그러나 코레일은 국토부가 두 차례에 걸쳐 요구한 회계 분리와 통장 분리에 대해 사실상 불가 입장을 전달했다.

코레일의 한 관계자는 "용산사업으로 인한 재정부담과 수익성 악화,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법에 따라 회계를 분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통장을 분리하라는 요구는 법에 근거가 없는 만큼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국토부의 지시는 용산사업을 추진하되 현명하게 대응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으며 '사업을 하지 말라' 등의 의미는 아닌걸로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국토부 측은 "지난 1일까지 회계분리 대책을 내라고 했더니 코레일이 지금은 어렵고 용역을 줘야 한다고 했다"며 "사실상 (분리를) 못하겠다는 의미로 이해한다"며 편치않은 심기를 드러냈다.

국토부는 또 용산사업의 공영개발을 추진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을 코레일로부터 전달받았지만 이를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고 있다.

코레일 측은 용산사업과 관련, 연말까지만 주도권을 갖고 추진한 뒤 민간에 넘겨줄 계획이며 공영개발을 추진할 의도는 없다는 입장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이에 국토부는 "코레일이 찾아와 증자 등으로 용산사업을 공영개발로 추진할 의도가 없다고 답해, 빨리 회계를 분리하라고 했던 것"이라며 "하지만 코레일이 최근 용산사업 담당 임원을 늘리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움직임을 보여 공영개발 포기 의도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 코레일, 용산사업 정상화 계획대로 추진 방침

코레일은 일단 계획대로 용산사업 정상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레일은 4일까지 29개 출자사들로부터 용산사업 '특별 합의서'에 대한 의견을 취합하기로 했다.

이어 5일 자산관리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의 이사회와 주주총회, 시행사인 드림허브 프로젝트금융회사(PFV) 이사회와 주총을 열어 특별 합의서 통과를 강행하기로 했다.

용산사업 정상화는 29개 출자사들이 코레일이 마련한 특별 합의서에 동의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코레일은 이런 과정을 거쳐 특별 합의서를 토대로 용산사업 계획을 다시 짠 뒤 대표 건설사에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전권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코레일 측은 "특별 합의서가 마련되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말까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사업성을 확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몇몇 출자사들이 특별 합의서 내용에 반발해 반대 의견을 낼 것으로 보여 다소 진통이 예상된다.

진통이 있더라도 용산사업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만기일인 6월 12일 전까지만 마무리해 자금을 수혈하면 문제는 없다.

그러나 만기 도래한 ABCP를 갚지 못하면 결국 파산이나 법정관리 등의 절차를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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