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클릭'해서 망했다는 문희상과 민주당 논쟁 불씨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중앙일보 인터뷰가 민주당 486세대들에게 논쟁의 불씨를 제공했다.
소장파들은 “정체성 지켜야”한다며 반발하는등 세대 대결 양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자칫 내부 갈등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최대 현안은 진보로 갈 것인가 중도 개혁으로 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점에 다다랐다. 이는 결국 민주통합당에서 정체성 논쟁이 불거지고 있는 이유다.

이번 논쟁의 불씨를 제공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이“좌클릭해서 망했다며 당의 정체성에서 중도개혁의 색깔을 진하게 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부터다. 문 위원장은  “중산층과 서민을 지향하는 중도개혁이 ‘김대중 평민당’ 이래 우리 당의 기본인데 이를 어기고 왔다 갔다 하는 통에 우리가 신뢰를 잃었다”고 언급하면서 수면위로 떠 올랐다.

문 위원장의 인터뷰 발언을 접한 486세대인 진성준 의원(초선)은 3일 라디오 방송에서 “당의 좌클릭이 문제였다는 진단에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당의 진보적인 정체성과 노선은 분명하게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진보적 노선을 어떻게 국민 생활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구사할 것인가에 있다”며 “당내에서 중도·진보 노선 논쟁이 본격화하면 자신은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의 노선투쟁은 세대 대결로 흐를 조짐이다. 당내 원로 및 중진 그룹은 중도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데 비해 486 등 소장파 그룹은 좀더 혁신된 진보 Sistem을 유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486세대인 김기식 의원(초선)도 동조하고 나섰다. “선거 캠페인에선 중원으로 향하는 게 당연하지만 이를 정체성 변경으로 혼동해선 안 된다”고 했다. 486그룹의 한 의원은 “중도는 목적이 아니라 방법”이라며 “당의 정체성을 중도로 향한다는 주장은 실체 없는 무지개”라며 반발했다.

여기에 당 대표 출마를 선언한 강기정 의원도 “정체성과 관련해 당의 새 강령에 중도를 넣을 필요는 없다”고 밝혔고, 홍영표 의원도 “일부 개별 사안을 놓고 당의 정책을 논의할 수는 있어도 큰 방향에서 중도개혁 노선으로 바꾸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며 거들고 나섰다.
 
이들은 민주당내에서 대부분 486 운동권 출신이면서 당 주류로 분류되고 있는 의원 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과는 달리 문 위원장을 비롯해 정대철·이부영 고문 등 원로 그룹들의 입장은 다르다. 이부영 고문은 이날 “민주당의 복지, 경제민주화 이슈를 내려놓아선 안 되겠지만 스펙트럼을 더 넓힐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철 고문도 지난달 19일 한 포럼에서 “민주당은 개혁을 계속 추구하되 중도와 중도우파의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소 중도성향의 박기춘 원내대표 등 중진 그룹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을 중심으로 장외집회 반대, 종편 출연 금지 해제 등의 결정이 이뤄졌다. 호남권 일부 의원도 중도개혁론에 공감한다.

황주홍 의원(초선)은 “중도개혁주의가 민주당의 노선”이라며 “민주당은 엘리트 전위정당이 아니라 국민 정당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도에 무게를 두는 이들 가운데는 50대 이상에 비운동권·관료·전문가 출신이 많다. 이들은 민주당을 지켜온 자존심이기도 하다.

논쟁의 불씨속에 중진 원로 대 소장파, 비주류 대 주류의 노선투쟁 성격을 띠고 있는 중도개혁 논쟁의 이면엔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미묘한 색깔 차이도 깔려 있어 세심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김동철(광주·3선) 의원은 “민주당은 새정치국민회의 때 이미 중산층·서민의 정당임을 선언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인 지난 10년간 중산층에 불안감을 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정체성 논쟁은 당의 강령 개정, 4월 재·보선, 5월 전당대회 등의 정치 스케줄과 맞물려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민주당 일각에선 노무현 정부 시절 벌어졌던 개혁파와 실용파의 일명‘난닝구-빽바지’ 논쟁이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올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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