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례가 드물게 큰 폭으로 하향 조정했지만 금융시장은 가시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발표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주요 증권사 중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곳은 아직 한 군데도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의 명분을 확보하려고 지나치게 낮은 전망을 제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국내 10대 증권사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2.8%로 나타났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제시한 2.3%보다 0.5% 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10개 증권사 중 정부와 마찬가지로 2%대 초반을 예상한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2.3%) 한 곳 뿐이었다.

7개 증권사는 2% 후반대 성장을 전망했고, 전망치가 3%선을 넘긴 경우도 두 곳이나 됐다.

증권사 3곳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조만간 하향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정부 전망치보다는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투자증권은 현재 3.1%에서 2% 후반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8%에서 2%대 중반으로 각각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증권사들의 전망치가 차이를 보이는 까닭에 대해서는 업계 내부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례적으로 전망치를 큰 폭으로 낮춘 데 정치적 의도가 개입됐다며 그 부작용을 우려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추경편성을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해 너무 과도하게 성장률 전망치를 깎아내린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 등에게 비관적인 전망을 심어줄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부동산대책과 추경, 금리인하 패키지가 신속히 나온다면 괜찮지만 국회 통과 지연 등으로 차질을 빚는다면 오히려 불안감을 더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정부 전망치와의 차이에 대해 대규모 추경편성에 따른 경제효과를 반영한 결과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올해 1분기 경제 상황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성장률 전망치를 0.3∼0.4% 포인트 하향 조정해야 할 상황이었는데, 새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 정책이 이를 대부분 상쇄했다는 설명이다.

우리투자증권 유익선 연구위원은 "추경과 금융완화 정책이 이뤄질 경우 경제성장률이 0.4∼0.5% 포인트 올라간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은 정부 발표치인 2.3%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성장률 하향조정이 시장심리에 미칠 영향은 무시 가능한 수준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한 증권사의 연구원은 "해외 애널리스트 등이 추산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2.5∼2.8% 수준"이라며 "정부가 전망치를 크게 낮췄다고 해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박희찬 연구원은 "새 정부의 경기부양 의지가 강력하다는 것은 확인됐다"면서 "특별히 이번 발표로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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