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면 부러진다는 진리를 남,북 모두 기억하라.

북한의 꺽일줄 모르는 도발적인 공세는 4일에도 이어졌다.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대변인 담화에서 B-52, B-2 전략폭격기와 F-22 전투기를 포함한 핵잠수함 등의 한반도 출격과 관련해 “강력한 군사적인 실전 대응조치들을 북은 연속 취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또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개성공단에 대한 ‘단호한 조치’를 언급하며 결국 출입통제로 이어졌다.

벌써 넉 달이다. 대화조차 없는 상황에서 한·미와 북한의 강경 대응이 긴장감마져 흐르는 가운데 한반도 정세는 지금‘시계 제로’ 상태에 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해 12월 북한의 로켓 발사가 제공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는 자신들의 주권 사항”이라며 ‘광명성 3호’를 발사하자, 이에 미국과 한국 등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로 맞불을 놓았다. 그러자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으로 맞섰고, 한·미는 다시 유엔 안보리 결의 2094호로 북한을 고립시켰다.

궁지에 몰린 북한은 핵공격 위협 카드까지 꺼내들었고, 정전협정 무효화, 군 통신선 단절, 개성공단 진입 차단 등 도발 수위를 한 단계씩 높이며 남한의 긴장을 끌어올렸다. 남쪽도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북핵 불용’ 입장을 거듭 밝혔고, 국방부는 “(북한의) 지휘세력까지 타격하겠다”며 강경 대응으로 단호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간구해서 안될 것은 남한과 북한의 최근의 긴장 고조는 근본적으로 북한과 한·미 간에 오랫동안 쌓인 전략적 이해의 충돌이라는 군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북한은 미국 주도의 적대적인 국제질서에서 핵과 미사일로 생존을 모색하려 하고 있으나, 한·미는 이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절대 불가의 태도다.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김연철 인제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 이후 한·미와 북한 사이에 엇갈리는 국가전략을 서로 조정하려는 대화가 중단됐다”며 “이번 갈등은 지난 5년간 쌓인 불신과 적대감이 한꺼번에 터진 ‘누적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긴장이 높아지면서 단순하면서 우발적인 충돌의 여지도 커지고 있다는 점을 가장 주의깊게 보아야 한다. 지난달 27일 중부전선에서 간첩 대비태세인 ‘진돗개 하나’가 발령됐다가 7시간 만에 해제된 사건은 현 정세의 ‘인화성’을 잘 보여준다. 경계 초병이 일반 전초(GOP)에서 움직이는 물체를 침투한 적으로 오인해 클레이모어와 수류탄 공격을 한 것은, 그만큼 전방 병력의 긴장도와 무력충돌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단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이런 남과 북의 강변 일색의 대결 구도는 국내외 정치 상황과도 연관돼 있다. 집권 1년을 맞은 김정은 당 제1비서는 북한 내부의 안정이 절실히 필요하다. 내부 결속을 위해 대외 대결을 동원하려는 유혹을 느끼기 쉽다. 보수층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박근혜 정부도 임기 초반부터 밀리는 모습을 보이면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다. 미국은 남한의 핵무장론을 다독이기 위해서라도 한국에 강력한 안보제공 의지를 보여줘야 할 처지다.

대 내외의 수많은 언론들의 경쟁적인 자극적인 보도,또한 지금의 상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어렵다.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를 지적한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일성·김정일의 동상을 격파하겠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돈줄’이라는 식의 보도는 쓸데없이 북한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실제 지난달 30일 “우리의 존엄을 훼손하면 공업지구를 차단·폐쇄하겠다”고 경고한 뒤 닷새 만인 3일 개성공단 진입 차단 조처를 실행에 옮겼다. 공단 관계자는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 5만3000명의 급료로 연간 9000만달러를 썼지만, 남쪽 기업의 생산액은 지난 한해 4억6000만달러가 넘었다”며 “개성공단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초긴장 국면이 지속되면서 정부가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북 특사 파견을 “준비하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남북이 한번 만난다고 당장 해결책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일단 서로 만나 요구사항이나 진의를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며 “상황의 악화를 막으면서 시간을 벌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군사·안보상 대결 때문에 대화가 불가능하다는 사고에서 벗어나, 대결 국면을 완화할 ‘우회로’를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핵무장·경제건설 병진정책을 밝혔고, 실제 최근 10년 만에 경공업 대회를 여는 등 의지를 보였다”며 “북한이 사실상 이중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 우리는 군사적 대응만 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물밑 대화를 복원하고, 경제 관련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모든 판을 열고 서로가 필요한 해결책 마련을 솔직하게 상대에게 주문하자는 목소리도 있다고 하는 것에 대하여 공감이 간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을 지낸 모턴 핼퍼린은 3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북한 핵위기를 타개하려면 동북아의 안보를 위한 포괄적 협정을 국제조약 방식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미·일이 우선 합의한 뒤 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국제사회의 검증 절차를 거쳐 구속력 있는 국제조약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며 “이는 폐기 수순에 들어선 6자회담을 다시한번 복원 시킬수 있는 방법일수도 있다. 그러나 별개로 6자회담을 대신하는 방안”이 될수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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