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북인사들, 北게시물 우리 정서에 맞게 다듬어 퍼뜨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은 국제 해커 집단 '어나너머스(Anonymous)'가 해킹해 공개한 북한 대남(對南) 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의 회원 정보에 대해 5일 본격 내사(內査)에 착수했다.

또 이들 사이트에 실린 내용을 국내에 지속적으로 유포시킨 사례를 집중적으로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기관들은 회원 정보를 기초로 국내 이용자의 가입 경로와 활동 내역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공개된 9001개의 회원 정보 중 국내 이메일 계정을 사용하는 2130개를 분석 중이지만 회원 가입이 가명으로도 가능해 명단만으로 어떤 사람인지 특정할 순 없다"며

"평소 국내에서 이적(利敵) 활동을 해왔던 인사의 명단 등재 여부를 우선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대검 공안부는 경찰의 수사를 지휘해 공개된 회원들의 활동 내역을 추적, 이적 활동 여부를 파악할 계획이다.

국정원은 가입자 가운데 북한으로부터 직접 지령을 받고 활동하는 인물이 있는지 추적 중이다.

특히 우리민족끼리의 게시물을 퍼 나르는 등 이적 행위를 한 사람들이 게시물을 지우는 등 흔적 없애기에 나섰다는 첩보에 따라 증거 확보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공안 당국은 정확한 회원 명단과 활동 내역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어나너머스'가 해킹 공격한 '우리민족끼리' '구국전선' '우리민족강당' '내나라'는 북한 당국이 직영하는 체제 선전 웹사이트 88개 중 일부다.

5일 공안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웹사이트 말고도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계정 300여개를 활용해 조직적으로 대남 사이버 선전·선동 활동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좌파 인사들이 북한의 주장을 퍼뜨리는 일을 해온 것으로 공안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공안 당국은 '어나너머스'가 공개한 우리민족끼리 회원 9001명 중에 이 같은 역할을 수행한 국내 인사가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 당국 집계에 따르면 북한의 대표적 선전 매체 8곳에 작년 한 해 이 같은 목적으로 올라온 글이 1만543건이었다.

종북 성향 인사들이 이런 게시물을 국내 포털사이트나 SNS로 퍼 나를 때는 원문을 그대로 옮길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북한식 표현을 한국 정서에 맞게 다듬는 과정을 거친다. 일반 네티즌들이 북한의 주장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제 우리민족끼리 회원으로 지목된 모씨는 지난 2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 빗댄 글을 쓰는 등 북한을 미화·찬양하는 게시물을 다수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보 당국 관계자는 이날 "이번 해킹으로 신원이 노출된 인사 중 일부는 종북 활동 혐의를 숨기려고 과거 자기 블로그나 국내 포털 등에 올린 글을 지우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1964년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전조선 혁명을 위한 3대 혁명 역량강화 노선'을 채택한 이후 조직적인 대남 선전·선동에 매진해왔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북한은 과거 남파 간첩, 대남 단파 방송 등 전통적 방식을 통해 대남 선전·선동 공작을 해오다 2000년대 이후로는 사이버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보 부서 관계자는 "요원 1명이 선동 글을 쓰면 핵심 추종 세력 9명이 퍼 나르고 이를 일반인 90명이 보게 되는 '1대 9대 90의 법칙'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치안정책연구소 유동열 선임연구관은 "북한의 사이버 선전·선동은 가랑비에 옷 젖듯이 분열되는 국론과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해킹 같은 고강도 도발보다 무섭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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