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일명 '지하벙커'라 불리는 국가위관리상황실을 방문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며 '관계자'를 인용한 익명보도 자제를 거듭 요청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일 열릴 첫 국무회의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기자실을 찾아 "오늘 국가안보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이런 저런 기사가 나오는데 안보가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도에 신중해 줬으면 한다"며 "특히 청와대 고위층, 관계자, 측근 명의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국익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우리가 북한에 대해서는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보내고 국민들은 불안하지 않도록 하는 스탠스를 늘 유지해 왔다"며 "안보와 관련된 부분 만큼은 꼭 확인해서 써 달라"고 당부했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일 열릴 첫 국무회의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는 수차례 언론사에 익명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 지난 3일 오전 윤창중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위 소식통, 고위 관계자, 이런 것은 내가 여기 와서 브리핑할 때만 쓰고 (다른 경우에는) 그만 써달라"고 요청했다.

또 그날 오후에는 김 대변인이 기자실에 보내는 편지의 형식으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이런 기사는 사실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대부분 대통령의 뜻과도 다른 내용"이라며 "이름을 밝히지 않은 기사로 인해 서로 확인전화 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전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취재원 보호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청와대가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행 청와대 대변인이 10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내일 열릴 첫 국무회의 관련 브리핑을 갖고 있다.

청와대는 보안 등의 사유로 인해 취재 여건도 제한돼있는 데다 취재원 보호를 위해 기자회견이나 공식브리핑 등 이외의 취재 내용은 '관계자' 등의 표현을 빌어 익명으로 보도하는 것이 언론계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도 대변인의 공식 브리핑은 사적인 견해를 극히 제한하고 청와대의 공식 입장만을 밝히는 만큼 상세한 전후 사정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관계자의 말을 인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대변인이 '청와대 관계자'로 표현해 온 언론사의 익명보도 관행에 거듭 시정을 요구한 것은 이날 박 대통령이 공개일정을 잡지 않은 가운데 지하벙커를 오가며 안보상황을 점검했다는 보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지하벙커 출입에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였던 게 사실이다.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하벙커에서 자주 회의를 주재하면서 오히려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대변인도 "오늘 박 대통령은 지하벙커에 가지 않았다"면서 관련보도를 부인하고 "국민들은 대통령이 지하벙커에 가 있다고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면 굉장히 불안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늘 박 대통령은 각 수석별로 업무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한 후속조치 등을 챙기고 있다"며 "(대북 문제는)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외교·안보 장관들로부터 핫라인으로 전달 받은 것을 보고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김 대변인은 익명보도 제한에 대한 비판도 의식한 듯 "언론탄압이 아니라 안보가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보도에 신중을 기해달라는 의미"라며 "언론취재를 제한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익과 안보와 관련된 부분에서 거듭 협조를 부탁드리는 것"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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