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왜 윤진숙을 포기하지 못하나?

자질 시비를 두고 야당의원들이 자격 없다고 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끝났지만 임명을 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다시 한번 논란이 일고있다.

야당에서는 인사청문회 직후부터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한데 이어 본인의 사퇴 내지는 청와대가 임명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도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얼마나 후보자의 자질이 부족하면 여당 의원들 까지도 자기들 편을 들지 못하는 일이 벌어져 다시한번 정부의 인력풀에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정우택 최고위원과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가 공개적으로 윤 후보자의 사퇴 결단을 언급하고 나섰다.

특히 당 지도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윤 후보자의 임명을 재고해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생각은 다르다. 윤 후보자를 '임명 강행'쪽으로 생각이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임명을 미룰 경우해양수산부의 정상적인 출범에 차질이 빚어진다는 것이 이유이지만, 더 이상 인사문제와 관련해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지금까지의 태도로 봐서는 임명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관계자는 공백 상태에 있는 '해수부' 장관을 하루라도 빨리 임명해서 해양수산부가 정상적으로 운영이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장관으로서의 자질 문제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이고 행여나 문제가 있으면 그때 생각하면 된다"며 자질 미달이 확인될 경우 조기 교체도 가능하다는 기류를 전했다. 그러나 인사를 그런 방법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들이 많다. 순서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을 받고서도 일단 장관을 임명해서 해양수산부를 공식출범 시킨 뒤에 검토하자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에 대한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기 때문에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시점은 오는 15일이다. 따라서 다음 주에는 임명이 가능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9일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당 최고위원단과 국회 상임위원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비공개 만찬을 가졌다. 만찬자리에서는 공식적으로 윤진숙 후보자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지만 당 지도부에서 별도로 박 대통령에게 "윤진숙 후보자 임명을 재고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의 한 최고위원은 "윤 내정자 임명 문제를 재고해 달라는 의견을 별도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통령에게 건의하기 전) 당 의원들 의견을 들어봤는데 윤 내정자를 거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정치적으로 흠결 잡기가 아니라 자질에 문제가 있어 도저히 안 되겠다는 판단을 했다"고 대통령에게 윤진숙 후보자의 임명을 재고해 달라고 건의한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윤진숙 후보자에 대한 임명 철회를 건의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윤진숙 후보자의 임명 철회를 건의했지만 대통령이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물론 해당 관계자는"터무니없는 말"이라며 펄쩍 뛰면서도 "누가 그런 말을 퍼뜨리는지 반드시 찾아내겠다"고 말했다.

청와대 한 고위관계자는 "참모 입장에서 대통령이 내정한 사람을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겠느냐"면서도 "윤 후보자를 보는 입장은 내부나 외부 모두 같은 것 아니겠냐?"라고 말해 청와대에서도 우려를 하고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정우택 최고위원, 김기현 원내 수석부대표 그리고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도 공개적으로 윤진숙 후보자의 사퇴나 청와대의 임명철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내 친이계 좌장인 이재오 의원은 10일 최고. 중진연석회의에서 "대통령은 청문회 결과를 존중해서 인사해야 한다"며 "청문회에서 부적격으로 나오면 본인이 물러나는 게 맞지만 그렇지 않으면 대통령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이지만 청와대의 결단을 주문한 것으로 보인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무위원에게 가장 요구되는 것은 업무능력이고 (조직을) 통합 관장할 수 있는 자질이 필요한데 윤 내정자로부터 이러한 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주요 현안은 물론 기초적 업무사항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하는 윤 후보자에게 300만 해양수산인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윤 후보자가 장관을 왜 하려고 하는 지, 또 장관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려는 것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윤 후보자는 물론 청와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보겠다"고 강조를 했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 역시 8일 CBS라디오 < 김현정의 뉴스쇼 > 에 출연해 윤 후보자의 자질과 안이한 청문회 준비와 관련해 "청문회 준비에 한 달 넘게 시간이 있었는데도 충분히 준비를 못하고 적당히 웃어넘기려 하는 상식적으로 이해 가지 않는 부분은 국민들이 쉽게 납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장관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못갖춘 윤진숙 후보자에 대한 반대의견은 정치권뿐 아니라 보수언론들도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 일이다.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윤진숙 임명은 도박이다'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윤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윤 후보자의장관 임명과 관련해 문제가 도적적인 것이 아니라 자질 부족 때문이라며 청와대가 시간이 지나면 능력을 입증할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도박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국정이 단순히 자질을 시험하는 실험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라고 적고 있었다.

더욱더 후보자를 우습게 만드는 것은 윤진숙 후보자가 이미 코미디 프로에서도 희화화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 6일 방송된 케이블방송 tvN 'SNL코리아' 컬투편에서 개그우먼 정명옥이 '수산시장 반장'으로 윤 후보자의 외모는 물론 말투까지 유사하게 따라하며 시청자들의 웃음을 끌어냈다.이뿐만이 아니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도 회자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으니까 언급할 필요도 없이 윤진숙 후보자에 대해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빨리 새로운 후보자를 찾아서 임명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야당이나 여당, 그리고 언론에서 한목소리로 윤진숙 후보자를 반대하는 건 장관 후보로서의 '자질문제' 때문이다. 이런 사실은 청와대가 더 잘 알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동안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보면 후보자가 도덕적인 문제나 정치적인 문제 등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이번처럼 후보자가  '자질'문제로 임명동의안이 불채택 경우는 이례적인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윤 후보자를 임명하려는 것중에는 윤 후보자는 자신이 직접 낙점 한 후보자라는 것이다. 특별한 인연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2008년 국회에서 열렸던 세미나에서 해양수산부의 필요성을 조리 있게 설명하는 윤 후보자를 눈여겨보고 이른바 수첩에 이름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낙점한 후보자를 철회하기가 쉽지 않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에서 너무 많은 공직후보자들이 각종 문제로 인해 중도 낙마했다는 것이 또 다른 이유다.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를 시작으로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법무차관,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여기에 청와대 비서관들까지 포함하면 이미 12명이 중도 탈락했다.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를 제외하더라도 너무 많은 고위공직 후보자들이 낙마한 것이다. 여기에 윤진숙 해수부 장관 후보자까지 포함될 경우 청와대가 입을 내상이 너무 크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없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를 검증하고 임명하고 청문회를 거치는 과정이 한 달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해수부의 공식 출범이 너무 늦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만에 윤 후보자가 중도 탈락하면 여성 각료가 조윤선 여성부 장관만 남는다는 것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열었는데 여성부 장관이 1명뿐이라는 건 아무래도 대통령으로서는 면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을 장관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한다. 역대 장관들을 보더라도 여성부, 환경부, 복지부가 주로 여성 몫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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