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발표된 국가정보원의 차장급 인사는 정치적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면서 전문성에 방점을 뒀다는 것이 청와대측의 설명이다.

이명박 정부의 원세훈 국정원장 체제에서 전문성 보다는 사적 인연에 따른 `정실 인사'가 많았고, 이에 따라 국가안보를 총괄하는 국정원 본연의 기능이 약화됐다는 '학습효과'가 이번 인선의 성격을 규정했다는 말이 된다.

우선 1차장에 임명된 한기범(58) 고려대 북한학과 객원교수는 행정고시 29회 출신으로 국정원에서 북한정보실장과 북한 담당인 국정원 제3차장을 지내는 등 `북한통'으로 평가된다.

애초 1차장은 해외 부문만을 맡았지만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북 정보 및 해외 국익 정보를 담당하는 쪽으로 관장업무가 바뀌면서 발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원의 업무분장 조정에서 2차장은 대공수사ㆍ대테러ㆍ방첩 등 보안 정보를 담당하는 쪽으로 정리됐고, 3차장은 사이버 부분과 통신 등 과학 정보를 맡게 됐다.

국정원 2차장에는 서천호(52) 전 경찰대학장이 임명됐다. 서울경찰청 정보관리부장과 경찰청 기획정보심의관을 지낸 경찰 내 대표적 정보통이라는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국내 담당인 2차장에는 대체로 검사 출신이 기용돼 왔지만, 이번에는 경찰 출신이 발탁돼 이채롭다. 앞서 경찰 출신이 2차장에 임명된 경우는 노무현 정부 시절의 이상업 전 경찰대학장이 유일하다.

국정원 내부에서는 경찰 출신이 2차장으로 오는데 대해 '격이 맞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정원이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여직원 댓글' 논란 등으로 정치 개입 논란을 빚은 만큼, 각종 비리 등으로 국민의 시각이 곱지 않은 검찰 대신 경찰을 기용해 정치적 중립을 지키되 정보 수집이라는 역할에만 전념하라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3차장에 국군 지휘통신사령관과 육군정보통신학교장을 역임한 통신 전문가 김규석(64) 전 육군본부 지휘통신참모부장을 임명한 것은 최근 빈번해진 북한의 사이버공격을 감안한 인선이라는 게 청와대측 설명이다.

윤창중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군에서 주로 통신 분야에 근무한 분으로 사이버 안보와 관련한 적임자"라고 말했다.

다만 육사 29기 출신인 김 3차장이 남재준 국정원장의 육군참모총장 당시 직속 부관이었다는 점에서 '남재준 라인'이 발탁 배경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김 차장의 나이가 64세인데 이 분이 군에서 수행한 통신업무가 현재의 사이버 개념과 같으냐"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았다.

기획조정실장에는 국정원 공채 출신으로 기획예산관ㆍ비서실장ㆍ강원지부장 등을 거치며 잔뼈가 굵은 이헌수 앨스앤스톤 대표이사를 임명한 것은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부각하려는 인사라는 평이다.

기조실장은 과거 대통령 측근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오던 자리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첫 국정원 기조실장에 임명됐던 김주성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의 경우도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이 대표이사를 지냈던 코오롱 그룹에서 35년간 근무한 인연이 발탁 이유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원은 차장급과 기조실장 인선이 마무리됨에 따라 향후 조직개편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조직의 경우, 대북 정보 강화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군 장성 출신 인사가 와서 조직개편과 인적 쇄신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개혁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작업은 이달 중순까지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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