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사퇴 의사를 밝힌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 어윤대 현 KB금융[105560] 회장과 함께 전 정부의 금융권 '4대 천황'으로 불리던 인물이다.
경남 하동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일은행에 입행한 이 회장은 도쿄지점과 오사카지점, 영업부장, 부산경남본부장 등을 거치며 국제 금융과 영업 부문에서 입지를 넓혀 갔다.

하지만 1999년~2002년에는 한빛증권 대표이사 사장, 2002년~2004년에는 우리증권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며 우리금융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아닌 증권 부문에서 일했다.

그러던 이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2002년~2006년)으로 재임했을 당시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2005년~2008년)를 맡으며 그와 인연을 맺었다.

이 회장의 '화려한 귀환'은 이명박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결정됐다.

2008년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직에 오른 그는 말단 행원에서 시작해 지주사 회장이 된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되며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과의 친분은 그가 재임하는 내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내부 출신임에도 정부의 힘을 등에 업은 '낙하산 인사'라는 이미지가 겹쳐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외부 출신인 어윤대 KB금융 회장이나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과 함께 '4대 천황'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재임 기간 민영화라는 가장 큰 숙제를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외환위기 이후 12조8천억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우리금융에 대해 정부는 2010~2012년 세 차례에 걸쳐 민영화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났다.

이 회장 본인도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히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차에 걸쳐 완전 민영화를 최초로 시도했으나 무산된 것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우리나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우리금융 민영화가 조기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전했다.

대선이 치러지고 새 정부의 윤곽이 드러난 지난해말 부터는 끊임없는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특히 정치권과 금융권의 시선은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과 이팔성 회장에게로 쏠렸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이 이미 지난해 초 김정태 현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주고 미소금융중앙재단 이사장직까지 내놓은데다 어윤대 KB금융회장은 임기가 석 달 밖에 남지 않아 '완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금융사 수장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이어지고 강만수 전 회장도 사의를 표하자 이팔성 회장도 물러날 때가 됐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우리금융은 이번주 임시이사회를 열어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차기 회장 선정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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