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취득세 감면과 양도소득세 면제 등을 담은 ‘4·1 부동산 종합대책’을 내놓은 지 2주가 지났다. 새 정부 출범 후 나온 첫 부동산 대책이 시행에 들어가기 위해 남은 것은 이제 관련법 개정을 다룰 국회 처리 절차. 그동안 시장을 살릴 대책 마련을 기대하며 세종시(정부)에 쏠렸던 시장의 ‘눈과 귀’가 모두 여의도(국회)로 옮겨간 것이다.

하지만 세제 혜택의 기준을 조정하려는 여야 목소리가 커지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해진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거래 공백만 심화하는 등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4월 임시국회 문턱 넘나

이달 초 정부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취득세 면제, 전용 85㎡·9억원 이하 주택 양도세 면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폐지 등을 골자로 한 부동산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여야 의원들이 양도세·취득세 면제 기준을 완화하는데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있지만, 실제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앞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놓고서도 여야 의원들의 사전 동의가 있었지만 정작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한 선례도 있다.

정부와 여야는 양도세 감면 기준금액을 9억원에서 6억원으로 낮추고 전용 85㎡ 이하로 둔 면적 기준은 없애기로 합의한 상태다.

문제는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점. 아무리 좋은 대책도 국회 통과가 무산되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정부 대책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경우 오히려 더 심각한 거래 부진으로 이어질 우려도 크다”고 말했다.

매매시장은 찬바람 '쌩쌩'

대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시지 않은 탓에 주택 매매시장은 아직 온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집주인들은 집값이 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호가만 조금씩 올리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은 관련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될 때까지 기다려보겠다는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거래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집계 결과를 보면 이 영향으로 지난주 서울 집값은 오히려 0.01% 내렸다.

강북 미아동 C아파트와 번동 J아파트 등은 4·1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평균 500만~1500만원 하락했다. 임병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올해 초 취득세 감면 처리가 지연되면서 거래 절벽현상이 나타난 것처럼, 이번 부동산 대책도 신속한 입법처리가 안 될 경우 거래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규분양 시장도 갈피 못 잡고 우왕좌왕

이번 부동산 대책의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 신규 분양시장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양도세를 면제한다고 했지만, 현재로선 시행 시점이 법 시행일부터로 돼 있어, 건설사들이 분양일정을 국회 통과 이후로 연기하느라 혼란스럽다.

이달 초 충남 아산에서 1299가구 아파트를 선보이려던 한 대형 건설사는 청약 일정을 일단 이달 중으로 연기했다. 자칫 국회 법안 통과가 늦어지면 수요자들이 양도세 감면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당초 이달 세종시에서 분양키로 했던 H사 등도 분양시기를 놓고 고민 중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사전 마케팅 조사를 해보면 새 아파트를 분양받을 사람이나 이미 지어진 주택을 거래할 사람들이나 모두 대책이 확정된 이후에 움직일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책이 정해지기 전까지 관망하는 수요가 늘면 오히려 더 극심한 거래(분양) 공백이 생길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국회 법안 통과가 늦어질수록 정책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이미 발표된 대책들을 발표일인 4월 1일부터로 소급적용해 혼란을 줄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질타받은 ‘4·1 부동산 종합대책’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15일 4·1 부동산 종합대책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의원들은 이번 대책의 핵심 사안인 양도세 감면 등의 내용이 국회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는 내용이었음에도 국회와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채 마련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내놓은 46개 세부 대책안 가운데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면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수직 증축 허용 등 19개는 국회 법 개정을 거쳐야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부동산 대책은 사전에 일부가 누출되면 정책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답했다.

실제 대책 효과가 이른바 ‘강남 부자’들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은 “수직 증축은 강남권과 분당 등만 좋은 대책 아니냐”며 “강북에 집중된 뉴타운·재개발 지역은 용적률을 올리지 못하게 짓누르면서, 강남권은 용적률을 풀어주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의원들도 “강남권에만 혜택이 집중됐다”고 지적했다.

김관영 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10년 단위로 장기 주택종합계획을 세우는데 올해 2월까지 나왔어야 할 2013~2023년 계획은 아직 수립되지도 못했다”고 질타했다.

서 장관은 이에 대해 “새 정부 출범이 늦어지고 해양수산부 분리 등의 문제를 처리하느라 대책이 늦어졌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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