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팸어랏'은 당신을 힘없이 웃어넘기며 최고의 해학을 선사할 것이다. 그것은 몬티페이튼의 고전이 가진 극의 탄탄한 기본 구성 때문이 아니라도, 작품이 가진 놀랄 만한 전개속도와 재치 그리고 극의 방향성이 쇼비즈니스의 완벽한 형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공연계가 주목한 대기록의 뮤지컬, 스팸어랏의 오리지널 캐스트 레코딩1975년 영화 ‘몬티파이톤과 성배 (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를 뮤지컬로 재구성한 작품, ‘스팸어랏’이 뮤지컬로 리메이크 되어 그 OST 앨범이 16일) 발매되었다.

뮤지컬로도 괄목할 만한 성공을 이룬 이 작품은 2005년 토니상 14개 부문의 후보로 올라 최우수 작품상을 포함 3개의 상을 거머쥐었을 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에서 2009년 종연될 때까지 1,574회의 공연에 2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1억 7,500만달러의 매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영화의 대박 흥행을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재연해낸 셈인데, 이 같은 기록의 행진은 음악에서도 이어졌다.

이 작품의 오리지널 캐스트 레코딩에서 여주인공 ‘호수의 여인(The Lady of Lake)’ 로 노래와 연기를 맡았던 사라 라미레즈(Sara Ramirez) 는 2005년 토니상 최우수 여자연기자상(Best Featured Actress)을 수상했고, 2006년 ‘스팸어랏’은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 극 앨범상(Grammy Award for Best Musical Theater Album)을 수상하기도 했다.

뮤지컬 ‘스팸어랏’은 초연 당시 막이 오르기도 전, 예약판매로만 1,8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2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올려 뮤지컬 티켓예매에서 신기록을 수립하였다. 이처럼 초반 영미권에서의 흥행은 세계 공연가로도 이어져 스페인, 독일, 헝가리, 스웨덴, 벨기에, 체코, 프랑스, 폴란드 등지에서 각각 그 나라말로 번안된 라이선스 뮤지컬들로 제작되었으며, 몇 해 전에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어 버전이 막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는 최근 두산 아티센터 연강홀에서 재공연(5월 16일 ~ 9월 1일)을 앞두고 있으며, 여기에서는 개그맨 정준하가 아더왕 역으로 캐스팅되어 국내 팬들에게 또 한번 많은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다.

웃음으로 포장한 신화 비틀기의 매력... 뮤지컬 ‘스팸어랏’

브로드웨이산 코미디 뮤지컬 ‘스패머랏(Spamalot)’은 예술 속의 ‘신화 비틀기’ 트랜드를 충실히 수행하여 흥행에 성공한 뮤지컬이다. 하지만 이 작품이 가져다 쓴 소재와 그 방식 자체는 결코 트랜디하지 않다. 이 작품의 원전은 바로 영국 신화인 ‘아더왕의 전설’. 원탁의 기사가 사실은 오합지졸의 ‘당나라’ 군대였고, 용맹한 것으로 유명한 랜슬로트는 커밍아웃을 하는 동성애자로 묘사되며, 로빈경은 겁쟁이라는 별스럽고 재미있는 발상의 상상이 작품의 기본 전제다. 요란한 말발굽 소리 뒤에 등장하는 기사는 사실 잔뜩 봇짐을 잔뜩 맨 채 뒤따라 다니는 하인이 코코넛 열매 껍질로 두드려 내는 소리이고, 성스러운 계시의 장면은 속옷이 보이니 하늘로 치켜보지 말라는 하느님의 호통으로 대체된다.

이 작품은 요즘 세계 공연가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영화가 원작인 뮤지컬, 즉 무비컬(Movical)이다. 영화가 처음 세상에 소개된 것은 1975년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의 일이다. 한 세대에 가까운 오래된 고전이지만, 영미권의 40~50대 중장년층이라면 제목만으로도 자동적으로 얼굴에 웃음이 그려질 정도로 유명했던 ‘웃긴’ 영화의 대명사이다.

음악 속에 들어있는 해학과 익살

원작의 영화 ‘몬티파이톤과 성배’를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뮤지컬은 단순히 영화의 무대적 재연에만 머물지 않고 속도감 있는 음악에 풍자와 해학의 맛을 실어 뮤지컬에서만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익살을 더했다. 덕분에 기본적인 줄거리는 영화와 같지만, 각각의 장면은 폭소가 터져 나오는 코믹한 상황들로 재구성됐다. 잘생긴 로빈 경과 호수의 여인이 나와 함께 부르는 노래인 ‘이런 순간에 나오는 노래(The song that goes like this)’도 전형적인 경우인데, 발라드 풍의 장엄한 멜로디에 담겨지는 노랫말은 예상 밖으로 “뮤지컬에는 왜 늘 이런 풍의 노래가 나오지”라던가 “내가 부르기에는 음이 너무 높아”, “이 노래 끝이 안 나네”, “지금 내 발을 밟고 노래하고 있어”등이다. 이 대목에서 관객들과 음악을 듣는 이들은 그전 영화에서는 느껴보지 못했던 포복절도의 해학과 익살스러운 유쾌함 경험하게 된다.

‘몬티 파이톤과 성배’, 그리고 ‘스팸어랏’

뮤지컬의 원작이었던 영화 ‘몬티 파이톤과 성배(Monty Python and the Holy Grail)’는 아더왕이 성배를 찾아 모험을 펼치는 내용으로 파이토네스크한 온갖 종류의 해학, 패러디, 영국식 유모로 치장해 엽기나 컬트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서 가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이 영화는 30만 파운드의 저 예산으로 제작됐지만, 결국 총 8,000만 파운드의 매출을 기록해 260배가 넘는 엄청난 흥행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는 무대용 콘텐츠로 탈바꿈되면서 ‘스팸어랏’이라는 제목으로 탈바꿈되었고, 뮤지컬의 제목 ‘스팸어랏’은 아더왕이 살았다는 전설의 성 ‘캐멀럿’에 고기 통조림을 의미하는 ‘스팸’을 말장난처럼 집어넣은 만든 것이다. 제목의 모티브는 원작자인 몬티 파이톤이 그의 이전 작품 중 하나인 ‘플라잉 서커스’에서 ‘스팸’을 자주 개그의 소재로 활용하던 데에서 기인된 것으로, 말 자체로만 풀어서 보면 ‘스팸 많이 주세요(spam-a-lot)’라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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