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다음달 방미 기간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에서 연설하기로 한 것은 미 의회의 관행과 의전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일이다.

박 대통령, 미국 의회 합동연설은 파격 관련 이미지

통상 국빈 방문의 일환으로 이뤄지는 미 의회 연설이 '공식 실무방문'에 주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이례적어서다.

특히 의회 연설이 미 의원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을 통해 성사됐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스티브 이스라엘(민주ㆍ뉴욕), 테드 포(공화ㆍ텍사스) 하원의원 2명은 지난 16일(한국시간) 베이너 의장에게 박 대통령의 의회 연설을 검토해달라는 서한을 보냈고, 베이너 의장은 검토 끝에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두 의원은 서한에서 "박 대통령은 한국 역사상 첫번째 여성 대통령이자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선출된 여성 지도자라는 역사를 만들었다"며 "가장 긴밀한 동맹 가운데 하나인 한미동맹이 박 대통령의 지도력으로 더 강력해질 것으로 믿고 그의 취임 후 첫번째 방미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도 "올해 60주년을 맞는 한미 동맹관계의 중요성, 한국 및 동북아 지역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박 대통령의 방미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해 연설을 초청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연방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은 미 의회가 외국 정상에게 주는 최고 수준의 예우로 알려져 있다.

한국 대통령은 그동안 1954년 이승만 전 대통령, 1989년 노태우 전 대통령, 1995년 김영삼 전 대통령, 1998년 김대중 전 대통령,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24년전 실무방문 때 합동연설을 했으며, 당시에도 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이번 박 대통령의 연설은 이 전 대통령 이후 1년6개월 만에 이뤄지는 것으로, 그동안 다른 나라 정상이 합동연설에 나선 적이 없어서 한국 대통령이 연이어 연설대에 서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같은 나라 정상이 잇따라 미국 의회에서 연설하는 것은 1945년 이후 처음이다.

이전에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1941년과 1943년에 2회 연속 연설을 한데 이어 1945년 클레멘트 애틀리 영국 총리가 연설자로서 '바통'을 이어받은 적이 있다.

한편 1874년 이래 140여년간 다른 나라 정상이나 고위인사들이 총 112차례에 걸쳐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했다.

정상이 아닌 고위인사 중에는 레흐 바웬사 폴란드 노동연합 의장(1989년), 넬슨 만델라 아프리카 민족회의 부의장(1990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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