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노조 "임금피크제" 반대하면 정년만 늘수도

임금체계 개편 의무화 되지만 제재 규정은 없어 실효성 논란의 요인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사업주가 60세 이전에 근로자를 내보내면 부당해고 적용을 받는다, 모든 기업들이 정년 안늘려도 2016년 이후엔 자동 연장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23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정년 60세 의무화’ 법안에 따르면 모든 사업장에 강제 적용하되 ‘임금피크제’를 연계하도록 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소위 말하는 임금피크제란 근로자의 정년을 보장하거나 연장해주는 대신 특정 연령 이후부터 임금을 줄이는 제도를 말한다.

법안은 노사가 정년 연장에 앞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의무화 하도록 했다. 여기서 ‘임금체계 개편’에는 임금피크제의 핵심인 ‘임금조정’이 포함돼 있는 것을 여야가 생각을 함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위반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따로 규정을 두지 않아 법안의 실효성이 다소 약한것 이니냐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16년 1월1일부터 60세 정년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상태에서 정년 연장과 관련해 노조가 사측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보여 임금피크제를 연계한 법안의 취지가 크게 훼손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법안심사소위 위원인 이종훈,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이 전날 이에 대한 문제 제기해 법안 통과가 하루 미뤄지기도 했다. 이날 오후 속개된 소위 회의에서도 이에 대한 점검이 중점적으로 논의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했다고 법안심사소위에 보고했다. 먼저 임금피크제는 노사 간 단체협약 교섭의 일환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분쟁이 발생하면 노사 어느 한쪽의 신청을 받아들여 노동위원회에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임금피크제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고용지원금을 지급하는 한편 매년 사업장의 임금체계 등에 대한 실태조사를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가이드라인을 개발, 보급하고 직무재설계 컨설팅 지원도 도입하기로 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지방노동관서(근로감독관)를 통한 행정지도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고용부의 대안에 대해 새누리당은 다소 미흡하지만 수용하겠다는 쪽으로 결론지었다. 이종훈 의원은 “당초 제3자가 강제적으로 중재하도록 하는 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법적으로 무리가 없는 대안을 국회 차원에서 고안해내기 힘든 만큼 기존 분쟁조정기구인 노동위원회를 통해 조정하는 안을 수용하게 됐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60세 정년 의무화’를 전체 사업장에 적용할지 여부를 놓고 여야 의원들과 정부 부처가 또다시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정현옥 고용부 차관은 “현재 정년이 없는 사업장에 대해서도 개정안에 따라 굳이 60세 이상 정년을 정하라고 할 경우 오히려 고령층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통상 정년이 없는 사업장에서 정년이란 회사 마음대로 하는 것이란 인식이 있다”며 “대한민국의 어떤 사업장이든 60세까지는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통상적인 의미를 개정안에 담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고 고용부 차관의 주장에 반박했다.

한정애 민주통합당 의원도 “기존 정년이 규정된 사업장이 아닌 전 사업장으로 확대키로 했기 때문에 종업원 규모(300명)에 따라 단계적으로 유예기간을 둔 것”이며“여야가 이미 합의한 사항을 놓고 고용부가 또 쓸데없는 문제 제기를 했다”고 했다.

법안이 24일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면 29~30일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그러나 겉도는 임금피크제가 정년연장의 대안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문제 제기를 하고 나선  전문가들도 있다. 

금융계가 제도를 도입했지만 임금피크제 이용률 떨어졌다는 것이다.또한 강성노조 있는 기업은 시행조차 불투명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기업들의 ‘정년 연장 쇼크’를 완화할 대안으로 임금피크제가 거론되지만 ‘임금피크제가 만병통치약이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노조 입김이 강한 사업장에선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 연장만 관철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앞서 임금피크제 규정을 도입한 기업에서조차 이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는 비율이 낮아 임금피크제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정년 60세 연장법'이 임금 체계 개편의 대표적 방안으로 정리된 임금피크제를 의무화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노사가‘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을 연장한다’고 합의를 하면 이 조항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헛점도 있다.

따라서 교섭력이 강한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사업장에선 임금피크제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임금피크제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은 60세 정년 의무화 법은 향후 사업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금피크제가 제대로 정착되기 힘들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사업장이 8곳 중 1곳에 이를 정도로 매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참여하는 기업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임금피크제를 확실히 정착시킨 사업장이 드물다는 것에 있다. 제도는 있는데 이용자가 미미하다는 것이다.

먼저 시범운영을 하고 있는 금융권에선 10여개 은행이 58세 정년을 60세로 늘리면서 마지막 5년간의 임금을 통상 지급했던 임금보다 30~70% 적게 받는 임금피크제를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은행에선 해마다 200~250명이 임금피크제 대상이 나온다고 한다. 인원은 많이 나오지만 실제로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는 사람은 대상자의 절반 이하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상자들은 대체로 복리후생으로 얻을 혜택이 많으면 임금피크제를, 아니면 퇴직을 선택하겠다는 두가지의 논리를 가지고 대응 한다는 것이다. 이유는 임금피크제 대상이된 직원들은 마땅한 일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들은 ‘일자리’에 의미를 두고 임금피크제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상자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자 국민은행은 임금피크제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임금피크제가 기업 업무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사무직이 많은 곳에서 가장 심하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사무직 근로자는 대부분 후배인 관리자에게 업무 지시를 받아야 한다. 이것은 본인이 관리자로 있을 때에 후배에게 지시하던 업무를 임금피크제이후 후배로부터 지침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효율성과 관련 '고준기' 동아대 국제법무학과 교수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생산직 근로자는 직무 이동을 하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사무직 근로자는 자리를 옮겨야 하는 근무 환경으로 바뀌게 된다. “선배인 그들이 후배 밑에서 허드렛일을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적응을 제대로 할 수 없다고 했다. 단순히 이 문제 하나를 보더라도 여러곳에서 문제점은 나타 날 것이다. 사무직이 대부분인 한국농어촌공사는 2005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가 3년 만인 2008년 폐지한것이 가장 좋은 사례다.

우리나라 국민 정서를 볼때 당분간 법안 자체가 통과 되더라도 시행은 한동안 어려워 보인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한국 조직 문화에서 과거에 자기가 모시던 상관을 부하로 데리고 일하는 게 쉽지는 않다고 한다. 화이트칼라가 많은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는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은 모두가 공감하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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