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야당 '무색'
국회의원 선거구 3곳 가운데 한 곳도 건지지 못한 것은 물론 2곳에서 치러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야권의 중심축, 제1 야당이라는 위상이 무색해졌다.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거물급 정치인 김무성(부산 영도) 이완구(부여·청양) 후보의 당선과 무소속 안철수(서울 노원병) 후보의 화려한 여의도 입성을 지켜보면서 쓰린 속을 달래야 했다.
패배의 그림자는 일찌감치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대선 패배와 이후 이어진 책임론, 그리고 당권을 둘러싼 계파갈등으로 끊임없이 분란만 일면서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여당의 거물급 정치인이 각각 출사표를 던진 부산 영도와 부여·청양은 애초부터 버거운 싸움터였다.
이런 가운데 안철수 의원이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서면서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야당의 무대'라고 불려온 재·보선에서 '들러리' 신세가 되고 말았다.
거대여당을 견제하고, 야권 전체의 승리를 위한다는 대승적 차원에서 후보를 아예 내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선 '선거의 여왕'으로 불리며 매번 선거에서 위세를 떨쳤던 박근혜 대통령도 선거에서 멀어져 있었다.
또 새 정부 출범 초기 총체적 인사난맥상과 '불통 논란' 등 야권의 호재도 있었지만, 민주당엔 아무런 효험이 없었다.
민주당은 24일 일찌감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오전부터 파장 분위기였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참사와 불통정치, 국민 불안에 따끔한 경종을 울려달라"고 말했지만 공허한 메아리처럼 들렸다.
문 비대위원장 등 지도부는 집에서 개표방송을 보거나 개인 일정을 갖는 등 뿔뿔이 흩어진 채 실무자들만 영등포당사의 선거상황실에서 투·개표 상황을 점검하는 스산한 풍경이었다.
더욱이 이제 민주당은 여의도에 몰아칠 '안철수바람'에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민주당을 더욱 좌절하게 하는 것은 이런 상태라면 오는 10월 재·보선에서도 기대해 볼 게 없다는 점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새 정부 들어 첫 재·보선은 대선에서 패배한 정당이 전열을 가다듬을 기회인데 활용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윤 실장은 "대중적 신뢰는 여전히 약하고 당내 갈등이 더욱 불거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안철수 의원과의 경쟁구도까지 벌어지게 되면 당을 추스르기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에게 등돌린 민심을 되돌릴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 있다.
5·4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새 지도부가 주류-비주류간 갈등을 극복하고 뼈를 깎는 쇄신을 이루며 수권정당으로서 면모를 보여주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는 길이지만 민주당이 변모된 모습을 보인다면 비록 좁지만 '기회의 문'은 열릴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신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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