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민주당 초심으로 돌아가라!  "약속 내팽개치는 정당 심판받은 것"

민주당이 재보선 全敗 했다. 대부분 지역서 큰 격차로 패배하며 존재감마져 상실됐다.

이번 4, 24 보궐선거는 국회의원 3곳을 포함해 군수 2곳, 광역의원 4곳, 기초의원 3곳 등 전국 12곳의 선거구에서 치러진 작지만 정당의 판도를 바꿀 거물정치인들의 국회 입성을 결정하는 큰 선거로 보아야 한다.

여유가 많아서 일까? 이번 보선에서 민주통합당은 당선인을 한 명도 내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12곳 중 당 후보가 출마한 6곳에서 전패를 당하며 민주당이 과연 거대 여당과 맞서는 제1당 인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무력했다.‘재·보선은 여당의 무덤’이라는 등식이 무참히 깨진 것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기초의원과 단체장에 대한 '불(不)공천' 공약을 지키기 위해 당 후보를 내지 않았지만  5곳에서 이른바 '여당 성향' 무소속 후보들이 모두 당선되는 결과까지 나왔다. 대부분 새누리당에서 활동했거나 당적(黨籍)을 보유한 적이 있는 무소속들이었다. 공천은 없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두 새누리당 소속의 후보들이다.

새누리당이 무공천을 결정할 당시 당내 일각에선 공천을 하는 민주당에 비해 절대 불리할 것이라는 반발이 제기되는 등 의원들 사이에서 내홍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출신 무소속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하자 무공천을 잘 했다는 당내 분위기를 타고 앞으로 새누리당 내 무공천 방침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과는 달리 공천을 강행한 민주당은 후보자를 낸 모든 지역에서 이름값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부산 영도 재·보선에선 민주당 김비오 후보가 새누리당 김무성 후보에게 43%포인트 차이로 졌고, 충남 부여, 청양에선 황인석 후보가 새누리당 이완구 후보에게 60%포인트 졌다. 기초단체장과 기초,  광역의원 선거가 치러진 4곳에서도 민주당 후보들 모두 다 패했다. 이 중 3곳은 새누리당이 아예 당 후보를 내지 않은 곳이었기에 더욱 민주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차갑다.

새누리당은 이번 재, 보선에서 기초단체장 2곳과 기초의원 3곳 등 모두 5곳을 '불공천' 지역으로 정했다. 하지만 경기 가평군수 선거에선 '여당 성향'인 무소속 김성기 후보가 개표 시작부터 줄곧 1위를 달려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이곳에 출마한 민주통합당 김봉현 후보는 무소속 후보들에게까지 밀려 4위에 그치는 수모를 격기도 했다. 또 무소속 후보끼리 경쟁한 경남 함양군수 선거와 경남 양산 시의원(양산,다) 선거에선 각각 새누리당 도의원 출신인 임창호 후보와 '여당 성향'으로 알려진 무소속 이용식 후보가 당선돼 결과적으로 여당후보의 승리였다.

서울 서대문 구의원(서대문마) 선거에서도 '여당 성향'인 무소속 김순길 후보가 민주통합당 강동석 후보를 꺾었고, 경기 고양 시의원(고양마) 선거에선 새누리당 출신인 무소속 이규열 후보가 민주통합당 박창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회통수를 보지 못한 민주당의 완패로 끝난 4,24 보궐 선거다.

이에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민주당을 향한 국민들의 차가운 민심의 바닥을 본 것"이라며 " 이는 민주당이 제자리에 머물면 죽는다'는 국민의 최후통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주로 여당 강세 지역에서 치러진 선거여서 결과가 안 좋았다"며 "이번 결과를 국민의 뜻으로 겸허히 받아들여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이길 수 있도록 당을 완전히 혁신해야 한다"고 당의 변화를 주문했다.

여기에다 이번 재,보선을 총괄한 '김영록' 사무총장은 YTN 라디오에 출연해 “부산 영도와 충남 부여-청양은 새누리당이 당선됐다가 재선거를 치르는 여당 강세 지역으로 승패가 크게 의미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선거 결과에 대한 의미를 크게 부여하지않았다. 참 느긋하고 여유가 많은 야당의 넉넉한 마음씀씀이에 뒷맛이 씁쓸하다. “어차피 진다”는 인식 때문인지 민주당 지도부는 개표 방송을 함께 시청하는 일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주자로 나선 이들이 오히려 안스럽다.

민주당은 오히려 ‘안철수 당선’ 이후를 전망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박 대변인은 “안철수 당선자의 당선으로 전개될 정계개편이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윤관석 원내대변인도 “야권연대 등의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의 원내 진입을 바라보는 민주통합당의 시선은 복잡하다. 지난 대선에서 연대했던 정치적 파트너의 귀환이 반갑기도 하지만, 강력한 경쟁자의 출현을 지도부가 반기기에는 적지않은 인내가 필요 할 것으로 보인다. 항간에는 '메기론'이야기도 있다. ‘메기론’을 적용하면 메기가 미꾸라지를 건강하게 만드는 대신 미꾸라지 몇 마리는 잡아먹힐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지만 희생을 해서라도 튼튼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 민주당의 생각인것 같다.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안철수 후보의 원내 진입에 대해 “한마디로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이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은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초반 실정에 대해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었기 때문인데, 안철수 후보의 당선으로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과연 민주당의 의도대로 잘된일일까? 긍정과 부정의 양면을 두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안철수의 생각이 그들이 원하는 그림이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러나 박용진 대변인은 “안철수 후보의 당선으로 전개될 야권의 정계개편이 분열이 아닌 야권의 확대와 연대로 귀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논평을내며 희망을 이야기 한다.

당내 전략통들의 생각도 복잡하다. 민병두 전략홍보본부장은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이 그동안의 협력관계에서 이제는 경쟁관계로 바뀌었다며, ‘민주당 혁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10월 재보선"이 분수령이 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와 민주당' 모두 6개월 동안의 긴 시험기에 들어섰다. 민주당은 안철수 후보가 넘볼 수 없는 혁신의 그물을 넓고 깊게 쳐야 한다. 민생 문제에 대한 대답을 내놓는 정당으로 자리매김해야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가치를 인정 받을수 있다.

홍익표 전략기획위원장은 ‘안철수 신당’이 네트워크, 지지자, 자원봉사자들이 느슨하게 결합하는 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라는 독특한 분석을 내놓았다.  안철수 신당이 기존 정당의 문법으로 읽히지 않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당분간 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거리두기를 한 상태에서 서로 경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홍 위원장의 생각이며 바램일 것이다.

만약 이라는 전제를 깔고 10월 재보선을 이야기하는 인사들이 있다. 민주당 안에서는 10월 재보선에서 안철수 신당이 호남에 두 석 정도의 교두보를 확보하는 경우수가 나온다면 이는 민주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렇게 되면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호남 현지와 수도권 호남향우회 등 호남 민심이 안철수 신당으로 급격히 쏠리는 환경이 만들어 진다면 민주당은 순식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안철수는 계속 메시지를 던질 것이고, 그것은 새 정치의 내용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러나 그게 얼마나 통할까? 새 정치 실험은 문국현처럼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호남의 안철수 바람은 민주당의 퇴행 때문이지 안철수 후보의 자생력 때문이 아니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보선 선거에서 손을 뗀 민주당은 하루 종일 집안싸움에만 매달렸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인 이용득 비상대책위원 등 전국노동위원회 소속 인사들과 이목희 우원식 의원 등은 ‘강령 개정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의 강령 개정작업을 “해당(害黨) 행위”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난했다.민주당의 현재 집안 분위기는 가지많은 나무 바람 잘 랄 없는 어수선한 분위기 그 자체다.

한편 새누리당 서병수 사무총장은 25일 4·24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민주통합당을 겨냥, "약속을 내팽개치는 정당이 어떻게 심판을 받는지 다시 한 번 국민들이 마음을 확인시켜준 선거"라고 평가했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민주당은 국민에게 했던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괴하면서까지 공천을 강행한 기초단체장과 의회의원 선거에서도 모두 패배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사무총장은 "민주당 일부에서는 지난 대선 패배조차 인정하지 않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왜 선거에서 패배했는지 반성을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기대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을 통해 박근혜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따끔한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국민은 반대로 민주당에 경종과 회초리를 들었다고 한뒤 국민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깨우쳐서 합리적인 정당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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