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10년 평화 위해 악마와도 대화 해야

우리 정부와 북한이 개성공단 막판 뒤처리 문제를 놓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어제 입주기업협회 대표단의 개성공단을 방문하려던 계획이 무산됐다. 이는 우리 정부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개성공단을 되살려보려던 마지막 불씨마저 북한 스스로가 사라지게 만들었다. 지난29일 개성공단에 잔류하던 우리 측 관리자 50명 가운데 관리위원회 직원 7명을 제외한 43명이 귀국했다.

개성공단의 전면 철수라는 우리 정부의 단호한 조치는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 차단과 북측 노동자 철수 조치로 개성공단의 정상 운영이 어려워진것에 기인(起因)했다. 이제 개성공단은 우리 측 직원의 전원 귀환 조치로 사실상 공단 가동이 중단됐다. 나머지 우리 측 인원의 귀환이 완료되면 남한 국민은 단 한 명도 북한 지역에 체류하지 않는다.

개성공단은 금강산관광 사업과 달리 123개 기업 대부분이 제조업이라는 특성을 갖고 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된다면 한 두달 내에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개성공단의 미래는 남북의 조속한 정상화를 실현시키거나 영구 폐쇄를 고려하는 쪽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우리정부의 전면 철수계획에 따라 북측은 북한 노동자의 3월 임금 및 퇴직금 등 미수금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우리 정부는 애초 개성공단을 조성할 때 북한 측과 맺었던 투자협정에 따라 보템도 뺌도 없이 원칙적으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개성공단 안에 남아 있는 완제품과 원자재, 통근버스 200대 등의 물자는 반출토록 협상해야 한다. 과거 금강산 관광사업 때처럼 우리 자산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또 일어나서는 안 된다. 이번 개성공단의 폐쇠는 우리 입주 기업들의 피해 규모만 1조~2조8000억원, 협력업체까지 포함하면 피해액이 최소 10조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북측에 공단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보상 및 손해배상도 철저히 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이 어떤 의도로 우리측 관리자들을 붙잡고 있는 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남은 관리직 7명 직원이 모두 무사히 귀환하면 개성공단에는 우리 국민이 한 명도 남지 않게 된다. 북한은 남북 간 비상통신선도 모두 끊어버렸다. 또한 개성공단의 시설과 각종 장비에는 이중 삼중의 잠금장치가 설치됐다. 우리 기업들은 잔여 인원이 완전히 철수한 후 단전ㆍ단수 조치를 해야 하느냐에대한 논란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북한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개성공단의 재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어정쩡하게 일말의 희망을 갖고 북측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단전ㆍ단수를 하는 게 옳다.

우리는 과거 북한의 억지논리에 많은 것들을 잃었다. 그중의 대표적인 것이 관광사업이다. 개성관광은 금강산과 함께 2008년 북한의 박왕자씨 피격사건으로 중단됐다. 그 사이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이 터져 한때 중대 고비를 맞기도 했다. 이어 북에는 김정은 3대 세습체제가 수립되고, 남에는 남북 간 '신뢰프로세스'를 공약한 박근혜정부가 들어섰다. 대화는 물건너 갔고 올 들어 통제가 멈춰버린 북한은 3차 핵실험과 대남·대미전쟁위협으로 5년간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아예 폭주기관차가 돼 버린 듯하다.

문제삼을만한 특별한 것도 없이 개성공단에 시비를 걸고 먼저 잽을 날린 것이 북한이다. 금강산 역시 그랬다. 하지만 북한의 ‘공갈과 뻥카’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우리에게 있었나 싶다. 우리가 기 싸움과 자존심 대결로 얻을 건 무언가를 따져보고 분단괴물의 이데올로기가 아닌가라고 반문하고 싶다.이번 조치로 당장 123개 남한 중소기업인의 부도와 파산이 우려되고 북한직원 5만여명과 그 가족의 생계는 또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북 공히 수조원이 넘는 세금으로 손실을 보전할 수밖에 없다.

더욱 심각한 것은 ‘코리아 리스크(Korea risk)’ 증대로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빠지고, 수출주문이 줄어드는 건 불문가지다. 5년간 중단된 금강산 관광 사업권은 현재 중국이 운영하고 있다. 폐쇄된 개성공단 역시 중국이 운영하게 될지도 모른다. 압록강 너머 무산철광, 두만강 너머 나진·선봉 등은 이미 중국경제권에 잠식된 지역으로 ‘북한 속 중국 땅’이라고 불릴정도다.

이제 10살 된 개성공단은 2000년 6·15남북합의로 탄생한 작품이다. 남북 상호 간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긴장완화와 평화통일의 마중물과 디딤돌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 의미의 중요성 때문에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더욱이 개성공단 폐쇄는 군사전략상으로도 도움이 안 된다. 지도자가 변력(辨力)과 사고능력이 흐려지면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남북대결을 국내정치에 이용해서는 안된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전쟁을 준비해야한다는 어떤 군사 전문가의 말처럼 악마와도 대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래서 한반도신뢰프로세스 성패 여부가 개성공단 존폐에 달렸다고 주장하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성공단의 해법은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이번 개성공단 사태를 통해 더 이상 남북관계에서 생떼나 생트집은 통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6~7월이 지나면 개성공단 시설들은 기술적 문제 때문에 재가동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불능 상태가 된다. 남측에는 대화의 문이 열려 있고 공은 북에 넘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한두 달 안에 북한은 폐쇄와 재가동중 어느 쪽을 택할지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해야 할 것이다.

만일 개성공단이 영구 폐쇄될 경우 북한은 한국 미국 중국은 물론 국제사회의 신뢰를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개방과 발전의 기회 역시 스스로 봉쇄했다는 원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이다.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이는 전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책임일수 밖에 없다.

그러면 앞으로 개성공단 사업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가! 가까운 시일 내에 개성공단이 정상화되는 경우다. 남북 간 물밑 접촉으로 퍼주기식 거래 없이 북한의 정책 변화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나 중국의 대북 압력 증대로 김정은 정권이 정책을 변화시킬 수는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이야기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이 극적으로 정상화되더라도 과거 방식의 재가동은 의미가 없다고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말한다. 남북 간 새롭고 진일보한 법적·제도적 보장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공단의 실질적인 정상 가동은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123개 기업 중 적지 않은 곳이 가동 중단에 따른 정부의 보상과 배상에 더 많은 관심이 있기 때문에 또다시 동일한 조건과 환경에서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려는 조치에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므로 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대화 모색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업 유치 조건 등 공단 운영의 환경과 조건을 전면 보완해야 한다.

개성공단이 정상화되거나 폐쇄될 경우를 막론하고 개성공단에 진출한 123개 기업의 피해 보상 및 배상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에 정부가 개성공단 중단 대책 수립에서 피해 기업의 신속한 보상책 마련에 정책 우선순위를 둔 점은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한다. 다만, 피해 보상과 배상에 대한 보험 수령과 교류협력기금을 통한 자금 지원 및 기타 행정·금융재정 지원책은 피해 규모의 적절한 산출 규정을 근거로 해야 할 것이다.

10여년간 남과북의 상징적인의미의 개성공단이 전적으로 파행을 맞은것은 북한의 잘못된 정책 때문이다. 북한은 2월12일 제3차 핵실험 이후 드러난 핵보유국으로서의 망상과 3월30일 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경제와 핵무력 병행 전략이라는 모순된 노선 때문에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과의 정상적인 관계 수립이 더욱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따라서 지금의 북한의 태도와 정책을 변경시키려면 6자회담이나 박근혜정부의 서울프로세스 등 다자적 채널이 조속히 가동돼야 한다. 아울러 여야 정치권과 정부, 시민사회 모두가 자신만의 배타적 편견과 아집을 버리고 다같이 공감할 수 있는 대북 정책의 원칙과 기조를 재설정함으로써 개성공단의 좌절 위기를 새로운 남북관계 발전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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