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별로 매출을 조회하라.” “오늘은 (매출 금액을) 500(만원)이란 숫자를 가까이하라.”

지난달 21일 서울 동대문구 전농동 롯데백화점 청량리점에서 근무하다가 투신자살한 40대 판매 여직원이 평소 백화점 매니저로부터 받은 문자(SSM) 내용 중 일부다. 투신자살한 여직원이 평소 백화점으로부터 매출 압박을 받았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케한 대목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백화점 판매 여직원 투신자살 사건을 계기로 판촉사원에게 과도한 매출달성을 독려하거나 강요 행위에 대해 규제에 나선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백화점이 납품업체가 파견한 판촉사원들에게 무리한 실적 달성을 강요한 일이 많을 것으로 보고, 판촉 사원들의 처우를 개선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방침이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이나 공정거래법엔 백화점·대형마트와 납품업체 간 불공정한 유통거래 관행을 규제하고 있다. 하지만 판촉사원에 대한 매출달성 강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는 실정이다.

판촉사원은 백화점 직원이 아니지만, 매장 매출 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은 백화점 입장에선 매장 매출이 높을수록 받은 수수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매출 압박을 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무분별한 판매·판촉사원 파견을 제한하고 판촉 사원 개인에게 매출 달성을 무리하게 강요하거나 독려하는 행위 등을 금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다.

비록 가이드라인은 법정 강제성은 없지만 어길 경우 공정위가 불정공한 행위가 없는지를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법적 구속력을 가지고 있다.

공정위는 이달 중 의견수렴을 거쳐 가이드라인 시안을 마련하고 다음 달 유통자문위원회 회의 등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판촉사원 파견 제도 개선을 위해 연구용역 등을 거쳐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등도 추진할 예정이다.

송정원 공정위 유통거래과장은 “무분별한 판촉사원 파견을 비롯해 백화점이 판촉사원들에게 목표 매출을 강요하거나 독려 행위 등을 금지하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준비 중이다”라며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업계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일부 백화점은 일단 매출로 집계하고 나중에 관련 매출을 취소하는 ‘가 매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실제로 영업행위를 하지 않으면서 매출이 발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매출이 왜곡될 뿐 아니라 매출 강요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 매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을 비롯해 협력업체 사원들의 고충을 상담하는 ‘힐링센터’ 등의 제도를 강화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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