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3부터2027년까지의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짜면서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 8기를 모두 포함시킨 것으로 드러나 향후 전력난은 물론 원자력 안전 문제 등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설계수명이 종료된 원전의 재가동 승인 여부는 반드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성 심사와 스트레스 테스트 등을 거쳐 결정함에도, 전력수급량 확보에만 열을 올리는 산업통산자원부와 한국원자력수력 등 전력당국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의견조차 구하지 않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2일 민주당 장병완(광주 남구)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첫 업무보고에서 박근혜 정부가 국가의 존폐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원자력 안전은 외면한 채 전력 수급문제 해결에 급급해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원전 8기 전부를 재가동하는 것으로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이 같은 사실의 확인을 위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과 김균섭 한수원 사장에게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원전 8기가 포함되었느냐, 또 이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협의한 사실이 있느냐”는 재차 물었고, 두 기관장 모두 “원전이 모두 포함되었고, 이를 원자력안전위원회와는 협의한 적이 없다”고 시인하면서 드러났다.

이로써 정부가 발표한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계획 자체가 부실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향후 심각한 전력난은 물론 원자력 안전 문제까지도 야기할 수 있어 파장이 더욱 더 확산될 전망이다.

더구나 현재 고리 4호기, 영광 3호기, 울진 4호기 등 국내원전설비 23기 중 9기가 고장 등의 이유로 정지 상태에 있어 비현실적인 전제하에 수립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력난이 매우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장 의원은 “원자력 이용에 있어 철저한 안전성 확보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계수명이 끝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원전 8기를 발전설비로만 여기는 박근혜 정부는 입으로만 안전을 외치는 ‘안전 불감증 정부’다”고 질타했다.

이와 함께 장 의원은 핵에너지 정책의 규제와 진흥은 분리해야 한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진흥위원장인 국무총리의 산하기관으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둔 것은 한미원자력협정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한미원자력협정이 다시 2016년으로 연기된 상황에서 IAEA 권고를 무시한 채 안전규제와 진흥을 국무총리실에 함께 두는 것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처사다”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 안전을 위해 필수적인 규제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장은 “현 상황은 IAEA 권고에 위배된다”며 “위원회 자체로는 어쩔 수 없으니 국회에서 법개정을 도와달라”고 오히려 도움을 요청했다.

장 의원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교훈처럼 원자력 안전은 국가의 존폐위기까지 위협할 수 있는 사안이다”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유일한 원자력 안전규제 기관인 만큼 독립성을 확보하고, 제자리에서 제목소리를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장 의원은 한선교 위원장에게 원자력안전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여야를 막론하고 국회에서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한 위원장은 이를 위해 상임위 차원에서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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