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노동계 주장 엇갈려…신규채용에 영향줄지 관심

정년을 60세까지 늘리는 법이 국회에서 통과됨에 따라 한국 사회는 곧 '60세 정년 시대'를 맞게 됐다.

그러나 새 법안의 주요 수혜자인 50대가 차지한 양질의 일자리에 청년층의 진입이 어렵게 돼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 실업난 문제가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와 노동계는 청년 일자리와 50대 일자리가 '대체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라며 이런 우려를 일축하고 있지만, 재계는 신입사원과 50대 직원의 연봉 차이를 들며 청년 신규 채용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60세 정년 시대 ⑤ 중소기업계 막막·혼선·우려 교차 관련 이미지

◇ 정년 연장, '최악' 청년 실업난에 영향 미칠까

저성장의 늪과 일자리 대란 등 한국 경제의 위기 속에서도 가장 괴로운 것은 '청년'이다.

청년 실업 문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 더욱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05년 이후 전체 취업자 수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청년층 일자리는 매년 감소했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05년 44.9%를 나타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40.4%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황도 좋지 않아 자칫하면 30%대 추락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가장 최근 발표된 3월 고용동향을 보면 전체 실업률은 3.5%지만 청년층 실업률은 8.6%로 모든 연령층에서 가장 높다.

20대 취업자 수는 3월 기준으로 11개월째 감소했다.

석달 연속으로 감소 폭이 10만명을 웃돌았다.

모든 연령대 중 가장 두드러지는 감소 폭이었다.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 다시 취업준비생으로 전락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3월 취업준비자(취업 준비+취업목적 학원·기관 수강)는 64만8천명으로 2010년 5월(67만4천명) 이래 가장 많았다.

구직을 아예 포기하거나, 일자리를 구하더라도 아르바이트·인턴·계약직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구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60세 정년 시대'에 돌입하면, 일자리 총량을 고려할 때 청년층이 새로 진입할 일자리가 줄어 청년 실업난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으로는 50대가 주로 가진 직종과 기술 수준이 20대와 달라 청년층 실업문제가 심각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세대별 일자리가 '보완 관계'라 서로 대체되는 성질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손민중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나올 수 있어 단언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각기 다른 산업 분야, 공기업과 민간기업 등의 구분에 따라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손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전에는 50대 고용률이 높아지면 20대 고용률이 떨어지는 마이너스(-)의 상관관계를 보였지만 이후에는 이 현상이 완화됐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 정부·노동계 "정년 연장으로 청년실업난 가중은 없을 것" 노동계는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 실업난이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대체 관계'가 아니라며 반박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정년 60세 연장 의무화에 여야가 합의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정년 연장이 청년 취업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은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을 우려한 대기업들의 논리"라고 말했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정년 연장으로 인해 청년 구직난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봤을 때 청년 일자리와 정년 연장은 대체 관계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면 청년층 취업자가 감소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의 한 관계자는 "정년 연장이 청년 실업난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부로부터 의뢰받아 시행한 '정년 연장과 청년 고용'에 관한 연구 결과 보고서는 노동계와 정부의 이 같은 입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보고서는 청년층 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고령층 취업자가 증가하면 청년층 취업이 줄어든다는 세대간 고용 대체 주장은 기각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1994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청년 실업을 줄이기 위해 조기 퇴직 유인체계를 도입할 것을 권고했지만,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이 조기 퇴직을 유도한 결과 사회 재정 부담만 가중하고 청년실업 문제 해소에도 실패해 조기퇴직 권고를 폐기한 전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 재계 "청년 실업난 가중 우려"…신입사원 채용규모 변화는 '신중'

정년 연장으로 인력 운용에 큰 부담을 안게 된 재계는 좋은 일자리에 청년층 진입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실업난이 가중될 거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년 근무자의 평균임금은 신입직원의 2∼3배이기 때문에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해 장년과 청년이 공생할 수 있는 임금피크제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 겨우 일주일이 지난 상황에서 향후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예단하는 것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입사원의 수를 줄여야 할 정도로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는 직원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생산직 근로자의 신규채용은 한동안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을 하는 기업도 있다.

기업들은 대체로 해당 법이 적용되는 2016년까지 2년 반이나 남았기 때문에 노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신규·기존 직원 모두 '윈윈'하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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