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앞으로 대여(對與)관계를 놓고 강온 양면전략을 취할 방침이어서 여야 관계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될지 주목된다.

행정과 의회 권력을 거머쥐고 있는 정부ㆍ여당을 철저하게 견제하겠지만, 협력할 일이 있으면 협력하겠다는 게 김 대표의 입장이다.

김 대표가 과연 상호모순적인 '견제와 협력'을 어떻게 조화롭게 배합해 나갈지에 따라 정국의 풍향도 크게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김대표 "정부여당 견제 감시 야무지게" = 김 대표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제1야당의 책무인 정부ㆍ여당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야무지게 하겠다"고 대여관계 기본입장을 밝혔다.

김 대표는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불통의 국정운영을 고수한다면 무서운 민주당, 강력한 야당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음도 냈다.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정부가 국민과 야당을 무시하고 일방통행식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면

여러 수단을 동원해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대선 패배와 4·24 재·보선 참패 이후 당내에 팽배한 무기력과 패배주의를 '강력한 야당'을 기치로 극복하는 동시에, 안철수 의원 측과의 '선명성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재진행형인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놓고 대여 강공기조가 유지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으로도 보인다.

◇추경예산안, '초당협력' 첫 시험대 = 하지만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민생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북한의 도발위협이 계속되고 있어 초당적 차원에서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일도 제법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정부·여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또 그동안 반짝 가동됐던 '여야 6인 협의체'활동의 한계를 지적하며 박근혜대통령과 자신이 참여하는 '여야국정협의체'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입장은 추경예산안과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의 처리과정이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김 대표의 대여관계에 대해 "김 대표가 대여 관계에서 현안마다 촘촘하게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 대표가 당내 개혁의 돌파구를 어떻게 마련하느냐가 결과적으로 정국의 주도권 향배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김 대표 언제 만날까 =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첫 회동이 언제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일단 박 대통령은 방미 출국 직전에 김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대표취임을 축하하는 등 출발은 나빠 보이지 않는다.

다만 김 대표의 여야 국정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아직까지 여권은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앞서 문희상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제안한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여야 영수회담도 유효하다는 입장이다.

또 그동안 관행적으로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이를 설명하는 형식으로 정당대표나 주요인사와 회동해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가 귀국한 뒤 어떤 형태로든 만남의 기회가 마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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