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진 민족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다만 그 방법을 어떻게 마련하느냐 하는데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 한민족 아무도 원하지 않았던 분단이었기에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과 소련이 져야 한다. 미소 양 대국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으로 갈려 피해 당사국인 한국을 요절냈기 때문이다.

한국은 패전국인 일본의 지배 하에 있었기 때문에 연합국이 승리한 후에는 반드시 본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것이 순서다. 본래의 위치란 조선왕조를 의미한다. 그러나 왕조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이며 설혹 온전하다고 하더라도 망국을 자초한 죄과가 있어 새로운 세상을 걸머지고 나갈 수 있는 자격을 상실했다. 게다가 독립운동 과정에서 임시정부가 세워져 독립군을 양성하고 있는 민족진영이 엄연히 있었기에 임시정부가 새 체제를 책임지면 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소련은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포츠담회담과 얄타회담을 통하여 연합국이 승리했을 때 한국은 38선을 경계로 미군과 소련군이 남쪽과 북쪽을 각기 점령한다는 구상을 마쳐놨다. 이는 국제신의를 저버린 국제정치의 배신행위였다.

아무 것도 모르는 임시정부는 승전국의 입장이 아닌 망명객의 귀국이라는 지극히 볼품없는 대우를 받으며 개인자격으로 귀국해야만 했다. 중국에 자리 잡았던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들은 미군의 OSS훈련에 참여하며 미군과 함께 일본군을 섬멸하며 한반도에 상륙할 날만 기다리고 있던 처지에 하루아침에 떨거지 신세가 된 것이다. 한편 소련 측에서는 김일성을 내세워 38 이북을 요리했다. 무주공산(無主空山)에 소련군이 진주하며 그들의 꼭두각시인 김일성을 독립운동의 대부로 선전하며 권력을 움켜쥐었다. 남북은 이렇게 나눠졌다.

일본의 지배 하에서도 하나였던 나라가 해방과 광복을 이룬 이 마당에 두 나라 두 민족으로 갈라졌으니 민족의 원통함과 설움이 얼마나 컸을 것인가. 3년이나 지속된 미군정과 소군정은 남북을 이념으로 찢어 놨다. 부자지간에도 사상이 틀어지고, 형제간에도 싸움이 벌어졌다. 사제간, 상하간에도 이념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원수가 되었다.

남쪽에는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민주공화국이 탄생하고 북쪽에는 김일성을 영수로 한 인민공화국이 세워졌다. 필연적으로 양국은 체제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었고 충돌은 불을 보듯 확실하게 다가왔다. 1948년 남북이 각각 정부를 수립한 다음 2년도 지나지 않아 6.25전쟁이 터진다. 아직도 정신 나간 일부 종북 세력은 이 전쟁을 ‘북침’이라고 주장하지만 소련의 비밀문서가 공개되면서 스탈린의 사주를 받은 김일성이 저지른 것으로 판명 났다. 전쟁은 3년 만에 휴전되었으나 지금도 정전사태는 계속 중이다.

6.25는 전쟁사상 가장 참혹한 전쟁으로 기록된다. 제2차 세계대전보다도 더 참혹했고 더 많은 희생자가 나왔으며 더 많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남북은 임진왜란을 겪었을 때보다 더 피폐해졌으니 그 참담한 몰골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이는 같은 민족으로서 저질러서는 안 되는 만행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신의 권력욕을 충족시키기 민족을 지옥 불에 몰아넣은 공산도배의 죄과는 마땅히 응징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시간이 지나가면 희석되기 마련이다. 남북은 치열한 체제경쟁 속에서도 비밀리에 대화를 나누는 창구를 마련했다.

김영삼은 김일성과 역사적인 회담자리를 약속했으나 갑작스런 김일성의 죽음으로 기회를 놓쳤다. 뒤를 이은 김대중과 노무현이 연속으로 김정일과의 정상회담을 열게 된 것은 그나마 진일보한 것이었지만 애써 이룬 금강산 관광사업이 엉뚱한 관광객 사살사건으로 중단되고 이번에는 10년이나 지속된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 수순을 밟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다. 우리는 이번 기회에 좀더 시야를 멀리하여 한국의 통일을 위한 비전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것은 북한의 핵과 매우 관련 있다. 북핵은 분명 미국과 한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이로 인해서 낭패를 볼 수 있는 일본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큰 걱정거리를 안게 되었다.

이들은 모두 조그마한 섬을 둘러싸고 하나같이 분쟁 중인 나라다. 독도와 센카쿠, 쿠릴열도다. 독도는 한국과 일본, 센카쿠는 중국과 일본, 쿠릴열도는 러시아와 일본이 대립하고 있다.

일본은 3국과 분쟁을 벌이면서 우경화로 치닫는다. 아베정권의 우경화가 국내문제에 그친다면 다른 나라가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침략’을 부인하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이는 미국과의 샌프란시스코 조약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된다. 피해국인 한국과 중국은 말할 나위 없이 불쾌하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중국과의 우호를 강화할 찬스다. 북한은 중국의 절대적 영향력 하에 있다.

북핵은 중국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며 불필요한 미국과의 마찰 가능성까지 점쳐질 수 있다. 유엔의 북핵 제재에 적극 동참하는 중국의 외교를 십분 이용해야 한다. 중국이 유연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확실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북한의 고립을 의미한다. 천안함폭파, 연평도포격, 핵실험, 개성공단폐쇄 등 이성을 상실한 일련의 북한행태는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 일이다. 중국의 힘을 빌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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