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시계는 지금 미국 출장중..

엄마, 아빠가 1965년에 묵었던 방, 대한민국 최초 여성 대통령으로 2박3일간 짐 푼다. 블레어하우스에서의 숙박하는 의미는 한미동맹의 과거와 미래 가교의 상징으로 표현!

“근혜니? 지금 무엇들 하고 있지?”
“지만이와 근영이 데리고 놀고 있어요.”
“아버지와 어머니 없는 동안 동생들 잘 보살펴라.”

이 말은 1965년 5월16일 고(故) 육영수여사가 '린든 존슨'의 미국 대통령 전용기 보잉707을  타고 미국에 가면서 청와대에 남아 있던 딸(박근혜)과 나누웠던 대화내용이다. 그로부터 48년 뒤 고(故)육영수 여사의 딸인 "박근혜"는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미국 방문길에 나섰다.

여기서 아이러니 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방문중에 워싱턴에서 머물 예정인 ‘블레어 하우스’(Blair House)는 과거 1965년 5월17~18일 박정희 대통령 부부가 묵었던 곳이기도 해 반세기만에 아버지와 딸이 동시에 대통령 자격으로 머물게 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은 백악관을 방문한 박 대통령 부부를 커다란 리무진에 태워 블레어 하우스까지 카퍼레이드를 벌이며 환대했다. 이번에 4박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중인 박근혜 대통령도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에 머무는 2박3일(6~8)을 이곳에 묵는다. 48년을 건너뛰어 아버지와 딸이 각각 한국 대통령으로서 같은 곳에 묵는 것으로 호텔로서는 큰 영광이라고 한다.

박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과 관련하여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5일 오후 브리핑에서 “196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 공식 방문 당시에도 묵은 바가 있는 "블레어 하우스는" 한-미 동맹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가교로서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듯하다”고 소개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방미는 국빈 방문이 아니라 ‘공식 실무 방문’이지만, 정상회담 외에 정상 오찬과 영빈관 제공 등의 의전이 추가돼 국빈방문의 모양세를 갖추기도 했다.

블레어 하우스는 박 대통령 부녀뿐 아니라, 한국 대통령들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통상 머무르는 곳이다. 1993년 11월 김영삼 대통령,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 2003년 5월과 2006년 9월 노무현 대통령, 2008년 4월과 2009년 6월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 이곳에서 묵었다. 한국 대통령들이 미국을 방문할때 마다 이곳에 유하는 것은 특별대우도 홀대도 아니다. 미국 정부의 공식 영빈관으로 이해하는 편이 가장 무난하다.

블레어 하우스는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1651번지에서 1653번지까지 걸쳐 있는 소박한 타운하우스 형태의 건물 4채를 일컫는다.백악관과 펜실베이니아 대로를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 위치하고 있어 백악관의 바로 ‘코앞에’ 있다.

본관은 1824년 미국의 첫 공중위생국 장관이었던 조지프 로벨의 개인주택으로 건립됐으나 1836년에 앤드루 잭슨 전 대통령의 자문역이자 신문편집인이던 프란스 프레스턴 블레어에게 팔린 뒤 블레어 하우스라 이름이 붙여졌다. 미국 정부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재임하던 1942년 제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외국 귀빈들의 방문이 잇따르자 공식 영빈관을 마련할 필요성에 이 건물을 사들였다.

그동안 3차례나 이웃집들을 흡수해 원래의 모습보다 확장돼 방이 무려 115개나 되고 바닥 면적만 백악관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넓다.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 시절 백악관 보수공사로 인해 대통령 집무실 겸 거처로 이용되기도 했다.이곳에서 ‘트루먼 선언’과 전후 유럽재건을 위한 ‘마셜 플랜’이 탄생한 역사적 유래가 있으며, 트루먼 전 대통령은 1950년 블레어 하우스 앞 인도에서 2명의 푸에르토리코인으로부터 암살 기도를 맞기도 했다.뉴욕선 아스토리아 호텔, 워싱턴선 블레어 하우스라고 불린다.

블레어 하우스는 영빈관으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일부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앞두고 하룻밤을 묵는 숙소로도 활용됐다. 로널드 레이건, 제럴드 포드 전 대통령의 장례식 당시 그들의 부인인 낸시 여사, 베티 여사에게 문상객을 맞는 장소로 제공되기도 했다.

블레어 하우스는 미국이 관련된 주요 국제회담의 아지트로 이용되기도 했다. 1992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 협정 초안 가운데 보조금 감축 등에 관한 미국과 유럽공동체(EC)의 협상이 이곳에서 타결돼 ‘블레어 하우스 협정’이라고 불렸다.

박 대통령 부녀가 모두 ‘블레어 하우스’에 묵게 된 공통점은 있지만, 5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는 사이 너무도 달라진 한국 대통령의 위상 역시 눈길을 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이던 1961년 존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갈아타고 사흘이나 걸려 미국을 처음 방문했다. 1965년 방미 때는 한국 대통령 전용기가 없어 존슨 대통령이 빌려준 미국 대통령 전용기를 얻어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과 케네디 전 대통령은 '한·미 간의 전통적 우호 결속을 재확인'하고, '한국의 반공 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은 가능한 모든 경제 원조와 협조를 지속 제공'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비밀문서엔 박 전 대통령이 케네디 전 대통령에게 한국군의 베트남전 파병을 제의했고, 케네디 전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에게 한국의 원자력 발전 가능성에 대해 물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반세기 뒤 딸인 박 대통령은 한국 국적기인 전용기를 이용해 14시간 만에 뉴욕에 도착했다. 아버지 박 전 대통령은 당시 미국의 최대 현안이던 베트남전에 한국군을 파병하는 대가로 경제·군사적 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나 딸 박 대통령은 ‘검은 케네디’라는 별명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나 한-미 동맹, 대북 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 등 여러 문제에 대해 좀더 대등한 입장에서 회담을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방미에서 미국의 언론인과 주요 인사들에게 나눠줄 프레스 키트 안에는 'Park Geun-Hye'란 영문 제목의 박 대통령 소개 책자와 박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담은 CD, 문화재청이 제작한 한국의 문화유산에 관한 엽서 세트, 한국을 소개하는 소책자 등이 담겼다고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을 소개하는 책자엔 영문 취임사 등과 함께 어려서부터 대통령이 되기까지 스토리가 시대별로 나뉘어 소개됐다. '대통령의 딸'(President's Daughter)이란 소제목 아래 박정희 전 대통령 당시의 일화와 사진도 들어갔다.

한편 방미 첫 기착지인 뉴욕에서 머무는 동안 뉴욕경찰(NYPD)은 박 대통령에게 해외 정상으로는 전례가 드문 최고 수준의 경호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경찰은 방미 첫날 박 대통령이 JFK 국제공항에서 숙소인 뉴욕 중심가 월도프 아스토리아호텔로 이동하는 동안 헬기 경호와 지상 교통통제 등 최고 수준의 입체 경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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