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정치자금 조성·세탁’ 의혹 조목조목 반박

민주노동당은 12일 경찰이 문제 삼은 ‘선거관리위원회 미신고 계좌’의 명세를 공개하고, ‘불법 정치자금 조성 및 세탁’ 의혹에 대해 조목조목 해명하며 반격에 나섰다.
▲ 민노당 선관위 미신고계좌 이용명세 도표.한겨레    ©한겨레

민노당은 이날 2006년 3월21일부터 지난 11일까지 선관위에 신고되지 않은 ‘ㄱ은행 계좌’를 이용해 받은 당비와 후원비, 당 기관지 구독료 등 256억여원의 자금 명세를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 자료를 보면, 민노당은 당비와 후원금은 물론 17대 국회의원 후원금과 대선 경선후보 후원금, 당 기관지 구독료 등 8가지를 민노당 앞으로 된 ㄱ은행의 자동이체서비스(CMS) 계좌로 납부받은 뒤, 선관위에 신고된 계좌 등으로 이체했다.

우선 당비와 후원금 242억8000여만원의 경우 ㄱ은행의 자동이체서비스 계좌로 납부받아, 이를 선관위에 신고된 민노당의 계좌로 입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기갑·권영길·이영순·최영순·천영세·현애자·심상정·노회찬·단병호 의원 등 17대 국회의원 9명에 대한 후원금 5억8400여만원도 같은 방법으로 ㄱ은행의 자동이체서비스 계좌를 거쳐 선관위에 신고된 각 의원의 후원 계좌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강 의원 등은 이후 2008년 7월4일까지 각자의 이름으로 자동이체서비스를 개설해 ㄱ은행을 거치지 않고 곧장 선관위에 신고된 자신의 계좌로 후원금을 받았다.

또 2007년 민노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권영길·심상정·노회찬 후보 등의 경선후보 후원회비 1억8000여만원도 이 계좌로 들어왔다가 선관위에 신고된 후원회 계좌로 이체됐다. 민노당은 대선 후보 경선이 끝난 뒤인 2007년 11월8일 후원회비 자동이체서비스를 중단했다.

이 밖에 당 월간지 <이론과 실천>, 기관지 <진보정치> 등의 구독료(8200여만원)와 남원 연수원 후원회비(308만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투쟁기금(276만원), 당 상근자 노조 조합비(193만원) 등도 같은 방식으로 ㄱ은행 계좌를 거쳐, 당직자 등의 이름으로 된 계좌로 옮겼다. 민노당은 현재 구체적인 계좌 명의자를 확인하고 있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당 이름으로 된 자동이체서비스를 하나밖에 만들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불가피하게 8가지를 한 계좌로 통합해 받다 보니 오해가 생겼을 뿐, 단 한푼의 정치자금도 은닉하거나 불법으로 조성한 바가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경찰수사에서 민노당이 마치 불법 정치자금을 운용한 것처럼 비친 데는 민노당의 신속하지 못한 대응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나온다. 민노당은 그동안 경찰의 공세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뒤늦게 ‘해명’하는 수세적 대응으로 일관했다.

우 대변인은 “그동안 선관위 정기 감사에서 아무 지적이 없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 안이하게 생각했던 점이 있다”며 “또 창당 이후 회계책임자들이 여러 차례 교체됐고, 특히 분당 이후 탈당한 이들의 협조가 원활치 않아 상황 파악이 늦어졌다”고 말했다.

민노당은 <중앙일보>와 <동아일보>, <문화일보>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했다”며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유포, 주민등록법 위반 등의 혐의로 민형사적 소송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반론보도, 정정보도 등의 방법을 추진할 수도 있었지만, 이들 언론사가 이미 금도를 넘었다는 판단에서 이런 강경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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