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디커플링 당분간 지속될 듯

올해 들어 엔·달러 환율이 세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주가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상승 폭이 세계 2위다.

한국 증시는 엔저 영향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 세계 증시와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당분간 지속할 전망이다.

일본, 엔화 환율 상승폭 세계 1위·주가는 2위 관련 이미지

엔·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00엔선을 돌파하고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돼 국내 수출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금융투자업계와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10일 기준으로 101.62엔에 달해 작년 말보다 17.1% 올랐다. 세계 주요국 통화 중 상승 폭이 압도적으로 크다.

올해 들어 엔화 다음으로 환율이 많이 오른 화폐도 10.2% 상승한 이집트 파운드였다.

엔·달러 환율은 작년 양적완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직전 저점을 보인 9월 14일(77.49엔)보다는 31.1%나 상승한 것이다. 일본은행이 작년 9월 자산매입기금을 10조 엔 증액하는 추가 금융완화 조치를 내놓으며 엔저 정책을 시작했다.

이에 반해 달러당 원화 환율은 올해 들어 3.3% 오르는 데 그쳐 큰 격차를 보였다.

달러 인덱스는 3.8% 올랐고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1.0%, 대만달러는 0.8%, 싱가포르달러는 0.6%, 베트남 동은 0.4%, 홍콩달러는 0.1% 각각 올랐다.

올해 들어 환율 하락 폭이 큰 화폐는 아이슬란드 크로나로 9.4% 내렸다. 유로화는 1.1%, 중국 위안화 1.6%, 태국 바트 3.6%, 말레이시아 링깃 2.7%, 필리핀 페소 0.4% 각각 하락했다.

일본의 엔저 공습을 말해주는 '아베노믹스'로 일본 주가도 그야말로 쉬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0일 14,607.54로 작년 말보다 40.5% 올랐다. 일본 토픽스 지수도 40.8% 상승했다.

세계 주요국 주가 중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증시의 IBC 지수(48.2%)에 이어 2위였다. 베네수엘라 지수는 남미 좌파 정권의 상징인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이 사망한 전후 상승세를 보였다.

일본에 이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파이낸셜 지수(34.2%), 쿠웨이트 KSE 지수 (30.9%), 아르헨티나 MERV 지수(30.1%), 나이지리아 NGSE 지수(28.2%), 필리핀 PSE 지수(24.9%) 등이 많이 올랐다.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5.4%, 영국 FTSE100 지수는 12.3%, 독일 DAZ 지수는 8.8% 각각 상승했다.

반면 코스피는 10일 현재 1,944.75로 작년 말보다 오히려 2.6% 하락한 상태다.

한국 증시와 세계 증시의 디커플링 현상이 계속되고 있으며,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엔저의 100엔 돌파를 계기로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일본의 엔저 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오는 7월에는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부양 정책은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이 경우 한국 수출기업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엔·달러 환율이 100엔선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한국 수출기업들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 업체들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업종은 가격 인하 압박을 받게 된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투자전략팀장은 "엔화 약세로 가면 수출 경쟁 구도에서 한국과 일본이 많이 겹치는 자동차와 철강,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