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주문, 직원들도 놀라

13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공장. 4년 전 77일간 옥쇄(玉碎)파업을 벌이던 노조가 최후의 보루로 삼았던 도장 2공장 내부 계단 벽면은 벽화로 채워져 있었다.

흰색 바탕에 녹색 대지와 파란 자동차, 황금색 나무 그림이었다.

마치 초등생들이 그린 듯 어설퍼 보이지만 투박한 자동차 공장의 이미지가 한껏 밝아진 듯했다.

쌍용 자동차 직원들이 스스로 그린 벽화

이 그림은 2011년 직원들이 스스로 그렸다.

쌍용차가 파업의 아픔과 법정관리의 엄혹함을 끝내고 인도 마힌드라 그룹에 합병된 직후였다.

김창수 도장 2팀장은 "노·노 갈등의 아픔을 치유하자는 의미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말했다.

도장 2공장 2층 회의실에서 만난 김병모(48)씨는 4년 전 이곳에서 끝까지 옥쇄파업을 벌였다가 무급휴직을 당했었다.

그는 지난 2월 복직 발령을 받고 3월 5일부터 복직 교육을 받았다.
이날은 그가 4년 만에 다시 쌍용차 직원으로 정식 출근한 첫날이었다.

▲     © 중앙뉴스




















그는 "4년 동안 중소 제조업체에서 임시직으로 일했다"며 "복직 통보를 받고 '이제 고정적으로 월급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 파업 전까지 신차연구소 시작실(試作室·신차를 시험제작하는 곳)에서 일했던 김씨는 이번에 새로 훈련을 받아 도장 2팀에서 차량검사·품질관리를 맡게 됐다. 김씨는 달라진 공장의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4년 전과 비교해 공장이 너무 깨끗해졌다"며 "또 매주 월요일에 통보되는 출고 대수를 보고 쌍용차 판매가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     © 중앙뉴스





















무급휴직자 454명(희망자 전원)은 이날부터 정식 업무에 배치돼, 주·야간 2교대 근무를 하게 됐다. 쌍용차가 주·야간 2교대를 재개한 것은 2009년 파업 사태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 주간 근무만 하던 쌍용차가 조립 3라인에서 주·야간 2교대를 재개한 것은 올 들어 4월까지 총 판매 대수가 4만3872대로 전년 동기 대비 20.4% 증가한 덕분이다.

▲     © 중앙뉴스


















침체된 자동차 시장에서 쌍용차가 선전하는 것은 체어맨을 제외한 전 차종이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나 레저용 차량(RV)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 4월까지 국산 완성차 5개사의 RV 판매는 작년보다 25.5% 늘어난 반면, 세단 판매량은 11.3% 줄어들었다.


▲     © 중앙뉴스






















쌍용차 렉스턴은 국내 시장에서 올 4월까지 2014대가 팔려, 전년 동기보다 판매량이 254.6% 늘었다.

쌍용차 정무영 상무는 "코란도 스포츠의 경우 지금 주문해도 두세 달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만큼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수출 역시 11.9% 증가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프리미엄 SUV 차량으로 인기를 끄는 코란도 C는 1만1592대를 수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다.

▲     © 중앙뉴스





















무급휴직자 전원이 배치된 쌍용차 조립 3라인은 쌍용차 '부활'의 상징이다. 조립 3라인은 내수용 코란도 스포츠와 렉스턴 W, 수출용 카이런과 액티언 등 4개 인기 차종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

▲     © 중앙뉴스























18년 전인 1995년 지어진 조립 공장 건물 내외부는 곳곳에 세월의 때가 묻어 있었다. 그러나 조립 라인 주변에 놓인 부품들과 조립용 로봇 등 장비들은 티끌을 찾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     © 중앙뉴스




















근로자들 스스로 자신의 장비를 잘 관리하자는 '마이 머신(My Machine)' 운동으로 바뀐 쌍용차의 모습이었다.

조립 3팀 김춘식 차장은 "직원들 대부분이 조업 시작 훨씬 전에 출근해서 자신의 장비를 점검하고 주변 청소를 한다"며 "파업 전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말했다.

마이 머신 운동의 결과는 생산성 증대로 나타났다. 최종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판정을 받고 바로 출고되는 '직행률'은 98%에 이른다.


▲     © 중앙뉴스



















무급휴직자 전원의 복귀를 이뤄낸 쌍용차 노사는 이날 정치권에 대해 "민간 기업의 일에서 손 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평택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정치권이건 시민사회건 종교계건 우리를 놔두면 스스로 알아서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그 누구도 개인 기업에 대해 (해고자를) 채용해라 마라 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 사장에 앞서 노조 회의실에서 따로 기자 간담회를 연 김규한 노조위원장 역시 "정치권은 정치나 잘하는 게 좋다. 우리는 스스로 잘 헤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중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