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발행되는 신문제목을 보노라면 일본에 대한 적개심이 가득하다. 한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외국이 일본이라는 조사수치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판에 이제는 더 증가하게 생겼다. 이것은 한국 신문의 잘못이 아니다.

전적으로 일본 자신이 제발 우리를 싫어하고 증오해달라고 애걸복걸한 격이 되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본국민의 마음은 그게 아니리라고 생각된다. 일본군부의 잘못으로 세계 제2차대전에서 원자폭탄 세례까지 받았던 일본 사람으로서 또다시 전쟁을 하거나, 외국과의 불화를 겪는 일은 원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정권을 쥐고 있는 정치인들에게 있다. 현재 총리를 맡고 있는 아베는 군국주의 시절부터 정권의 한 구덩이를 장악하고 있던 전범의 자손이다. 그는 벌써 두 번째 총리를 맡으며 한 때 민주당에게 빼앗겼던 정권을 되찾는 방법으로 ‘극우’를 선택했다.

그가 내세운 캐치프레이즈는 ‘강한 일본’이다. 욱일승천기를 앞세워 동남아 일대를 집어 삼키고 미국의 진주만을 폭격하여 세계대전의 추축국으로 참여한 군국시대를 못내 그리워하는 성정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 강한 일본론이다.

대화혼(大和魂)을 부르짖으며 전 세계를 향하여 침략과 약탈을 자행했던 일본을 강국이라고 호칭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잔인하고 비겁한 민족이라는 상징성으로 표현되는 일본 이미지를 그들 자신은 이웃나라를 병탄하고 사실상 속국으로 만든 제국주의를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치인들은 이를 부추기며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굳히는데 국민을 이용하는 조작을 서슴지 않는다. 국민들은 정부의 조작술에 놀아나는 헛 껍데기 구실을 할 뿐이다.

아베는 교묘한 정치공학을 통하여 국민을 손아귀에 넣고 정권을 되찾아 왔다. 여기에 힘을 보탠 사람이 입만 열면 극우발언으로 일관하는 도쿄도지사 이시하라와 오사카 시장 하시모토다. 그들은 일본유신회라는 정당을 만들어 제3당으로 급성장하면서 아베의 우경화 발언의 수위를 점점 높이는데 일조한다. 아베는 오히려 이시하라와 하시모토의 꼭두각시일 수도 있다.

이들 3인은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솥을 밭이고 있는 세 발이 되어 어느 쪽으로도 기울어지지 않도록 서로 돕고 있는 형국이다. 아베의 우경행위가 점차 도를 넘어서고 있는 것은 이처럼 밀어주고 당겨주는 우군(右群)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일본 자위대 복장으로 헬리콥터에도 올랐다. 운동장에 나서서 시구를 한답시고 유니폼을 입었는데 등 번호가 96번이다. 이는 일본헌법 96조를 개정하여 쉽게 개헌을 할 수 있는 길을 트고자 상징적 번호를 단 것이다.

그러다가 한 걸음 더 나간 것이 731호 전투기에 시승하는 장면이다. ‘731’은 일제가 만주를 점령하고 있을 때 하얼빈에 세웠던 생체실험부대의 이름이다. 731부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대강은 알려졌다. 일본군은 731부대에서 일명 마루타라는 이름의 실험을 했다. 마루타는 통나무를 뜻한다.

그들은 인간을 통나무로 보았다. 살아있는 사람을 아무런 마취도 하지 않고 통나무처럼 강제실험에 동원했다. 붙잡혀온 사람들은 대부분 조선 독립군이거나 중국 팔로군이다. 드물게 미국, 독일, 러시아 사람도 있었다는 증언도 있다. 실험은 인간으로서는 용납하지 못할 극악한 것이었다. 영하 40도의 추위에 발가벗긴 사람을 묶어 세워둔다. 마취하지 않은 신체를 훼손하며 그 반응을 채록한다. 뼈를 자르기도 하고, 생피를 뽑기도 한다. 이 모든 기록을 사진과 함께 일본군 의료진의 성과물로 보관했다.

생체실험 대상이 되었던 우리 독립군 등은 모두 죽었다. 얼마나 아팠으며, 얼마나 분통 터졌겠는가. 그들의 희생기록은 전후 고스란히 미군이 가져갔다. 생체실험이라는 전대미문의 의료기록을 미국이 차지하는 대가로 731부대에서 잔인무도한 역할을 자행한 군의관들은 모두 전범으로 기소되지 않고 오히려 보호를 받으며 일본으로 돌아가 잘 먹고 잘산다. 731부대가 있던 자리는 중국정부의 무신경 탓인지 절반의 터는 아파트로 변했고, 나머지 절반은 당시의 건물 등을 보존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더냐 싶게 황량할 뿐이다. 다시 회고하기도 언짢은 이 731을 명색이 총리라는 사람이 재현시키고 있으니 일본의 장래를 밝다고 할 수 있겠는가. 게다가 하시모토라는 자는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발언을 통하여 일본군의 강제동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전쟁역사에서 모든 나라의 군대가 다 일본처럼 위안부가 필요했다는 논리를 전개했다. 천만의 말씀이다.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군대가 직접 위안부를 고용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는다. 젊은 병사들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술집이 생기고 여성들이 따라온다.

그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자진하여 육체를 상품화했을 뿐 강제로 징발된 사람들이 아니다. 위안부는 오직 일본군만이 자행한 인간말살행위였다. 하시모토는 아베와 더불어 위안부 동원을 부인하려다가 스스로 밝히고 만 셈이다. 역사의 진실은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이처럼 자신의 올가미에 걸려나온다.

아베와 하시모토가 벌이고 있는 우경화 일본은 전 세계인의 주시 속에 멸망의 길로 들어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731과 위안부에 목마른 일본이여! 땅을 파면 샘물이 나오지만 과거를 파면 더러운 오물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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