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엔 부드러움과 양보가 없다
"현대차 노조"엔 부드러움과 양보가 없다
  • 윤장섭 기자
  • 승인 2013.05.15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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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엔 부드러움과 양보가 없다

회사 경영엔 감나라 배나라 일일이 간섭·불리한 노동강도 측정은 거부 부끄러운 `노조의 두얼굴`

7개계파 존재,지부장 선거때마다 계파 간 권력 투쟁 심해, 노노갈등 구태 조합원 입맛만 맞추다 `자판기 노조` 비아냥

현대차노조 누구를 위한 노조인가 묻고 싶다.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직원식당에 주말특근 거부와 재개를 호소하는 노사의 대자보가 붙어 있다.

지난 13일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식당에는 윤갑한 사장 명의의 대자보가 붙었다. 윤 사장은 대자보를 통해 "공식적인 노사 합의마저 자신들의 이해와 맞지 않는다고 부정하면 회사는 누구와 협상을 해야 하느냐"고 대자보를 통해 호소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윤 사장 대자보 바로 옆에는 `주말특근 재개 노사 합의는 무효`라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현대차 강성노조 현장 조직인 금속연대와 민투위 등이 게재한 것이다.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식당에는  지난주만 해도 비슷한 내용의 대자보들이 벽면을 도배하다시피 붙어 있었다.

현대차가 반쪽’ 주말특근으로 생산 차질이 10주째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노사 합의에도 불구하고 울산공장 완성차 노조와 아산공장 노조는 주말특근을 거부하고 있다. 생산 손실 규모가 7만대, 1조4000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고 했다. 1, 2차 협력사도 연쇄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한다. 윤갑한 현대차 사장은 어제 “우리 차를 사겠다는 고객에 있음에도 차를 생산해내지 못해 차를 팔지 못하는 현실을 그 누가 이해할 수 있겠느냐”고 탄식했다.

13일 오후 현대차 노조(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지부장(노조위원장) 집무실에는 현대차 각 공장 노조 대표들이 모였다. 노사의 합의로 이루어진 약속을 깨고 10주째 중단된 주말특근 재개 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노사가 이미 합의한 내용을 노조 대표들이 다시 논의하는 이상한 모임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것일까?  차기 지부장 선거를 염두에 둔 노조 계파 간 권력 투쟁이 그 핵심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차기 지부장 선거는 9월로 예정돼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엔 7개 계파가 있다. 7개 중 `금속연대`와 `민투위` `민주현장` 등 3개 조직은 강성좌파로 분류된다. `현민노`와 `들불` `소통과연대` 등 3개 조직은 중도좌파로, `현장노동자`는 실리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온건파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1년 지부장 선거에서 강성좌파인 금속연대와 민주현장이 손을 맞잡고 연합전선을 구축해 지부장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들의 연합은 민주현장 소속 문용문 씨를 지부장에 당선시키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금속연대 소속 김홍규 씨는 수석부지부장에 이름을 올렸다. 금속연대와 민주현장이 현 노조 집행부를 공동 구성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 두 조직은 지난해 임금협상 때부터 조금씩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고 올해 주말특근 재개와 관련한 노사 합의를 둘러싸고 또다시 노노 갈등을 겪게 됐다.

한 노조원은 "공동 집행부를 구성이 차기 지부장 선거까지 연합 체제가 계속 간다는 보장은 없는 만큼 금속연대가 민주현장 출신인 문용문 지부장 흔들기에 나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강성좌파 조직인 민투위도 "현 노조 지도부는 어용"이라며 "특근 재개 관련 노사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를 도출하기가 쉽지만은 않을것 같다. 나머지 4개 조직도 성향은 비교적 온건하지만 차기 지부장 선거에서 자신들의 계파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일제히 노사 합의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한편 노조원들로부터 대표성을 인정받고 노사 합의를 이끌어낸 문용문 지부장 역시 강력한 내부 반발에 직면하자 그를 지지해온 노조 집행부 관계자들도 난감해하는 눈치다. 사태를 수습하지 못해 주말특근 중단이 장기화하면 노조 집행부는 물론 지부장을 배출한 현장 조직(민주현장) 위상에도 흠집이 날 가능성이 높아 관계자들은 상황을 주의깊게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2009년에도 민투위 출신이던 당시 지부장이 임단협을 둘러싼 노ㆍ노 갈등으로 중도에 사퇴한 일이 있다. 이로 인해 민투위 위상은 크게 위축됐고 이후 지부장 배출에 실패했다. 현 노조 집행부 역시 당시엔 민투위 집행부 공격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노조원의 말에 따르면 "최근 현장 조직의 반발에 대해선 현 집행부도 할 말이 없다"고 한다.  "선명성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책 대결보다 상대 조직을 비난하는 악순환은 노조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현대차 울산공장 안에서는 `자판기 노조`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고 있는 상태다. 동전을 넣으면 원하는 것을 주는 자판기처럼 이념과 노선에 상관없이 노조원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노조를 들어 인기 영합주의적 행태의 노조를 비꼰 말이다.

현대차 노조는 민주화가 진행되고 노조원 권익이 향상되면서 선거 때마다 노조원 입맛에 맞는 정책을 쏟아냈다. 강성 노조가 실리파의 단골 메뉴인 임금 인상을 내세우기도 했다면 합리적 성향의 노조는 `투쟁`을 외치기도 했다. 이처럼 계파 간 이념과 노선의 경계가 흐릿해지면서 조직 간 이합집산도 활발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거에는 노ㆍ노 갈등은 민주 대 반민주 대결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라고 한다.  "지부장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면 어쨌든 차별화해야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상대 조직을 깎아내리려고 하다보면 노ㆍ노 갈등이 끊이지 않는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부장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노ㆍ노 갈등은 회사 측도 감히 손대지 못하는 노조만의 특권이며 전유물이 돼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현대차 노조는 한국에서 가장 큰 특권을 향유하는 `갑 중 갑`일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어느 노조도 침범하지 못하는 것을 현대차 노조는 회사 고유 권한인 생산ㆍ운영에 관한 사항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대차는 법정 단체교섭과는 상관없는 현장 대의원들이 [주말특근]과 [신차 개발]ㆍ[양산], [물량 전환], [인력 재배치] 등 각종 경영 사항에 관여하는 통에 수년째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자신들의 주장과 권한을 강조하지만 자신들의 책임과 의무는 회피하는 듯한 행태를 보이고 있어 두 얼굴을 가진 노조로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표준 노동강도 측정 거부"다. 표준 노동강도 측정은 각 라인의 노동강도를 측정해 노동강도가 느슨한 라인의 인력을 타이트한 곳으로 재배치하는 것을  말하며 효율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필요한 요소다.

현대차는 노조 측에 객관적인 노동강도 표준을 마련하자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현장 대의원들 반대로 무산됐다. 노조 대의원들은 "생산 관련 부서 협의 권한은 자신들만의 권한"이라며 사측 요구를 묵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이 적정 노동강도 표준이 현장 권력 상실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조 타임오프(유급 노조 활동 시간 제한) 시행 이후에도 현대차 노조는 특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울산지법은 올해 2월 "타임오프제 시행 이후 노조에 대한 아파트와 차량 제공이 노조 부당 지원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차량과 아파트를 현대차 측에 인도하라"고 판결했으나, 현대차 노조는 즉각 항소를 제기하고 제네시스 등 고급 승용차 13대와 아파트 2채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현대차의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쌍용차 노조는 사측과 상생을 해 가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어 너무 다른 두 얼굴의 노조가 대비된다.
        
쌍용자동차가 지난12일 부터 2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2009년 ‘옥쇄 파업’사태 이후 4년 만의 일이다. 늘어나는 주문량에 비해 부족한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해서다. 쌍용차의 생산라인은 눈코뜰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고 한다. 주목할 것은 생산 현장에 벅찬 가슴을 달래며 일손을 분주히 놀리는 새 얼굴들이 있다고 한다. 지난 3월1일자로 회사에 전원 복귀해 어제부터 평택공장 3라인에 투입된 무급휴직자 454명이다.

쌍용자동차가 무급휴직자를 전원 복직시킨 것은 결코 경영 상태가 좋아졌기 때문이 아니다. 일자리 나누기 차원에서 노사가 결단을 내린 결과다. 회사 밖에서 고통받는 동료들과 일자리를 함께하기 위해 평일 잔업과 주말 특근을 유급 직원들이 줄였다고 한다. 이는 자신들의 수당이 깎일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나눔을 실천하며 회사 정상화를 위해 팔을 걷어붙인 쌍용차 노사와 노노는 상생을 위해 똘똘 뭉쳤다. 쌍용차는 2015년 1월쯤이면 희망퇴직자도 복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어 기대를 부풀게 했다.

이처럼 쌍용자동차 노조가 나눔을 실천하며 똘똘 뭉치고 있을때 현대자동차 노조의 시계는 꺼꾸로 돌고 있다.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비지땀을 흘리며 더 나은 내일을 가꾸는 쌍용차 근로자를 바라보는 시선과 ‘귀족 노조’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특근수당이 적다며 일감을 걷어차는 현대차 근로자, 누구의 미래가 밝을지는 각자가 생각해보길 바란다.  현대차 노조를 두고 쌍용차 근로자들은 “호강에 겨워 쪽박을 깨고 있다”며 혀를 차고 있을 것이다. 이제 그만 제자리로 돌아오라고 말하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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