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추모제와'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반쪽 5·18 기념식

김한길 대표, 노무현 추모제서 면박당해 광주정신 놓고 민주당 - 안철수 신경전

한반도의 현 주소를 잘 말해주는 사건들이 요사이 정치권에서 끊이질 않고 있다. 우리의 안보위기와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 속에서 갈 길이 바쁜 대한민국이라는 대륙간 열차가 해묵은 가치논쟁에 발목 잡혀 달리고 싶은 욕구에도 멈춰서 있다.

우리끼리 논쟁을 하는 사이 국민들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휘청되고 있는 동안 대통령과 야당 대표까지 난감한 상황에 처하는 등 총체적인 나라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식에서 팽당한 김한길 대표를 바라보는 대다수의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제에서 참석했다가 시민들에게 거친 욕설을 듣는 등 봉변 끝에 10여 분만에 행사장을 떠나야만 하는 상식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수 없는 일이 벌어졋다.

김한길 대표의 봉변은 민주당 전체를 때린것 

이날 김 대표는 이날 오후 4시쯤 전병헌 원내대표, 정성호 원내 수석부대표, 김관영 대변인 등 당 관계자와 함께 서울광장에 도착했다.

행사장에서 김 대표는 안영배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의 인도를 받아 노 전 대통령의 사진을 둘러보고 참가 시민들과 악수하며 이동하던 중 오후 4시 4분쯤 봉변을 당하기 시작했다.

일부 노무현 전 대통령 지지자가 "여기는 김한길이 올 자리가 아니다"라고 소리치자 소동이 벌어졌다. 주변에 있던 5~6명의 추모객이 김 대표 주위로 몰려들며 "여기 왜 왔나, 무슨 양심으로 추모식장에 나타났느냐"고 고함을 치며 욕설을 했다.

50대 남성인 박 모씨는 김 대표 앞으로 뛰어들어 멱살을 잡고 두 손으로 김 대표의 가슴을 밀치기도 했다. 그러자 당직자들이 박씨를 막기 위해 수차례 몸싸움이 벌어졌다.

거친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와중에 결국 김 대표는 10여분 만에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벗어났다.

민주당 관계자는 "애초 행사장에서 취재진에게 간단한 소회를 말할 계획이었으나 현장 분위기를 고려해 생략했다"고 말했다. 한 당직자는 "반발이 있을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당혹스런 반응을 보였다.

소란을 일으킨 박모씨는 "친노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는데 김한길은 반노를 외쳤다. 대선때 뒷짐을 지고 있다가 이제 와서 친노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앞서 김한길 대표는 지난 10일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을 때 영화배우 명계남씨로부터 "노무현 대통령을 이용해 먹지 말라"는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은 달랐다. 19일 노무현 대통령 추모 행사에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한 시민에게 멱살을 잡히고 봉변을 당한 것과 관련하여 문재인 의원이 유감을 표하며 김 대표를 위로 했다. 문 의원은 당사자인 김한길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했고, 김 대표도 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문 의원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오늘 서울광장을 가득 메워주신 시민들께 감사드린다"며 "덕분에 노무현 레퀴엠이 더욱 감동스러웠다"고 썼다.

문 의원은 "그러나 몇 분이 김한길 대표의 행사장 방문을 막은 것은 크게 잘못한 일"이라며 이러한 행동은 "노무현 대통령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노무현의 가치는 연대"라고 했다.

한편 김 대표는 20일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문 의원이 전날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위로를 해줬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문 의원이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주신 것 고맙다"고 화답했다.

김 대표는 "어제 노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 갔다가 없었으면 좋았을 일을 당했다”며 “한 남자분이 팔꿈치를 세우고 돌진하며 충돌해 가슴팍이 아팠는데 육체적인 아품보다는 가슴 속이 더 아팠다며 그분들 역시 다른 편이 아닌 우리 편의 일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그분들의 이런 식의 행동은 우리 당을 깎아 내리는 결코 좋치않은 행동이기 때문에 삼가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故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사에서 당 대표가 곤욕을 치뤘다면 정부는 정부대로 또다른 곤욕을 치뤘다. 지난 18일 광주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 순서에서 난처한 상황에 처하는 상황을 맞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박 대통령이 난처한 상화을 당했던 것은  야권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 등 상당수 참석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던 것 때문이다.

기념식에서 국가보훈처는 공식식순에서 '다함께 부르는 제창은 안 되고 합창은 허용된다'고 행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이는 신중히 생각을 하지못한 보훈처의 실수다.

분위기상 참석자 대부분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면서 합창이 아닌 사실상 제창이 됐다. 결국 박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기는 했지만 노래를 따라 부르지는 않아 어색한 분위기 상황을 연출했던 것이다.

국가보훈처의 무리수가 빚은 결과다. 보훈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아닌 새로운 추모곡 제정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강한 반발을 샀고, 기념식에서 제창을 허용하지 않으면서 5월단체와 일부 정치인들이 기념식 참석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현직 대통령으로서 5년 만에 기념식에 참석해 추모객들을 위로 하려던 박 대통령의 국민대통합 행보가 빛이 바래버린 것이다.

또다른 행보를 걷고 있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민주당의 가치 논쟁도 마찬가지다.

지난 18일 5·18 기념식에 참석했던 안 의원 역시 이날 오후 광주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5·18 이후 광주정신을 한마디로 한동안 대한민국의 이정표를 세우는 커다란 좌표였다"면서 우리 모두가 "관성에 젖고 기득권에 물든 기성정치로 인해 광주정신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여야 정치권을 모두 겨냥했지만 사실은 민주당을 향한 직격탄이었다는 후문이다.

16일 '광주선언'을 채택한 민주당으로서는 겉으론 내색을 하지 않고 있지만 내심 불쾌한 분위기다.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정치권 밖에서도 이념과 가치를 둘러싼 공방이 계속되고 있어 한반도의 불안감을 더하고 잇다.

이념과 가치 논쟁 속에서 대한민국 전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100% 대한민국', '국민대통합'을 외치던 대통령도, '친노' '비노'없는 계파청산을 내세운 야당 대표도, 이념공방 속에서 상처받은 국민들도 승자는 없고 패자만 존재하는 싸움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한다.이것만이 우리 대한민국 대륙간 열차가 세계를 향해 활기차게 질주하는 모습을 보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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